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ll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노트 Nov 20. 2019

[르포]'위생 논란' 맥도날드,  아이와 직접 가보니

주방 공개&쿠킹클래스 아이와 직접 가봤다

위생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맥도날드가 전국 310여개 매장의 주방을 공개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습니다. 지난 19일 '주방 공개의 날' 행사를 열고 체험을 신청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위생 관리, 조리 과정 등을 공개한 건데요. 


맥도날드의 주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기자로서도 궁금했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서도 참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접수 첫날인 지난 11일 맥도날드 홈페이지를 통해 재빠르게 신청했죠. 


제가 주방 공개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는 지난 3년여간 맥도날드에 위생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2016년에는 4살배기 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해 이른바 '햄버거병' 논란이 일었고, 최근에는 덜 익은 패티와 곰팡이가 핀 재료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문제가 됐습니다.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올리브노트의 지난 기사(☞관련 기사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 재점화..검찰 재수사에 사측 "억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경기도 지역의 한 지점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매장은 주방 공개뿐만 아니라 아이와 동행 시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가 진행되는 곳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햄버거병과 관련된 기사를 써왔기 때문에 이 행사를 통해 아이가 햄버거를 먹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행사를 신청하긴 했지만 아이 손을 붙잡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매장을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죠. 


매장에 도착하니 저를 제외한 4개 팀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동행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인 한 아이를 제외하곤 모두 미취학 아동들이었습니다.


주방은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입장 전 매장 측에서 휴대폰을 수거해갔습니다. 견학은 건자재 창고와 냉장, 냉동창고를 둘러 보는 것으로 시작됐는데요. 건자재 창고 내 상온 공간은 온도와 상관없는 재료들이 보관되고 있었고요. 냉장 창고는 영상 4도를 유지하며 소스류와 우유, 치즈류 등이 보관돼 있었습니다. 영하 19도 이하로 유지되는 냉동창고(해당 매장은 영하 26도였음)엔 패티와 베이컨, 번 등이 있었습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본사에서 지정하고 배달해주는 (인증된) 물건만 사용할 수 있다"며 "당장 조리에 사용해야 할 재료들만 창고에서 소분해 주방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방 입장 전 아이들의 손등에 도장을 찍어 줬는데요. 주방 견학 중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 아이들이 도장을 지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주방을 둘러보기에 앞서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어야 했습니다. 30초로 설정된 알람 시계를 누르고 비누칠을 해야 하며 알람이 울리면 물로 씻은 후 알코올 소독제를 발라야 합니다. 근무자들은 30분에 한 번씩 손을 씻는다고 하네요. 이뿐만 아니라 두 가지 색상으로 나누어진 2종의 위생장갑을 식자재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주방은 크게 조리 구역, 튀김 구역, 그릴 구역 등 3구역으로 구별됩니다. 아무래도 이날 행사의 핵심은 바로 그릴 구역이 아닐까 싶은데요. 덜 익은 패티 논란이 계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고 자세히 볼 수밖에 없었던 구역이었습니다. 


이날 시연에 사용된 패티는 빅맥 버거과 치즈버거 등에 들어가는 패티로 한 번에 6장을 구웠습니다. 지정된 그릴에 패티를 놓고 버튼을 누르자 자동으로 상부 그릴이 내려와 패티를 덮고 익히는 방식이었는데요. 패티가 구워지는데 약 44초 정도 걸린다고 해요.


맥도날드 관계자는 "오전에 패티를 익히면 디지털 온도계로 굽기를 체크하며 해당 내용이 본사로 바로 보내진다"며 "구워진 패티는 온도를 유지해주는 오븐에 보관하고 15분이 지나면 즉시 폐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방을 둘러본 후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쿠킹 클래스를 시작했습니다. 쿠킹 클래스에선 두 가지 버전의 버거를 만드는 체험을 하는데요. 첫 번째로는 맥도날드의 빅맥 버거를 만들고, 두 번째로는 아이들이 여러 재료를 이용해 원하는 버거를 만들었습니다. 주방에서 잘 구워진 패티를 확인해서인지 행사에 참여하기 전보다 햄버거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행사가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큰 효과를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날 행사가 끝나기 전 해당 점장 또는 매니저가 직접 고객의 궁금증에 대답을 해주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참여한 엄마들의 공통된 질문이 '덜 익힌 패티가 있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맥도날드에서 20년간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점장은 "덜 익힌 패티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 감히 확신할 순 없다"면서도 "초고온으로 자동 설정된 그릴에서 패티를 익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고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A점장은 "요즘 뉴스들을 보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진 것도 많은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 "위생 논란이 불거진 곰팡이 핀 재료, 덜 익힌 패티가 과연 맥도날드 제품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도 있고 만약 맞다면 (재료 관리가 시스템화돼 있기 때문에) 모든 지점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된 지점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추측했습니다.


맥도날드 측은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주방을 공개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과연 주방 공개라는 초강수로 위생 논란이 수그러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임지혜 기자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갖고 싶다던 '에어팟 프로'를 샀다 #실사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