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프로젝트 _집밥 해먹기
물론 태어나서 밥을 처음으로 내 손으로 해본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독립하고서는 적어도 처음인 것 같다고 고백합니다. 그동안 반찬과 파스타와 찌개와 국과 카레는 끓였어도 밥은 늘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곤 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밥을 많이 먹지도 않고, 집에서 밥을 자주 먹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더 어려서는 '밥 같은 건 직접 해 먹지 않겠다, 그저 돈 잘 벌어서 다 사 먹는 여자가 되겠다'는 치기 어린 '어른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코로나라는 것이 저를 바꿨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밥을 해 먹었던 것은 1차 코로나 발발 시기였습니다. 1월부터 3월까지 코로나 초반에 저는 집 밖에 나가서 사람들 눈만 마주쳐도 코로나가 걸리는 줄 알고 무지해서 집밥을 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만들 재료도 먹거리도 이마트몰 앱으로 했습니다. 반찬거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샐러드, 떠먹는 두부, 레토르트 식품을 사서 데우고 햇반을 함께 먹었죠. 그러나 코로나를 잠시 잊고 다시 살만하다고 느끼는 가을을 지나 겨울에 본격적으로 3차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그 사이 새집으로 이사를 했고 조금 더 집밥을 해 먹는데 취미가 붙었습니다. 주로 통밀 파스타면으로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바질 파스타, 샐러드 파스타, 연어 파스타, 소고기 파스타)를 해 먹고, 카레나 소고기 뭇국은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 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3차 코로나 시기엔 햇반이 똑 떨어졌습니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햇반을 사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 독립을 할 때 엄마가 사준 쿠쿠 전기밥솥이 있는데 그걸 활용해 볼 생각을 독립하고 약 5년 차가 되어서야 하게 되었다는 위대한 사실을 고백합니다. 어제는 코로나 2.5단계 격상으로 3주간 집에 갇혀있을 시간을 대비해 음식을 쟁여두기로 마음을 먹고 카레를 8인분이나 끓였습니다. 단기에 먹을 것은 냉장실에, 조금 더 두고 먹을 것은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이제 밥이 걱정되는데, 퇴근길에 햇반 아닌 쌀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가서도 몇 분이나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저는 습관처럼, 그리고 배고프니 빨리 집에 가서 2분 만에 뚝딱 따뜻한 밥이 완성되는 햇반에 손을 뻗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쌀 코너에서 잡곡을 2킬로 사 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안 쓰던 전기 밥솥을 꺼내어 바로 씻은 쌀을 넣고 취사 버튼 잡곡을 눌렀습니다. 어제 카레를 다 만들어두어서 밥만 되면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밥이 되기까지는 30분이 걸렸고 특히나 뜸 드는 그 시간은 인내심의 결정체였습니다.
기다림 끝에 밥솥을 열었을 때, 잡곡밥이 완성된 밥 내음을 맡았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카레와 잡곡밥을 엄마 김치와 먹으니 진정 뿌듯했습니다. 오늘 하루, 회사에서 잘 버텼고, 하루를 잘 보낸 나 자신에게 준 내가 만든 음식, 아마 그것이 이 코로나 시대에 제가 저에게 주는 선물이기에 하나라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누군가는 제 글을 읽고, 뭐 대단한 요리 했냐며... 혹은 그 나이 먹도록 밥 한번 제 손으로 안 해 먹은 것이 무슨 자랑이냐고 글까지 쓰냐고 흉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 같은 것은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