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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Mar 21. 2019

[강남쌀롱]그녀의 남다른 장바구니 훔쳐보기①

"먹는 것부터가 달라요. 저도 그렇고 보통 주부들은 뭘 살 때 가격을 확인하고 사잖아요?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그러지 않아요. 가격은 중요하지 않죠. 막 한 번에 사서 쌓아 놓고 먹지 않아요.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바로바로 사서 먹더라고요. 주로 단골손님들이에요" (갤러리아 백화점 식품관 직원 A씨)


"장은 당연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보지. 어릴 때부터 그랬어. 과자 사러 갈 때도 바로 앞에 갤러리아가 있으니까. 거의 슈퍼지 뭐" (강남 토박이 B씨)


[강남쌀롱] 첫 회(☞관련기사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인증 '헤리티지산후조리원')에 대한 여러분의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2회는 강남 사람들의 먹거리에 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밖에서 셰프가 해주는 음식을 돈 주고 사 먹는 거 말고요. 집에서 매일 먹는 '집밥' 말이에요.


왜 밥이냐고요? "강남에 산다고 다 같진 않다.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가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집밥이다. 집밥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의아했는데 직접 취재를 해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비슷한 듯 다른 그들의 먹거리 문화에 대해 살짝 엿보겠습니다.


노른자위 땅 강남은 마트도 럭셔리하죠. 그중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곳이라고 하면 우선 일명 '전지현 슈퍼'로 불리는 'SSG푸드마켓 청담점'이 있고요. 한때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었던 도곡동 타워팰리스 지하에 최근 문을 연 'SSG푸드마켓 도곡점'도 핫한 곳으로 꼽힙니다. 둘 다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이죠. 롯데에서도 프리미엄 마켓을 내놓긴 했는데 생각보다 평가가 별로더라고요.


올리브노트 특별취재팀은 처음에 SSG푸드마켓 두 곳 중 하나를 찾을 계획이었는데요.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다 보니 SSG푸드마켓 청담이나 도곡은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지만 외지에서 구경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는 '이마트의 프리미엄 버전이라 별로'라고도 평가하고요. 그래서 예로부터 강남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정통 강남 슈퍼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고메 494'로 향했습니다.            

평일 오전 11시경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 주차하기 위해 차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대부분 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들입니다.

평일 오픈 시간이 조금 지난 오전 11시경, 이른 시간인데도 차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은 발레파킹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조금 더 대기를 해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줄 서 있는 5대의 차량 중 한 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입차인 것도 눈에 띕니다. 백화점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퐉~' 듭니다.


십여 분을 기다리니 주차 담당 직원이 차에서 내리라고 신호를 주네요. 노란색 번호표를 받고 앞을 보니 음.. 주차장이 수입차 전시장을 방불케 하네요. 주차된 차들을 뒤로하고 10m 정도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백화점 식품관으로 연결됩니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도 몇 년 전 백화점업계의 지하 식품관 고급화 트렌드에 맞춰 '고메494'라는 이름으로 지하 식품관을 리뉴얼 했는데요. 아이보리색 벽돌과 검은색 철제로 마감한 몰딩이 유럽의 어느 백화점에 온 느낌을 한껏 주네요.            

소독기 안에서 위생 살균 중인 쇼핑카트들이에요. 대부분의 백화점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죠.

본격적으로 장을 보기 위해 카트를 찾았습니다. 역시나 백화점답게 카트 보관기에 위생 살균기 시스템이 적용돼 있네요. 제일 오른쪽에 있는 카트는 유모차와 카트를 합쳐놓은 건데요.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은 많이들 사용해요.


잠시 서서 장 보는 사람들의 패턴을 분석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음, 사전 취재한 내용이 거의 맞는 것 같네요. 


일단 대형 마트에서처럼 대량으로 사는 사람들이 없어요. 그래서 카트 사이즈 자체가 매우 작아요. 제품 구매 시 값을 확인하기 위해 가격표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경우도 잘 없어요. 그보다는 판매 직원이랑 인사를 나누고 제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가 많네요. 이런 모습을 봤을 때 자주 찾는 단골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얘기가 맞는 것 같아요.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고메494 내부 전경이에요. 고급스럽죠?

