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이용한 놀이 체험, 아기 있는 집은 필수 코스죠. 아마 안 가본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들걸요?"
아이들의 오감 발달에 좋다는 얘기에 몇 년 전부터 촉감 놀이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밀가루를 이용한 놀이 체험인데요.
전문가들은 밀가루를 이용한 놀이가 오히려 아이들의 호흡기와 폐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며 주의하라고 당부합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가루 놀이 시설에 대한 안전 규정을 마련하고 가루놀이의 위험성을 부모에게 알릴 수 있는 경고 문구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밀가루, 알레르기·폐질환 유발 가능"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권고문을 통해 "밀가루 분진 안에는 원재료와 함께 각종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반죽이 잘 되게 하는 '알파-아밀라아제' 등의 효소"라며 "이는 밀가루 분진과 함께 알레르겐(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으로 작용해 천식과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분진은 천식이나 비염 등의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뿐만 아니라 눈의 충혈, 염증, 간지러움 등을 일으켜 결막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분진의 경우 호흡기에 들어가면 각종 폐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의학계에서는 기저귀 발진 등의 피부염을 낫게 하는 파우더 제형의 약의 처방도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의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요. 밀가루 알레르기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호흡기로 들이 마셔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양의 밀가루 분진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지는 건 물론 최악의 경우 '아낙필락시스(원인 물질에 노출되면 온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서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쇼크 증상)'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인지도가 높은 한 밀가루 놀이 체험 업체의 인터넷 광고 문구. '24개월 미만 입장 제한' 등의 안내가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고 경고 문구의 정도도 매우 약합니다. (출처=티몬 홈페이지)
◇일부 가루 놀이업체 24개월 미만 출입 제한..부모 "실제 입장 제한 거의 없어"
이에 일부 가루 놀이 체험장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24개월 이하 아이의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진 않는 모양새입니다. 소규모 업체들은 아예 이런 제한마저 없고요.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지운(29세) 씨는 "아이가 15개월쯤 됐을 때 밀가루 체험장에 간 적이 있다"며 "당시에 직원으로부터 24개월 이하는 체험할 수 없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최인규(40세) 씨도 "아이들과 가루 놀이 체험을 여러 번 갔지만 나이 제한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둘째가 24개월이 안 됐을 때도 갔는데 입장 제한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다양한 가루를 이용하는 놀이 시설에서 이에 대한 안전 지침이 없는 건 물론 정확한 경고문 조차 없다"며 "대표적인 가루 놀이 시설에서 제공하는 경고 문구 역시 현실에 비해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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