나의 여행 루틴 No.1

by 아는언니

일출을 보는 것의 힘을 믿습니다. 수년 전 강원도에 친구와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우리 둘은 고등학교 단짝인데 성격이 좀 유별났습니다. 뭐든지 직접 해야 성미가 풀리는 성격이 둘이 똑 닮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 여행을 웬만하면 걸어서 했습니다. 걸으며 온전히 보고 느끼는 자연과 공기가 좋았습니다. 그 친구와 일출을 보았습니다. 겨울 동해 바다였습니다. 첫째 날 일출을 보려 시간 맞춰 리조트 앞 바닷가로 나가 기다렸지만, 날이 흐려 해가 구름에 잔뜩 가렸습니다. 기다렸지만 해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날씨가 구졌고 부슬비가 종일 내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만히 방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우비를 입고 하루 종일 걸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발로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다음날도 일출시간에 맞춰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전날의 흐린 하늘과 달리 정말 시뻘건 해가 떠오르며 온 하늘을 붉은 기운으로 물들이는 것을 직접 보면서 온몸으로 소름이 돋듯 감동을 느꼈었습니다. 일출을 보는 힘을 그때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친구와 저는 나름의 사회생활 초년생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터였고, 아마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지쳐서 한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첫날의 실패를 가볍게 패스하고 이틀 째 일출을 보고, 많은 곳을 걸으며 온몸으로 느꼈던 자연 덕분에 힐링하고 다시 사회생활로 돌아갈 힘을 얻었던 기억입니다. 우리는 그 여행을 사서 한 극기훈련이라고 훗날 표현하며, 지금도 떠올리면 무모하고도 열정적이었던 젊은 시절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 힘을 얻은 자연의 위대함과 힐링 효과입니다.


2020년 쉽지 않은 한해였습니다. 오랜만의 힐링여행으로 부산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 머물며 쉬고 있습니다. 휴일이지만, 오늘 아침 부산 해운대 앞바다의 일출을 보는 기회는 놓칠 수 없습니다. 함께 여행 온 가족 중 누군가는 호텔 방 베란다에서 일출을 보고 또 다른 이는 달콤한 아침잠이 더욱 소중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강원도 동해바다에서의 일출을 생각하며 새벽 찬기운을 가로질러 백사장을 직접 밟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가벼운 산책을 합니다. 이른 시간에 조깅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드디어 해가 온 세상을 향한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제 인생에 어떤 변곡점이 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역시나 일출을 보게 되는 것은 저를 뜨겁게 합니다.

해운대 일출


해를 보고 난 후 미포항으로 산책을 갑니다. 새벽에 돌아온 배가 부두에 서있고, 살아서 펄펄 뛰는 생선들을 오랜 주름이 박힌 어머님들의 손에서 깨끗하게 손질됩니다. 어머님의 허리가 생선만큼 굽었지만, 그분의 생의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움을 감히 상상하면 그저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오늘 아침의 이 풍경들이 그저 잠시 감상에 젖은 허세가 아니길 바랍니다. 누구나 현실에서 자신만의 모습으로 펄펄 뛰는 물고기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낼 테니 말입니다. 이 힐링 여행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아침 바다의 일출과, 고기잡이 배의 어부들과 그를 기다려 생선을 손질하고 파는 어머님들의 삶의 흔적은 제 일상에서도 깊이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여행지에 가서도 일출은 꼭 보러 나가는 것은 지금처럼 저의 여행 루틴이 될 것입니다.

미포항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닌 것> 에릭 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