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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Dec 31. 2019

[좌충우돌 난임일기]확대된 난임 지원 반갑지 않은 이유

#27. 난임 지원, 이게 최선인가요


내가 난임병원을 다닌 지 참 오래됐구나.. 하고 문득 느끼는 순간이 있다. 배 주사를 혼자 놓는데 피 한 방울 나오지 않고 깔끔하게(?) 주사했을 때, 투여하는 약물의 양과 개수가 점차 늘어날 때, 몇 번 누워봤다고 병원 침대가 익숙해져 그 위에서 사르르 잠이 들 때 그리고 전에는 없던 난임 지원이 생기고 난임 정책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볼 때다.

난임병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만해도 '법적 부부'여야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혼 부부'도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있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처음 난임병원을 갔을 땐 병원에 '혼인신고가 되어있지 않으면 인공수정 및 시험관시술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공지가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난임 지원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진짜 있던 때였다. 그런데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병원에 다니는 동안 난임 지원은 사실혼 부부(1년 이상 동거한)까지 확대됐고 50만원에 그쳤던 정부지원금은 110만원까지 늘었다. 심지어 지원 횟수도 늘었으며(체외수정 신선배아 4회→7회, 동결배아 3회→5회, 인공수정 3회→5회) 만 44세로 제한했던 난임 지원의 연령 기준도 폐지됐다. 난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성과이기도 하다.


하나하나 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난임병원에 처음 갔을 때 갓 30대였던 데다 이미 혼인신고도 된 상태였기 때문에 바뀐 정책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내년부터 적용될 지원금 확대도 마찬가지다. 전업주부일 때 딱 한 번 받았던 정부 지원금은 취업 후에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넘어 뚝 끊겼다. 난임 시술을 할 때마다 돈이 수백만원씩 들어서 일자리를 구했더니 지원금이 뚝 끊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이달 초 내년부터 난임 지원금이 110만원까지 늘어난다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나오자 12월에 시술이 있는 난임 여성들은 시술 자체를 한 달 미뤘다가 1월에 확대된 지원금을 받으면서 진행할지 고민했을 정도로 한때 화젯거리였다. 다행히 12월에 시술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시술의 마지막 절차인 피검사 등 시술 과정이 일부라도 1월에 걸쳐있으면 확대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난임 여성들이 안심하고 시술할 수 있게 됐다.


혹자는 내 월급을 듣고 일을 그만두고 차라리 지원금을 받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110만원이라니.. 상당히 큰 금액이라 솔깃하긴 하다.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이번이 마지막 시술일 거야! 난 괜찮아!" 눈물을 머금고 오늘도 출근을 한다. 


김지영 기자 jy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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