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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쪄도 아름다운 당신 '엄마'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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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몸무게가 13~14kg 늘었는데 지금은 다 빠졌어요.
필라테스를 정말 열심히 했죠.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오는 데 1년 걸렸어요

방송인 김나영이 최근 tvN '현장 토크쇼-택시'에 출연해 한 말이다. 부럽다. '남들은 아이 낳고 살이 잘도 빠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운동을 해도 살이 찌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8년여간의 결혼생활 중 차곡차곡 쌓인 살 때문에 내 몸무게는 15kg이나 불었다. 그 사이 두 아이가 태어났다. 생각해보면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임신부 특권(?)을 누리겠다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음식을 먹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엄마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 태아에게도 좋고 더 건강히 자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아이를 출산하면 예전 몸매로 돌아가겠지?'라는 착각 속에서 말이다.


살보단 출산을 위해 요가 학원을 등록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임신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척추와 근육을 단련해 순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전 세계를 휩쓸며 1만8000여 명을 숨지게 한 신종플루 사태(2009년)로 한달도 채 다니지 못했다. 결국 전염병을 탓하며 집안일로 운동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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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제대로 하지 않는데 배가 불러오니 허리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배에 근육이 없으니 힘을 제대로 주질 못해 진통을 23시간이나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서야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본격적인 산후 다이어트는 두 아이 모두 태어난지 100일 이후 돌입했다. 출산 후 적당한 운동은 산모의 체중이 임신 이전 상태로 회복하고 배의 벽, 회음부 근육의 탄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 아이 때는 헬스장을 등록했고 둘째 때는 요가, 댄스 학원 등을 다녔지만 모두 오래가진 못했다. 육아가 내 심신을 지칠대로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생아가 신경 쓰여 운동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운동은 못 하고 돈만 날렸다는 표현이 더 맞다.


다이어트에는 균형 있는 식단이 중요하다는데 아기를 돌보면서 삼시세끼 챙겨 먹는 것은 꿈도 못 꿨다. 아이가 낮잠 자는 사이 미역국에 밥 말아 먹는 게 일상이었다.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틈틈이 먹었고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지친 몸으로 쪽잠을 청했다. 늘어진 티셔츠에 부스스한 머리는 내 모습을 더 처량하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몇몇 지인은 빠른 효과를 보겠다며 다이어트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기도 했는데 운동과 식단 조절을 병행하지 못해 모두 체중 감량에 실패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는 참담했다. 태아가 몸 밖으로 나왔으니 아이 무게만큼 내 몸무게가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출산 전보다 되레 살이 쪘다. 운동은 못 하고 먹는 것은 임신했을 때만큼 먹으니 살이 안 빠지는 게 당연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면 속이 까맣게 탔고 '산후 우울증이 이렇게도 오는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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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운동할 수 있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균형 있게 차려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간 사람들이 있다. 대개 '아이를 돌보느라 계속 움직이는데 밥 먹을 시간은 없고.. 저절로 살이 빠지더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나온 시간을 떠올려보니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난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변해버린 내 모습이 부끄럽다는 생각보단 자랑스러운 마음이 조금 생겼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유가 되는대로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해야 한다.ㅋ)


지금도 어딘가엔 과거의 나처럼 거울을 바라보며 우울함을 느끼는 아내이자 엄마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산 후 변한 자신의 모습에 위축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여태껏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잘 보살피느라 자신을 먼저 챙기지 못했던 것일 뿐, 충분히 아름답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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