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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yoo Jul 14. 2023

14. 공부가 놀이고, 놀이가 공부인 학습놀이 2.

공부가 되는 끝말잇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습놀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처음 한글을 쓰기 시작하는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해 제안하는 학습놀이가 바로 끝말잇기 계임입니다. 6세부터 초등학교 1학년이 끝말잇기를 통해 어휘려을 키워주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보통 쓰기를 시작할 때 하면 좋은데, 아이의 발달 상태에 따라 적절히 시도해보길 권해드립니다.


끝말잇기의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저만의 비법이 있어 소개하려합니다. 끝말잇기를 할 때 그냥 말로만 하지 않고, 아이들로 하여금 단어를 노트에 옮겨 적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게임으로 즐기면서 글자의 생김새와 한글 맞춤법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끝말잇기만으로도 훌륭한 놀이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놀이와 공부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한글 맞춤법에 흥미를 갖게 합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글을 쓸 때 소리나는 대로 쓰기 때문에, 종종 이상한 문장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새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문장입니다. "새해 복'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새복'으로 들어 있나 봅니다. 들리는대로 기억되었던 단어들의 정확한 표기법을 하나씩 깨우쳐야 하는데, 글로 쓰는 끝말잇기가 아주 효과가 좋았습니다. 또 소리가 같아도 다르게 적어야 하는 글자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발음은 같지만 'ㅐ'와 'ㅔ' 처럼 다르게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소리와 글자가 다른 경우가 있다는 것을 놀이를 하면서 깨닫게 되죠.


이렇게 놀이를 통해 글말을 이해하게 하고, 맞춤법을 받아들일 준비를 시켜주는 것입니다. 맞춤법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이 사용하며 수정 보완된, 약속 같은 것이라 명료하게 설명해주기가 힘들 때가 많습니다. 'ㅐ'와 'ㅔ'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많이 사용해보며 익숙해지는 것인데, 놀이의 힘을 빌려 맞춤법에 흥미를 갖게 하고 부지불식간에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지요. 실제로 제가 가르치는 1학년 아이들에게 맞춤법 공부를 따로 시키지 않고, 이렇게 글로 쓰는 끝말잇기만 해도 받아쓰기를 할 때 쉽게 적응한답니다.


글로 쓰는 끝말잇기를 할 때 이기고 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끝말잇기 한방단어는 나중에 친구들 사이에서 이기고 싶어 안달을 내면, 슬쩍 귀뜸해주어도 됩니다. 그리고 끝말잇기를 할 때는 금방 끝나 버려서 교육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애기를 종종 듣습니다. 아이의 어휘력에 한계가 있어 늘 비슷한 단어만 반복하다 끝나는 것이죠. 끝말잇기 게임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면 게임을 쉽게 끝내지 않고 가능한 오랫동안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모르는 글자는 알려주기도 하고, 틀린 글자는 힌트를 주어 최대한 많은 어휘를 사용해보게 해야 합니다. 저와 아이들은 보통 한두 달, 길게는 한 학기 동안 게임을 이어가곤 합니다. 이 게임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승부욕을 자극해서 즐겁게 어휘력을 키우고, 글자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글로 쓰는 끝말잇기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어휘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입니다.'집'으로 시작하는 3개의 단어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집밥, '집사, '집도 이렇게 3개의 단어를 알려주면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적을까요? 아이들은 한 번쯤 들어봄직한 '집밥'과 '집사' 같은 단어를 더 편하게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집도'처럼 어려운 단어에는 통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끝말잇기를 할 때만은 다릅니다.


게임을 할 때는 대부분 어려운 단어인 '집도'를 선택합니다. 본능적으로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알아야 게임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높이의 힘입니다. 공부하고 생각하면 쉬운 것을 선택하지만, 놀이는 어려운 것을 선택하게 한답니다.


그리고 1학년 1학기 때는 쉬운 단어 위주로 게임하다가, 2학기 때부터는 어휘의 수준을 좀 높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사용하는 어휘들이 일상어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게임을 리드하는 어머니가 한자어나 수준 높은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 아이의 어휘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단어로 시작해서 점점 수위를 높여주는 것이죠. 평소 어려운 한자어에는 관심 없던 아이도 게임에는 이기고 싶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에 눈이 반짝일지도 모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교육적 효과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어휘력을 키워주고 싶은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그 욕심을 아이에게 들켜 버리면 놀이로 즐길 수 없게 됩니다.


학습 이전에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증요합니다.  즐거워야 아이의 뇌가 자발적으로 작동하지든요. 아이가 정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이런저린 단어에 관심을 있게 되고, 맞춤법에도 신정을 쓰게 된답니다. 아이에게 공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와 게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https://youtu.be/6A6fOq0E7IE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 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저자

<초등 1, 2학년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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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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