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부르는 마법의 집밥 레시피

영화 <조제>에서 영석이 조제에게 사랑에 빠진 첫 순간

by 아는언니

영화 <조제>에서 조제와 영석이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어쩌면 조제가 해준 식사를 영석이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연히 다리가 불편한 조제가 휠체어가 엎어지면서 길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한 영석이 그녀를 도와주어 집으로 데려다준 순간에서 첫 만남이 시작됩니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고마운 마음에 조제는 영석에게 밥을 먹고 가라며 집밥을 해줍니다. 허물어져가는 집에서 조제가 식사 준비를 한다는 것도 의아한데 의외로 자취생활에 따뜻한 밥 한번 못 먹었을 영석은 깡통 번데기로 만든 찌개를 미심쩍게 먹은 그 순간부터 어쩌면 조제에게 마음을 내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좋아하게 된 장면은 수없이 많지만, 저는 조제가 음식을 만들 때 영석이 옆에서 그를 바라보는 장면이 마음에 남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해주고, 그것을 바라보고, 함께 먹는다는 것은 '사랑'입니다.

처음 조제를 도와주고 그녀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은 후에도 영석은 조제를 찾아올 구실을 만듭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명절 선물로 스팸세트를 선물 받는데, 영석은 그 스팸세트를 들고 조제에게 향합니다. "나는 자취방이라 요리고 할 수 없고, 나에겐 이 선물세트가 결국은 쓰레기니까... 가져왔어요."라고 멋대가리 없이 말하며 조제에게 건네주는 스팸세트. 조제는 역시 지지 않고 "그렇구나, 쓰레기를 가져온 거구나."라고 받아치지만, 결국 영석을 위한 따뜻한 밥 한 끼를 지어줍니다.


코로나와 매서운 한파가 더해져 더욱더 집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있다시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시간이 오히려 행복하기도 합니다. 영화 조제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납니다. 영석과 함께하고 싶지만, 몸이 불편한 자신과 언젠가 사랑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조제가 불안한 마음으로 한 독백입니다.

때론, 너랑 가장 먼 곳을 가고 싶었어.
그러면서도 갇혀있고 싶었어.


그런 조제가 된 것 같은 마음으로 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 자신을 위해 하는 요리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쓰고는, 사실은 장 보러 가기도 조심스러워 '냉장고를 털어 만들고 있는 요리'입니다.


그 첫 번째로 연어 계란말이입니다.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생연어를 녹여 계란말이를 푸짐하게 해 봅니다. 연어에는 기름이 자체적으로 많아서 식용유를 따로 쓰지 않았습니다. 프라이팬에 먼저 연어를 굽고 달걀물에 각종 야채를 이쁘게 썰어두어 섞어서 익히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계란말이 안에 들어간 내용물이 많아서 말이 두께가 일정하게 나오지 않고 터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더욱 이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케첩과 함께 먹으니 꿀맛이네요.


두 번째 메뉴는 김치찌개입니다. 역시 재료가 '냉장고 털이'이기 때문에 있는 재료를 몽땅 꺼내봅니다. 마라 참치캔이 있길래, 우선 냄비에 볶고, 양파와 무, 김치를 차례로 넣어줍니다. 참치캔에 양념이 잘 되어 있어, 물을 자작히 넣은 후, 살짝의 소금을 넣어도 간이 잘 맞습니다. 단맛이 많이 나길래 고춧가루, 고추, 파를 넣어 얼큰한 맛을 추가해보았습니다. 아직은 엄마가 해주던 김치찌개 같은 감칠맛은 안 나지만, 그래도 제가 한 요리 치고 차가운 겨울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스스로는 만족했답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시기이지만, 이렇게 따뜻한 집밥을 저에게 선물하다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조제가 말했듯, 멀리 떠나고 싶기도 하지만, 갇혀있고 싶기도 한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저도 조제처럼 저만의 레시피로 만든 집밥으로 영석같은 훈남을 사로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바깥은 한파주의보를 넘어 경보로 차갑습니다. 더욱 찬 곳에서 일하고 있을 이 추운 겨울의 많은 분들과 코로나 환자와 그들을 위해 영혼을 불태우는 의료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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