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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Mar 22. 2019

'신라면 건면' 건강한 라면이라더니 나트륨양은 그대로?

'신라면 건면' 드셔보셨어요?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최근 신라면 건면을 출시했어요. 2위 업체 오뚜기가 '갓뚜기' 열풍을 타고 점유율을 20%대 중반까지 높이는 등 선두 추격에 고삐를 죄면서 이에 위협을 느낀 농심이 내놓은 비장의 카드(?)죠.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건면은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해 칼로리를 낮췄다고 하는데요. 출시 한 달 만에 800만개가 팔렸을 정도로 초반 인기는 대단합니다.


신라면 건면에 대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관심도 뜨거운데요.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라면을 끓여주게 되는 경우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을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이참에 건면 라면을 먹어볼까?' 하는 분들도 은근히 많을 것 같네요.


신라면 건면, 정말 소문대로 건강한 라면일까요? 또 그 맛은 어떤지 파헤쳐볼게요.


◇[가격]내용량 줄었는데 값은 20% 비싸


맛을 보기 위해 일단 라면을 사야겠죠. 신라면 건면의 라면 1개 권장소비자가격은 1000원이에요. 기존 신라면은 라면 1개 가격이 830원인데요. 20% 정도 올랐네요. 5개 번들을 사면 조금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요. 지난 21일 이마트몰, 롯데마트몰 기준 3980원으로 개당 약 8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어요. 값도 비싸졌는데 맛있을지 더욱 궁금해지네요.

기존 신라면(위)과 신라면 건면(아래)의 내용물. 신라면 건면에는 야채조미유가 추가됐어요.

◇[영양정보]열량은 줄었지만 나트륨은 그대로


영양정보를 먼저 살펴볼게요.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열량이 500kcal에서 350kcal로 줄었다는 거예요. 


150kcal, 즉 기존 열량의 30%를 줄였어요. 와우! 실화냐? 눈이 휘둥그레지며 반색하게 되는데요. 150kcal를 소모하기 위해서는 걷기 운동을 40분간 하거나 자전거를 20분 동안 타야 해요.


이렇게 칼로리를 대폭 줄일 수 있었던 건 라면의 '면' 때문인데요. 신라면 건면의 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람에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보존성을 높였어요. (이런 점에서 차라리 국수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원재료에서 면을 튀기는 '팜유'가 사라지면서 지방 함량이 16g에서 3.6g으로 확 줄었고요. 포화지방도 8g에서 1g으로 줄었어요. 탄수화물의 양도 80g에서 70g으로 10g 줄었는데요. 이건 라면의 양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여요. 양이 줄었는데 가격은 비싸졌네요!

신라면(왼쪽)과 신라면 건면(오른쪽)의 영양정보. 나트륨 함량이 똑같은 데다 조리 시 100g당 나트륨 함량은 신라면 건면이 오히려 10mg 더 높습니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영양정보를 보다가 실망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말았는데요. 기존 신라면과 비교해 나트륨 함량의 차이가 전혀 없어요. 신라면 건면에 들어있는 나트륨의 양은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90%에 달해요. 저녁 늦게 라면을 먹는다면 다음날 얼굴이 붓는 걸 걱정해야 하는 건 그대로겠죠.


사실 라면이 몸에 안 좋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트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트륨 함량을 보고선 '기름에 안 튀겼으니 몸에 훨씬 좋겠지' 하는 기대감이 산산조각 나더라고요. 심지어 신라면 건면의 조리법에 따르면 물의 양이 500mL로(신라면은 550mL) 국물 포함 100g당 나트륨 함량이 기존 신라면보다 10mg 더 높아요.


라면의 면을 따로 끓여 건져낸 뒤 수프를 끓인 냄비에 옮겨 담아 가열하는 '면세척 조리법'을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를 13% 줄일 수 있는데요. 어째서 기름이 쏙 빠진 건면으로 만든 라면의 나트륨 양이 변하지 않은 걸까요? 라면 조리 시 야채조미유를 추가하기 때문이에요.

신라면 건면의 면(왼쪽)은 통통하고 매끈해 보이는 기존 신라면(오른쪽)과 달리 면이 말라비틀어진 느낌이 들어요.

◇[맛]면 탱탱하지만 밍밍, 달라진 국물 맛


신라면 건면은 라면+후레이크+분말스프+야채조미유로 구성돼 있는데요. 기존 신라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야채조미유가 눈에 띄네요. 크기도 살짝 작아진 데다 통통하고 매끈해 보이는 기존 신라면(유탕면)과 달리 면이 말라비틀어진 느낌이 있어요. 생라면을 살짝 뜯어 맛을 봤는데요. 굉장히 딱딱해서 생라면으로 먹을 순 없겠더라고요.


배가 고파 현기증 날 것 같으니까 이제 빨리 조리를 시작해볼게요. 조리법에 따라 물 500mL를 넣고 끓인 뒤 면, 분말스프, 후레이크, 야채조미유를 함께 넣고 4분30초간 끓였어요. 야채조미유에는 '꼭! 조리시 분말스프와 함께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아마 조미유를 마지막에 넣는 짜파게티 조리 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강조한 것 같아요.

라면을 한 젓가락 떠서 호로록~! 일단 면의 식감이 완전히 다른데요. 건면이 기존 유탕면보다 탱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면에 국물의 맛이 잘 배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칼국수 생면이 아닌 건면을 익혀 먹을 때처럼 맨질맨질한 면의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젓가락으로 면만 떠 먹었을 땐 다소 밍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물도 약간 덜 맵게 느껴졌어요. 신라면만큼 매콤하지는 않지만 나름 국물의 맛은 있었는데요. 재료를 살펴보니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사골양념분말, 마늘베이스, 칠리맛풍미분, 표고버섯분말, 양파풍미분 등 기존 신라면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재료들이 가미됐어요.


◇OLIVENOTE'S TALK


신라면 건면이 강조하는 'Non-frying!' 면을 튀기지 않아 열량을 대폭 줄이고, 면 제작 시 팜유가 쏙 빠진 점은 환영할 만해요. 팜유는 사실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발암물질이 많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하지만 라면에 함유된 나트륨의 양이 여전한 데다 국물 맛도 기존 신라면의 맛과는 달라져서 건면을 먹는다면 꼭 신라면 건면을 먹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여요. 안타깝게도 신라면 건면의 재구매 의사는 없네요.


*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로부터 어떤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해 구매한 후 작성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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