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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Feb 27. 2020

코로나19에 '긴급보육·가족돌봄휴가'?

부모들 "직접 해보세요"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현주(39세·여) 씨는 요즘 아이 돌보미를 구하지 못해 걱정이다.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휴가를 낼 수 없던 김 씨는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워킹맘 이지혜(35세·여) 씨 역시 근무 시간 동안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걱정이다. 이 씨는 퇴근 후 학교로부터 긴급돌봄 서비스(돌봄 교실)를 신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음날 점심에 전화했지만 이미 신청이 마감된 후였다. 

◇아이돌봄·긴급돌봄 "신청 어려워"


정부가 보육 공백이 생기는 가정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로는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과 교육부의 '긴급돌봄' 두 가지가 있다. 아이돌봄은 가정에 돌보미가 방문해 아이를 돌보는 방식이고 긴급돌봄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기관에서 방과 후 아이를 맡아주는 방식이다. 


올리브노트가 정부의 두 가지 서비스를 직접 신청해 보니 아이돌봄은 과정이 매우 번거로웠고 긴급돌봄은 너무 엉성했다.  


먼저 아이돌봄의 경우 서비스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 회원가입을 한 후 돌봄센터의 정회원 승인을 받아야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회원 승인을 받기 위해선 '국민행복카드'가 있어야 한다. 국가 바우처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 기존에 서비스를 받아오지 않았다면 카드를 발급받아 신청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또 소득 기준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반드시 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아이돌봄 상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승인까지 최대 일주일이 소요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보육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모들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어렵게 아이돌봄 신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예 돌봄 선생님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보낸 긴급돌봄 관련 메시지

긴급돌봄은 맞벌이 가정의 자녀가 우선이며 초등 저학년생과 입학 예정 학생이 대상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 개학이 내달 9일로 일주일 연기돼 이 기간 긴급돌봄을 실시한다. 신청은 지난 26일까지였으며 각 학교와 유치원에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청 기간이 너무 짧아 미처 신청하지 못하고 놓친 사람이 적지 않다. 

◇돌봄 서비스 신청 해도 '확진자 있을까' 불안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도 불안하다는 의견이 많다. 돌보미와 아이가 가까이 접촉할 수밖에 없는 데다 돌봄 교실의 경우 많은 아이가 밀폐된 한 공간에 모여 있어서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세 자녀를 둔 김수정(38세·여) 씨는 "4세 확진자도 어린이집에서 옮은 것 같다는데 불안해서 돌봄 교실은 생각도 못 한다"면서 "감염 걱정에 휴교, 휴원하는 건데 긴급돌봄을 받으면 학교에 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아이돌봄 역시 정부에서 돌봄 교사가 신천지 교인인지, 확진자와 만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당장 휴가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번 주는 일단 먼 곳에 사는 부모님 댁에 아이들을 잠시 맡기기로 했는데 다음 주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걱정 때문인지 일부 지역은 긴급 돌봄 서비스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교사 A 씨는 "예비 1~3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몇 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평소 돌봄 교실을 이용했던 맞벌이 가정 자녀들도 신청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가족돌봄휴가, 직장인엔 '그림의 떡'.."회사 눈치 보여"


정부는 코로나19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가정에 최대 10일의 가족돌봄휴가(무급)를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의 권고일 뿐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가족돌봄휴가를 쓰려고 해도 회사에 눈치가 보여 쉽지 않다.   


두 아이를 둔 박지연(36세·여)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유치원 휴원이 결정돼 회사에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면서 "남편과 남은 연차를 다 써서라도 아이를 돌보려 하는데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모르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구정혁(39세) 씨도 "일하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가족돌봄휴가를 쓰고 싶지만 회사에 말을 꺼낼 엄두도 나지 않는다"면서 "공기업이나 대기업은 격일 근무를 하거나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는데 중소기업 직장인엔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정 보호자 1인에 한해 무상 휴가를 보장해 달라'는 청원은 현재 5518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돌봄 휴가나 재택근무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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