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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n 24. 2019

롯데시네마 MOM '안'편한 엄마랑 아가랑 관람기

"말괄량이 3살 아이와 영화 '알라딘'을 보러 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힘들겠죠?" (ID jhj***)


출산을 하면 영화를 마음 편히 관람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하실 거예요. 아이가 영화관에서 '혹시 소리를 지르진 않을까' '마음대로 돌아다니진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죠. 2~3시간가량 되는 긴 상영 시간을 아이가 잘 버텨줄지도 우려스럽고요.


롯데시네마는 이런 수요를 반영해 일반 상영관에서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mom(맘) 편한 엄마랑 아가랑'(이하 엄마랑 아가랑)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 중인데요. 그래서 제가 6개월 아기를 데리고 '진짜 엄마가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왔어요.


사실 엄마랑 아가랑은 벌써 7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벤트에요. 매주 화요일 2회차마다 지정된 영화관에서 영화관람을 할 수 있는데요. 매주 다른 영화가 상영되며 다음 회차 영화는 관람일 2~3일 전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48개월 미만의 아기를 동반한 고객이면 6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데요. 모바일앱을 통해서도 예매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현장 예매보다 비싼 8000원을 지불해야 해요. 만약 모바일앱을 통해 예매했다면 현장에 방문해 취소 후 재결제하면 2000원을 절약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이런 정보는 홈페이지나 영화관 내에 전혀 설명돼 있지 않아 혼란스러웠어요.


어쨌든 같은 시간 일반 영화가 1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6000원에 엄마 좌석뿐만 아니라 아기도 좌석을 지정해주니 꽤 저렴한 것은 사실. 상영관 안에 유모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신박했어요. 아기가 울거나 소리를 질러도, 돌아다녀도 주변의 눈치를 덜 받아서 좋고요. 일반 상영관보다 조명이 밝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그런데 막상 상영관에 들어가니 앞서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좀 실망했어요. 일반 상영관에서 운영되는 만큼 좌석은 아기를 위한 좌석이 아니라 일반 좌석이에요. 좌석이 자동으로 접히기 때문에 혼자 잘 앉을 수 있는 연령대의 아이가 아니라면 위험하더라고요.


아직 걷지 못하고 기어 다니는 제 아이는 좌석이 아닌 엄마 품에 있었어요. 아기띠가 없었으면 어쨌을까 싶더라고요. 다른 엄마들도 아기띠를 하고 상영 내내 서서 관람하더군요. (아.. 동지애ㅠㅠ)            

또 영화관에서 기저귀 교환대, 물티슈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좋았지만 실상은 스크린 바로 아래 기저귀 교환대랑 돗자리를 펼쳐두는 것이 전부였어요. 저처럼 스크린과 먼 위쪽 좌석에 앉은 엄마들은 기저귀를 갈기 위해 아기를 안고 한참 걸어야 했어요.


아이가 상영 시간 내내 좌석에 얌전히 있지 않을 테니 '돗자리에 앉히면 되겠다' 생각 했지만 이 역시 좌석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있으나 마나 한 편의시설이었어요. 오히려 좌석 아래 좁은 공간에 아이가 그냥 주저앉아 놀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네요.


'아이가 혹시 계단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의자에 부딪히지 않을까'라고 신경 쓰다 보니 영화는 이미 엔딩을 향해 가고 있었어요. 슬프게도 영화 내용이 뭔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롯데시네마 측이 분명 'MOM(맘) 편한' 영화 관람이라 했는데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보호자가 둘 이상이었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엄마아빠가 아기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온 가족 역시 보호자 한 사람은 아기띠를 하고 2시간 가까이 서서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요.            

영화가 끝나니 영화관 측에서 폴라로이드 기념사진을 찍어줬어요. 사진 속 제 모습이 상당히 지쳤더군요. 집에서 영화관으로 독박육아의 장소만 바뀐 느낌이었죠.


개인적으론 아이가 좀 더 커서 좌석에 앉아 있을 수 있을 때 영화 관람을 하는 게 낫지 굳이 이 고생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물론 반복되던 일상을 벗어났다는 즐거움은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제 지인은 다음 주에 또 아이를 데리고 영화 관람을 오고 싶다고 말했어요. 상영 시간 내내 아이를 돌보며 같이 고생했는데도 말이죠.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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