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에 사는 강한나(37세) 씨는 최근 부엌 창가에 뒀던 올리브유를 쓰려다가 깜짝 놀랐다. 병 속 올리브유가 알갱이 모양으로 응고돼 있었기 때문. 먹기 찝찝해 창고에 쟁여뒀던 현미유를 꺼냈다. 그런데 현미유는 올리브유보다 더 굳어 있었다.
최근 강 씨처럼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라'는 제품 매뉴얼에 따라 뒷베란다나 창고 등에 넣어뒀던 식용유가 고체로 변했는데 먹어도 되냐는 질문이 맘카페나 포털에 많이 올라온다.
◇식용유 알갱이화는 '낮은 기온 때문'
식용유가 알갱이 형태로 변한 건 추운 날씨 탓이 크다.
액체가 고체로 바뀌는 온도를 '어는점'이라 한다. 예컨대 어는점이 0℃인 물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였다가 주변 온도가 0℃ 이하로 내려가면 고체인 얼음으로 변한다.
그런데 올리브유의 어는점은 물보다 높은 8℃다. 따라서 올리브유는 주변 기온이 8℃ 이하로만 내려가도 얼면서 알갱이 바뀐다. 현미유 역시 어는점이 높아 조금만 기온이 낮아져도 알갱이화 현상이 나타난다.
요즘처럼 외부 온도가 영하 10℃ 아래로 내려가는 한파가 계속되면 베란다나 창고 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보관해 둔 식용유는 얼게 된다.
같은 식용유지만 카놀라유나 콩기름, 옥수수기름 등은 어는점이 영하 18℃이기 때문에 잘 얼지 않는다.
◇언 식용유 녹이고 산패 여부 확인 후 사용
그렇다면 알갱이화된 식용유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온에 보관해 다시 액체로 만든 다음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으면 먹어도 문제없다.
다만 언 식용유를 녹일때 알갱이를 따로 분리하면 안 된다. 병째로 실온에서 녹여야 온전한 기름으로 다시 섞인다. 만약 녹인 후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상한(산패) 것이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
간혹 들기름과 참기름의 산패를 막기 위해 냉장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식용유는 열과 빛, 습도에 약하다. 냉장고 안은 열과 빛을 막을 수 있지만 습도가 높다. 높은 습도로 식용유가 산패될 확률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냉장고에서 넣었다 빼며 기온이 바뀌는 것도 산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잦은 온도 변화로 기름병에 물이 맺힐 수도 있다.
따라서 참기름과 들기름은 실온에서 보관하고 6개월 이내에 빨리 써야 한다. (☞관련기사 '코코넛오일도 나쁜 기름이라고..' 식용유 대체 뭘 먹어야 하나)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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