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카카오스토리 안해. 결혼한 친구들이 온통 자기 아이 사진만 올려서 재미없어. 자기 애는 혼자 보면 되지 그걸 왜 공유하는 거야?
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스토리가 한참 유행했던 지난 2012년. 한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그날로 모든 SNS를 끊었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 30.1세(2016년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20대 중반 이른 나이에 결혼한 나는 그 친구 주변에서 사실상 유일에 가까운 기혼 친구였다. 그 친구가 저격했던 카카오스토리의 주인공이 나인 것만 같았다.
내가 막 결혼한 무렵, 친구들은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 초년생이었다. 대학 4년간 미친듯이 공부를 하다 자신들이 원하던 회사에 입사한 친구들. 학창시절, 대학시절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던 우리는 졸업 후 두 갈래로 나뉘어 너무나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연말인데 송년회 한 번 해야지. 아예 1박2일로 주말여행을 가는 건 어때?
메신저 채팅방에 있던 친구들 모두 '오케이'를 외치며 언제,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던 나는 결국 '못 가. 미안해'라는 메시지만 남겼다. 모유수유 중이었던 데다 돌도 채 되지 않은 아기가 엄마를 많이 찾았던 탓에 1박2일 송년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너는 왜 맨날 못 나와. 너 혼자만 애 키우나.
남편한테 아기 보라 하면 되지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그냥 가자
애 보느라? 그냥 나오기 귀찮은 건 아니고?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말은 쉽지..' 그 친구가 육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친구들의 대화에 더 끼지 않았다. 물론 내가 집에 틀어박혀 육아에 전념하는 것이 안쓰러워 나온 친구들의 제안이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친구들이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느껴져 서운한 마음이 컸다. 안 그래도 그간 회사 업무, 쇼핑, 네일아트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할 얘기가 없는 나 자신이 비참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점점 멀게 느껴지고 있던 찰나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과는 이전보다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결혼과 육아 생활 얘기가 대화의 전부였지만 그 대화 자체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결혼 9년 차. 나는 학부형이 됐고 그때의 그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아이를 낳고 난 뒤 다시 만나게 된 친구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때 자신들이 얼마나 생각이 어렸는지, 지금 육아를 경험하며 '이 친구는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릴 때였으니 많이 힘들었겠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또 '일찍 고생해서 애들 키운 덕분에 지금은 편하겠다' '이제는 네가 젤 부럽다'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뒤엔 '너랑은 이렇게 할 말이 많은데, 결혼 안 한 친구들이랑은 대화가 안되더라'고 덧붙인다. 수년 전 내가 느꼈던 그 감정과 똑같다.
결혼한 친구와 결혼하지 않은 친구. 아이를 키우는 친구와 아이가 없는 친구.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라도 처한 환경과 관심사가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와 더 가까워진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다른 중학교에 가면서 사이가 멀어지고 중학교 친구들이 또 다른 고등학교에 가면 멀어지는 경우가 흔한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만난 친구들과 결혼, 육아, 사는 얘기를 하다 보니 과거의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자리를 함께한 미혼 친구들은 여전히 '엄마' '아내'의 삶을 100%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경험하지 않은 상대를 전부 이해시킬 수 없으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혼 친구들도 결혼과 육아를 경험하면 아내가 된, 엄마가 된 우리의 삶을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철없던 시절 같이 사고만 치던 그 친구들과 내가 전투 육아를 함께 하는 동지애로 지금 다시 뭉친 것처럼.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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