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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수다]결혼하면 행복한가요?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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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이 맞는지, 이 사람과 평생 살아도 될지 모르겠어

결혼을 몇 달 앞둔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오랜만에 친구들이 함께 모인 자리. 어느 때보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예비 신부는 결혼식 준비에 지쳐서인지 한껏 예민해진 상태다. 예비 신랑과 싸웠냐는 친구의 물음에 예비 신부는 그동안 속에 쌓였던 울분을 터뜨렸다.


나는 친정 엄마랑 주말마다 가구도 보러 다니고 필요한 용품도 사러 다니는데
예비 신랑은 관심도 없어. 이 결혼 나만 하는 거야?


신혼집 장만 비용 문제부터 혼수 준비, 친정 부모를 대하는 예비 신랑 태도에 대한 서운함 등이 예비 신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예비 신랑과 대화를 해봤냐는 우리의 질문에 예비 신부는 고개를 젓는다. 결혼 전 괜히 싸우고 싶지 않아 자신의 불만은 마음속에만 담고 있다고.

몇몇 친구들은 '당연히 예비 신랑이 그 정돈 해야지. 결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냐?'라고 함께 분노하며 최대한 예비 신부의 비위를 맞췄다. 나를 포함해 결혼한 친구 몇몇은 조용히 예비 신부의 어깨를 다독였다.

1253_2937_3647.jpg 결혼을 준비할 때 가정을 이룬다는 사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결혼식날이 되면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바빠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너희 결혼해서 잘 사는 것 보니까 너무 부럽다"

예비 신부의 한탄 섞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조용히 있던 유부녀들의 폭풍 수다가 펼쳐졌다. 주된 내용은 결혼해도 별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배우자와 싸울 일이 생긴다는 것. 결혼 생활을 하면서 쌓인 불만을 꺼내던 기혼 친구들은 서로의 얘기에 공감하며 손뼉을 쳤다.


개인적으론 결혼이 두 사람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무조건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결혼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얽혀 있어 단순히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양가 부모와 친인척, 회사 관계자, 친구 등과 같이 부부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 말이다. 그만큼 발생하는 이슈도 많다. 그때마다 배우자나 주변 사람들을 탓하며 혼자 속을 끓일 순 없다.


분란의 씨앗은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대화로 문제의 싹을 잘라내야 하는 이유다. 상대는 머릿속에만 있는 나의 고민과 불만을 알 수 없다. 자신이 상대보다 더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분노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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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라도 결혼 생활을 좀 더 경험해 본 친구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을 토대로 앞다퉈 조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나도 결혼 전엔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심란했어. 하지만 지금은 너무 좋아. 종종 싸우긴 하지만 살면서 서로 성격을 잘 알게 되니까 안 맞는 부분을 최대한 피하고 맞춰주려 노력해"


"나도 남편을 보면 속 터질 때가 있는데 남편도 그렇겠지. 30년 넘게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살아왔는데 어떻게 생각과 행동이 같을 수 있겠니."


"이혼하지 않는 이상 평생 같이 살 텐데, 불만을 왜 속에 감춰. 살다 보면 포기해야 할 부분도 있고 꼭 변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그렇게 살면 서로 화병 생겨."


예비 신부뿐만 아니라 예비 신랑 역시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낄 것이란 충고와 함께, 어떤 노력에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파혼을 고려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까지 나왔다.


물론 부부 관계에 정답은 없다. 우리 조언이 예비 신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좀 전까지의 고민을 잊은 듯 아무렇지 않게 예비 신랑을 만나러 가는 뒷모습을 보니 딱히 걱정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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