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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an 29. 2018

옥토넛 좋아해? 울산 장생포 '고래마을' 가자!

큰~~~고래가 보고 싶어요!

다양한 바다생물을 다룬 애니메이션 '바다탐험대 옥토넛'을 즐겨보는 아이의 외침에 울산 '장생포 옛 마을'로 향한다. 과거 고래잡이가 성행하던 시절, 잘 나가던 장생포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다.

울산역과는 완전 반대편 바다 끝 쪽에 있어 역에서 차를 타고 40여분 정도 가야 한다. 입장권은 1000원으로 매우 싸다. 5D 입체영상관까지 관람하면 가격이 조금 높아지지만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예스러운 우체국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엽서를 써서 부치면 원하는 날짜에 보내준다. 가격은 우푯값 포함 1000원, 1300원. 아이가 흥미를 보여 엽서를 사서 건네니 삐뚤빼뚤 글자를 그리고 우표까지 붙이면서 꽤나 즐거워한다.

개가 돈을 물고 있어 당시 심부름을 잘 했던 천재 개가 있었나 했는데 '고래 어업이 잘 되던 1970년~1980년대 장생포 마을에는 돈이 넘쳐나 동네 개들도 1만원 짜리를 입에 물고 다녔다고 한다'는 설명이 있다. 지금도 작은 돈이 아닌데 당시에 1만원을 개가 물고 다녔다니..이 동네가 현재 강남 정도 됐던 듯하다.

장생포 옛 마을에 오면 누구나 추억에 잠기게 하는 포인트. 바로 '장생포국민학교'다. 1980년대 중반 이전에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다. 조금 더 뒷 세대들에겐 역사박물관쯤으로 느껴질거다. (ㅎㅎ)

음악시간에 다 같이 보던 큰 악보와 초록색 나무 책상과 의자, 풍금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놨다. 선생님께 매 맞고 있는 인형, 벌서고 있는 인형 사이에서 추억의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재미나다. 마을 안에 있는 옛날 교복 대여소에서 옷을 빌려 추억의 사진을 남기는 팀도 많다.

장생포 옛 마을을 걷다 보니 처음에 안 들리던 추억의 가요가 들리고 노래가 끝나자 연륜이 꽤 돼 보이는 DJ가 사연을 읊는다. 뭔가 했더니 이곳에 비밀이 숨어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추억에 잠길만한 포인트 '음악다방'. 실제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DJ가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고 있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발길을 떼지 못한다.

눈을 돌리니 고래처리장이 보인다. 말 그대로 잡아 온 고래를 처리하는 곳이다. 내부엔 고래기름을 내는 기계 등이 줄지어 서있다. 상상하니 속이 매스껍다. 아이가 물어보길래 설명해 주자 이내 눈살을 찌푸린다. 동물의 생명 역시 사람과 같이 존중해야 한다고 교육받는 요즘 아이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포경산업이 금지돼 있다고 덧붙이자 찌푸린 눈살을 편다.

우리나라 포경산업은 1899년 러시아가 장생포 등지에 포경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04년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러시아인들이 세운 국내 포경기지를 6곳을 모두 접수했다. 장생포는 6곳 중에서 가장 큰, 국내 전체 포획량의 60%를 담당했다.


하지만 해방과 함께 일본인들은 장생포를 떠났고 장생포 선원들이 작살을 잡고 포경업을 주도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1970년에 이르러선 한 해에 1000마리 이상의 고래를 잡기도 했다. 그러니 동네 개들도 1만원 짜리를 입에 물고 다닐만 했을 터.


1985년 포경업 금지 조치로 마지막 포경선원들이 배에서 내릴 때까지 100년간 이어진 포경산업으로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귀신고래, 참고래, 밍크고래 등이 사라졌다. 아마 포경업 금지가 아니었다고 해도 고래 씨가 말라 이 산업은 지속되지 못했을 거다.

포수의 집 내부에서 볼 수 있는 작살이다. 실제 고래 잡이에 쓰였던 것으로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장생포 옛 마을을 다 둘러보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 분식집에서 어묵 한 그릇 사 먹고 엽서도 보내니 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나오려고 하는데 장생포 옛 마을 뒤 동산 쪽을 가리키는 '고래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저 위에서 바라보는 장생포항의 모습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올라가 보자!

십분 정도 걸었을까. 진짜 고래공원이 나왔다. 아이는 환호성을 지른다. 범고래, 귀신고래, 대왕고래 등의 모형이 멋지게 폼을 잡고 있다. 커다란 고래 입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길 수십번. 고래상 뒤로 보이는 울산대교도 멋들어진다.

실제 고래 몸 안과 똑같이 재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신기해한다. 밤에는 불도 켜지는지 등이 달려 있다.

고래공원의 포토존. 이제 울산 앞바다에서 볼 수 없는 귀신고래와 울산대교가 꽤나 멋진 배경이 된다.

고래공원에서 내려오는데 어린이 놀이터가 딱!!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참을 뛰어논다.

이곳만을 위해 울산을 가기엔 뭔가 아쉬울 수 있다. 더 볼 곳을 찾는다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대왕암은 어떨까. 날이 흐리거나 맑거나, 낮이나 밤이나 위풍당당한 모습이 참 멋지다. 대왕암에 서서 동해를 바라보며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다만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은 피하는 게 건강에 좋다. (^^;;;)

주전해변에 위치한 한 카페.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어 바다가 잔잔한 날엔 제주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외에도 울산에는 예쁜 카페들이 오밀 조밀 모여 있는 '정자카페해변'이나 '주전카페해변', 우거진 대나무 길을 걷고 있으면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십리대숲길' 등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이 꽤 있다.


*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어떤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가 직접 비용을 부담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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