이제 타깃 한 분을 정하고 그분이 사는 걸 따라서 구매해 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결혼한 후 장을 보러 시장에 가거나 마트에 가면 늘 어머님들 옆에서 사는 걸 따라 담았거든요. 그러면 거의 실패하는 일이 없었고요. 또 어떤 걸 골라야 싱싱하고 맛있는지 등에 대한 팁도 귀동냥으로 얻을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이 방법을 써보겠습니다.


타깃은 딱 봐도 이 동네 분으로 보이는 30대 후반 여성입니다.(나이는 제 추정입니다. 요즘은 다들 관리를 잘해서 나이 짐작이 어려워요)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한 번 살까 말까 한 명품 브랜드의 가방과 최근 핫한 명품 브랜드의 신발 등 명품 잇템들을 모두 가지고 계신 분이네요.            

우선 과일 코너에서 딸기를 삽니다. 길쭉한 모양이 요즘 핫하다는 '장희 품종'의 딸기네요. 저도 뒤에 서서 딸기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타깃이 다른 코너로 이동합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거침이 없어요. (마치 '여긴 내 구역이야~'라고 말하는 듯해요)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에게 딸기 한 팩을 달라고 하고 잠깐 다른 코너로 갔다 왔더니 직원이 비닐에 딸기를 싸지 않고 기다리고 있네요. 제가 다시 오자 딸기가 든 팩을 요리조리 보여주며 말합니다. "고객님 딸기 괜찮은지 확인해 보세요~. 괜찮으시죠? 감사합니다!" 친절한 서비스에 왠지 한 팩 더 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하지만 타깃과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한 팩만 담고 '타다닥' 발길을 재촉합니다. 이번에는 채소 코너에서 친환경 쌈배추 한 개와 친환경 청경채 한 봉지를 구매하고요. 섬초를 카트에 담았다가 "유기농이 아니네"라며 유기농 시금치로 바꿔 달라고 합니다. 올리브노트 카트에도 친환경 쌈배추와 청경채 시금치를 조용히 담습니다.


타깃뿐만 아니라 대부분 장을 보는 사람들이 유기농 제품을 더 많이 담아 가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유기농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여기선 유기농을 더 선호하네요. 백화점 직원의 말대로 여기선 가격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채소 코너에서 몸을 돌려 블루베리를 한 통 담습니다. 역시나 물건이 괜찮은지 살펴보거나 가격을 꼼꼼히 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네요. 바로 두부와 콩나물 등이 진열된 곳에서 콩나물 하나를 집어 올립니다.


이제 고구마 코너 앞에서 서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그러자 바로 직원이 와서 이야기를 시작하네요. 어떤 고구마가 맛있는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눕니다. 이내 직원이 웃으며 밤고구마 한 상자를 카트에 담아줍니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카트를 '훅훅' 밀어 수산 코너를 훑은 후 정육 코너에서 한우를 사요. 이렇게 한우까지 구매한 타깃은 바로 계산대로 향합니다. 오! 계산대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약 15분 가량. 매우 빠르게 장을 봤네요. 고메 494의 규모가 크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동선을 따라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모습이네요.            

타깃은 결제 후 종이봉투(그 이름 '명품종이백')에 담긴 구매 제품들을 들고 배송 데스크로 가서 접수를 한 뒤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차를 찾는 발레파킹 부스로 유유히 걸어갑니다.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타깃을 따라 산 품목은 △장희 딸기 △유기농 시금치 △유기농 쌈배추 △청경채 △콩나물 △밤고구마 △한우불고기거리였는데요. 딱 봐도 저녁 한 끼를 준비할 만한 재료죠? 이 한 끼 재료로 얼마를 지불했을까요? 영수증은 다음 화에 공개할게요. ^^


올리브노트 특별취재팀  olivenote@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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