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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Feb 27. 2020

와~ 안그래도 힘든데 '코로나19'까지!

옆집언니 육아일기

마스크 쓰고 생활한지 한 달째가 돼가고 있다.

"이젠 하다하다 바이러스(코로나19)가 내 육아 인생의 발목을 잡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코로나19에 대한 분노가 상당하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 입장에선 코로나19가 제일 싫다. 요즘 말로 완전 극혐이다. 이쯤 온 국민의 분노가 타오르면 누그러들 만도 한데 이 바이러스는 어째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다.


우리 식구는 코로나19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던 지난 구정부터 바깥출입을 최대한 줄이기 시작해 지난주부턴 정말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겠지만 워낙 돌아다니는 걸 애정하는 나 같은 엄마에겐 지금 이 시기가 그렇게 힘들 수 없다. 올해는 겨울이 빨리 물러가 조금 더 이르게 봄을 맞을 거라며 이른 봄맞이 계획도 세워놨는데 기대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OTL)


바깥 놀이야 그렇다 쳐도 하필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태평이 인생에 한 번 있는 유치원 졸업식과 초등학교 입학식마저 취소됐다. 1980년대 생인 나도 간직하고 있는 초등학교 입학 기념사진이 태평이에겐 평생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영 섭섭하다. 태평이가 학사모 쓰고 졸업하고 예쁜 트렌치코트 입고 입학하는 모습을 내 눈에 직접 담고 싶었는데.. 아이가 하나밖에 없는 나는 기약할 다음도 없다. (물론 전염병 확산을 위해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한 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집에 있는 퍼즐을 다 끌어 모아도 이미 그림을 다 외운터라 10분도 안돼서 끝난다.

태평이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라 아직까지는 지겨워하지 않는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내 입장에선 태평이의 요구를 다 받아 주다 보니 조금씩 짜증이 쌓이고 있다.


매일 새로운 놀이를 하길 원하는데 이 분야는 전문이 아니다 보니 매일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머리가 아프다. (회사에서 회의하는 기분이랄까) 하다 하다 반짇고리를 꺼냈는데 태평이가 의외로 재미있어 해서 요 며칠 하루에 2시간 정도 앉아서 바느질을 하다 보니 눈이 침침해진 것 같다. (;;;;;)

영하의 날씨에도 밖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은 얼마나 나가고 싶을까.

태평이는 얌전한 편이지만 그래도 오전 오후로 한 번씩 이유 없이 마구 뛰는데 아랫집이 영 신경 쓰여 '뛰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특히 태평이가 "윗집도 뛰는데 나는 왜 못 뛰어!" 반박하다보니 말문까지 막힌다. 그렇다고 "너도 같이 뛰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정도 날씨면 보통 때 같았으면 놀이터에 가거나 공원을 한 바퀴 뛰고 왔으면 깔끔하게 해결됐을 텐데 이놈의 코로나1(8)9! 


하루에 세끼 해먹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습관이 정말 무서운 게 유치원 아침 간식 시간과 오후 간식 시간이 되면 태평이는 어김없이 '배고파요. 간식주세요'라고 한다. (소오름!) 그러니까 아침 점심 저녁에 오전 오후 간식까지 5번 정도 먹을 걸 챙겨야 한다.

하루 세끼에 오전 오후간식까지 해야 하는 요즘

그렇다 보니 냉장고 채우기 무섭게 바닥이 나서 장을 더 자주 봐야 하는데 그도 쉽지 않다. 이전엔 사흘에 한 번 보던 장을 이틀에 한 번 봐야 하고, 가끔 급할 때 이용하던 새벽배송은 매번 품절이라 이용이 쉽지 않다. 게다가 어젠 분명 같은 시간, 같은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동난 물품이 몇 개 보이니 공포심까지 엄습해 나도 모르게 필요한 것보다 더 담았다. 


냉장고에 장 본 걸 담는 중 갑자기 당이 떨어져 어지럼증을 느껴 잠깐 다용도실에 숨어 태평이 몰래 초콜릿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 유리창에 비친 나를 보며 '파~'하고 웃었는데 쥐콩알만큼 눈물도 찔끔 났다. 그야말로 웃픈 현실이다. 


'와 진짜 그 바이러스가 뭐라고...!' 


며칠 사이 짜증이 많아진 것 같아 자아 성찰을 시간을 가져봤다. 그간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았나 생각해 보고, 옛날 엄마들은 정말 힘들었겠다, 신생아 키우는 엄마들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지금 나는 상대적으로 나은 삶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봤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가 와르르 무너진다. 지금 현재 내가 피곤하고 힘든데 어쩌면 좋냐 이거다!  

꽃이 피는 봄엔 아이와 함께 꽃놀이를 갈 수 있길 간잘히 바라본다

몸이 힘든 거야 지나면 괜찮겠지만 마음이 힘든 건 또 어떤가. 오늘도 에너지를 맘껏 분출하지 못해 겨우 잠든 태평이 얼굴을 보고 있으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이런 식으로 전염병 창궐이 잦아지다 정말 극복하기 어려운 전염병이 생기면 그땐 어째야 하지.. 하나 낳길 잘한 건가.. 아니 둘을 낳았어야 했나..


생각은 또 고리를 물고 오롯이 아이를 집에서 보다 보니 다시 한번 태평이를 지금껏 하루에 반나절 가량 봐주신 어린이집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그리고 학원 선생님들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 어려운 시절 하루종일 집에서 먹이고 키우신 우리네 어머니들께도..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꽃은 태평이와 함께 꽃놀이 가서 직접 보고 싶다. 그러니 코로나19 빨리 물러가거라!!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길. 특히 아이들만은 제발 아프지 않길.. 


이렇게 생각이 롯데시그니얼호텔 꼭대기까지 닿을 때쯤, 욱신거리는 팔목을 부여잡고 겨우 잠이 든다. 

또다시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또 뭘 먹고, 뭘 하고 놀아야 하지? 하..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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