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 언니, 내일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자.
나: 싫어. 기름져서 별로.
동생: 나 내일 사랑니를 빼고 나면 당분간 죽만 먹어야 돼. 죽으로 연명하기 전에 짜장, 짬뽕, 탕수육 때리자.
(조금 고민후 답장으로 카톡을 보냈습니다.)
나: 그래. 내일 짜장, 짬뽕, 탕수육 다 때리자!
동생을 만나 점심을 먹기 전, 운동을 해서 그런지 좀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동생은 다른 병원에서 볼일을 보고 우리 집으로 오는 사이에 아프고 배고프다며 전화통화에서 약간의 짜증이 느껴졌습니다. 지체 없이 빠른 주문을 해야 한다고 직감한 저는 평소에 배달 짜장면을 잘 시켜본 적이 없어서 잠시 멍했습니다. 곧바로 집 문 앞에 여러 번 전단지를 붙여놓았던 짜장면집으로 무조건 전화를 해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세트를 시켰습니다. 베스트 세트라고 한 종목에는 짜장면이 아닌 청양고추 짜장면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동생은 그걸 보고 "그냥 짜장면 시키지..."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약간 매운맛 돌아서 맛있을 거야." 했습니다.
동생이 저의 집에 도착했고, 조금 후 음식이 도착해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 제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맛있는 거 잘 먹고 다녀서 그런지 이 청양고추 짜장면이란 게 그야말로 '맛대가리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짬뽕 국물은 먹을만했고 탕수육 튀김옷도 두껍고 그다지 맛있지가 않았습니다.
동생: 언니 왜 이 중국집에서 시켰어?
나: 그냥... 코로나고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 집 문 앞에 전단지를 여러 번 붙여놨더라고. 노력이 가상해서 뭔가 괜찮겠거니 하고 시켰지.
동생: 맛없으니까 그렇게 전단지 붙여대는 거야. 저기 강남 맛집에서 광고하는 거 봤어? 광고 안 해도 사람들이 알아서 귀신같이 찾아가거든.
그리고 짜장면이 기본인데 얼마나 맛이 없으면 청양고추를 넣었겠어...
그랬다. 맛집은 그냥 음식의 맛 자체로 승부하는 거였습니다.
하아... 아무리 부수적인 것으로 노력해봤자 본질을 이길 수는 없는 거였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괜찮은 남자는 여자에게 꼼수를 부리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 사람이 괜찮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그에게 몰렸거든요. 오히려 지질한 애들이 끼 부린다고 되지도 않게 막 웃기거나, 엄청 정성을 들이 붙는다거나, 부담한 바가지 줬던 기억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역시 저는 오늘도 음식 앞에서 겸허해지면서 인생의 참진리를 배웠습니다.
참, 기름진 청양고추 짜장면은 반은 남긴 것 같고, 탕수육도 다 안 먹고 남기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쭙잖은 동정심을 호소하는 마케팅에 절대 다시 속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