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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Mar 24. 2020

[옆집언니 육아일기]코로나로 돌밥보다 무서운 건?

코로나19 두려움에 우리가 옴짝달싹 못하고 집에 있는 사이에도 봄은 왔다. 이 봄을 모든 이가 늦지 않게 만끽할 수 있길..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


이렇게 '돌밥' 생활을 한 지 어언 두 달이 다 돼 가고 있다. 하필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소식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던 지난 구정 직전, 태평이가 미열이 나 병원을 찾았던 탓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체 격리 생활을 시작했던 터라 우리 가족의 돌밥 생활은 조금 더 길다.


코로나19 초기엔 이렇게 매일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그 다음날도 반복되는 기약할 수 없는 '돌밥'이 참 힘들었다.


여기에 '먹'까지 더해 '돌밥먹(돌아서고 밥하고 먹고X3)'을 하다 보니, 확찐자가 돼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확찐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일하는 도중 소싯적을 떠올리며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와 '조혜련의 죽음의 태보' 등 나름의 강도 높은 홈트레이닝을 했지만 그정도 운동량으로 하루종일 먹는 양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나보다. (하-어떻게 바깥 생활을 할 때보다 집에 있을 때 더 자주 먹고 더 자주 배가 고플까..?;;;)


그런데 코로나19 중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은 지금(물론 우리나라에 한해서다)은 '경기'가 걱정이다. 육체적인 고통에서 조금 더 고차원적인 고통이 시작됐다고 해야 하나. 코로나 초기와 다르게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는 카톡과 말들이 쌓여 가는데 평소와 다르게 느낌이 싸하다.

딱 1년 전 2019년 3월21일의 기록. 자유부인이 됐다며 점심을 같이 하자는 친구와 봄을 느끼며 한 시간 즐겁게 수다를 떨었더랬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지인은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는 업체 전화가 여기저기서 많이 오지만 제1금융권도 제2금융권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대출을 막아 놓은 터라 하루 종일 '거절'만 하느라 심적으로 힘들다고 한다.


위기는 기회라며 영혼까지 끌어(신용대출) 삼성전자 주식을 산 친구는 바닥 밑에 지하가 있을 줄 몰랐다며 매일같이 하소연이다. 가지고 있던 주식이 반 토막이 났다는 친구는 애교에 불과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옷 사업을 멋지게 론칭했던 친구는 요즘 공장을 찾을 때마다 두렵다고 한다. 문을 닫는 공장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란다.


드라마 작가를 준비하며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콘티를 만드는 작가 친구는 요즘 갑자기 취소되는 계약이 많아지면서 일이 확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곡소리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 역시 이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다 끌어다가 집을 샀고, 지금 당장 이사를 갈 수 없는 사정이라 호기롭게 반전세로 매월 꽤 큰돈(우리 사정 상)을 집주인에게 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기가 고꾸라지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사실 상상조차 안 된다. 내가 살았던 지역적 특성상 나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체감하지 못했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달 취업 통지서가 날아온 덕에 나름 지난 30여 년을 편하게 살아왔다. 그런 나로서는 지금 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위기가 사뭇 두렵다.

평소라면 사람과 차로 꽉 들어찼을 거리지만 코로나19 여파에 차도 사람도 훅 줄었다. 처음엔 이 모습이 낯설기만 했지만 이젠 두렵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지만 초기 대응이 안일했던 미국 유럽 등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선 바이러스의 시작 지점에 있었다는 게 불운이 아닐까 싶다. 다른 나라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끝낼 때까지의 러닝타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타격이 더욱 커질 테니 말이다. 게다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로 사망할지 이 바이러스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그만큼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는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어젯밤 지금의 사태에 대해 남편과 얘기하면서, 올해 계획했던 구매 리스트를 하나둘씩 머릿속에서 삭제해 나가기 시작했다. 입사하면서 엄빠 대출로 저리에 구매했던 10년 된 차를 올해는 꼭 바꾸려고 했는데 조금 더 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학교에 가니 책상 세트를 사주려고 했는데 이것도 그냥 있는 책상을 조금 더 쓰기로 마음먹으며 딜리트. 돌밥 도돌이표 생활을 하며 날이 좋으면 사러 나가야겠다고 점찍어 뒀던 옷과 신발도 눈을 질끈 감고 구매 리스트에서 지웠다.  


제발, 지금의 이 두려움이 나만의 기우로 끝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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