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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an 19. 2019

'어린이천문대' 별 헤는 밤 아이와 떠나는 우주여행

'애들 방학인데 어디 갈 만한 데 없나?' 요즘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일 텐데요. 아이가 없는 저도 같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방에 사는 예비 초등 2, 4학년 시조카들이 방학을 맞아 저희 집에 놀러 왔거든요.


늦은 저녁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천문대'로 향했습니다. 제가 간 곳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어린이천문대인데요. 어린이천문대는 서울과 경기, 울산 등 전국 17곳에 지점을 두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우주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유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저는 두 아이와 아이들의 삼촌인 남편과 함께 가족 프로그램인 '아빠와 함께하는 천체여행'에 참가했어요. 매주 토요일 밤 9~12시 총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을 해야 참가할 수 있는데요. 선착순 마감이고요. 참가비는 3인 1가족 기준으로 6만원입니다. 3인이 넘으면 1인당 1만원씩 추가됩니다. (지점마다 프로그램 내용과 참가 정원 등 세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망원경으로 별을 볼 수 있겠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어린이천문대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이미 강의실에는 부모와 아이들 20여 명이 모여 있었어요.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생으로 보였는데요. 미취학 아동도 2~3명 정도 있었어요. 프로그램은 연세대 천문기상학을 전공한 김승현 선생님의 강의로 시작됐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뭘까요?', '별자리에는 왜 이름이 생겼을까요?', '행성은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등 선생님의 물음에 아이들이 신나게 대답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살짝 당황하는 부모님들의 눈빛을 느꼈습니다. ㅎㅎ 사실 저도 가끔 캠핑을 가면 밤하늘을 보고 북두칠성, 오리온자리만 짚어낼 수 있는 정도로 '별알못'인데다 천문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거든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별의 종류와 특징, 별자리의 기원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신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저도 많이 배웠죠.            

집중력이 약한 초등 저학년, 미취학 어린이들이 지루해질 때쯤 아이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한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회전 별자리판 만들기'였어요. 지구의 공전과 자전 운동으로 인해 변하는 하늘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교구인데요.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전에 아이들은 알아서 척척 만들더라고요. ^^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별자리를 찾기도 하고 오늘 밤에 볼 수 있는 별자리가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했어요. (심지어 야광이라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어요!)            

드디어 별을 만나러 갈 시간!


선생님을 따라 옥상에 올라갔더니 굴절망원경 4대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선생님이 초록빛이 나오는 레이저로 쌍둥이자리, 오리온자리, 북극성 등 겨울철 밤하늘의 별과 별자리를 간단히 설명해주셨는데요. 망원경으로 달, 시리우스, 베텔기우스 등을 직접 관찰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탄성이 들렸어요.


여기서 깜짝 퀴즈!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무엇일까요? 북극성 아니죠~ 바로 시리우스인데요. 위성인 줄 착각할 정도로 아주 밝아요. 이 별을 망원경으로 봤는데요. '아니, 다이아몬드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석처럼 예뻐 마음에 콕 박히더라고요.            

여러 가족이 돌아가면서 관찰하다 보면 실수로 망원경을 잡고 움직여 관측대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3~4분의 선생님들이 곁에서 바로 초점을 맞춰주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어요. 시리우스는 별이 하얀색인 반면 베텔기우스는 붉은색인데요. 별 표면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래요. 아이들이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달이었는데요. "오! 달의 구멍이 보여요. 구멍이 많아요~" 하면서 몇 번씩 보더라고요.            

천체 관측 뒤에 다시 강의실로 돌아와 망원경 조작법을 배웠는데요. 이 시간은 엄마 아빠가 특히 집중해야 합니다. 조작법은 의외로 간단한데요. 파인더(망원경 위에 달린 작은 망원경)로 관측대상을 찾으면 클램프를 잠가 망원경을 고정하고, 미동나사를 조정하면서 관측대상이 가운데 오도록 하면 된답니다.


다시 옥상에 올라가니 이번엔 망원경이 가족 수대로 준비돼 있었어요. 아이들이 망원경을 직접 조작하면서 별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100만원 상당의 굴절망원경을 직접 다뤄보는 것은 흔하지 않은 기회라 참가자들 모두 만족해하더라고요.


선생님이 오리온자리에 있는 오리온대성운을 찾는 미션을 주셨는데요. 나사에 손이 닿지 않았던 저희 아이들이 망원경에 눈을 대고 말하면 삼촌인 남편이 나사를 조정하면서 협동 끝에 오리온대성운을 찾았어요. 처음엔 엉뚱한 별을 찾고 두 번 만에 오리온대성운을 찾는데 성공했죠. 어떤 아이들은 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하면서 열정적으로 새로운 별을 찾았는데요. 미리 돗자리를 챙겨가도 좋을 것 같아요.


별 관측을 위해 두 번이나 옥상에 오르다 보니 아이들 신발은 안전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은데요. 빛이 나는 운동화는 다른 사람들의 별 관측을 방해할 수 있으니 삼가는 게 좋겠죠. 핸드폰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도 금지! 관측할 땐 꽤 춥기 때문에 따뜻한 옷이나 담요를 충분히 준비해주세요.


관측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관측한 밤하늘부터 시작해 지구, 태양계, 우리 은하 등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웅장하고 신비로운 우주를 간접 체험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주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정말 외계인 하나 쯤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어요.ㅋ)            

프로그램을 마친 뒤 태양관측안경과 천문달력을 기념품으로 받았는데요. 이 기념품도 아주 쏠쏠했답니다. 다음날 낮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듯이 태양관측안경을 쓰고 태양을 관측했어요. 천문달력엔 일출, 일몰 시간과 그날 볼 수 있는 달의 모양을 포함해 개기월식, 부분일식, 금성 목성의 근접 등 천문 행사가 적혀 있는데요. 달력을 볼 때마다 밤하늘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밤 12시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라 아이들이 잠들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했었는데요. 잠드는 어린이는 한 명도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별과 달을 본 감동을 나누었네요.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목성, 금성, 토성 등을 관찰할 수 있을 때를 미리 살펴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하나 아쉬웠다면 늦게 끝나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었네요.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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