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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l 02. 2020

'친할머니?외할머니?' 시대 변화 못따라 가는 초등교과

1학년 아이는 '친·외' 구분 없이 동일하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라고 썼는데요. 하지만 수업 내용은 어머니의 부모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라고 부르라고 가르칩니다.

"아빠! 교과서에 엄마의 어머니는 '외할머니', 아빠의 어머니는 '할머니'라고 해야 한대요. 다 똑같은 할머니 아니에요? '외'자는 한자로 '바깥 외'자 잖아요. 왜 엄마의 어머니가 바깥 할머니인가요?"(경기 과천에 사는 1학년 최이현 군)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초등학교 1·2학년생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부모가 직접 학업을 봐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학부모들 사이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름' 교과서의 '우리는 가족입니다' 단원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교육 내용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외가·친가 구분해 정답?.."호칭 자유로 수 있지 않나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유찬(44세) 씨는 "아이가 어려서부터 양가 부모님이 사시는 지역을 붙여 부산할머니 분당할머니라고 불렀고 직접 만나서는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면서 "그런데 수업 시간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가르치니 아이가 의아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여름'의 1단원(우리는 가족입니다)은 가족을 주제로 합니다. 가족과 찍은 사진으로 작품을 만들고 게임을 하면서 가족의 호칭을 알아보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요. 친가와 외가를 구분 짓고 있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엄마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김희윤(29세) 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내준 꾸러미(과제)에 양가 부모님 모두를 '할머니·할아버지'로 적었고 실제로 우리 가족은 그렇게 부르기에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제출했다"며 "그런데 선생님이 해당 문제에 대해 틀렸다고 체크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가족 간 호칭 변화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수년 전부터 있어 왔고 각 가족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건데 이를 학교에서 정답을 정해 놓고 획일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은 가족 간 호칭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에 대한 제안으로 지난 4월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호칭이나 지칭어를 담은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발간했는데요. 친할머니나 외할아버지라는 표현에 대해 "전통언어 예절에서는 아버지 쪽은 가까움을 뜻하는 '친(親)-'을 쓰고, 어머니 쪽은 바깥을 뜻하는 '외(外)-'를 써서 구분해 왔는데, 지역 이름을 넣어 친·외가 구분 없이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과 생각이 다름에도 획일적으로 호칭‧지칭어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우리 언어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정형화된 가족 구성원 교육.."가족의 다양성에 초점 맞춰야"


핵가족 한부모 가족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한 요즘 시대에 엄마 아빠의 형제자매가 셋이나 되는 가족을 표준 가족으로 가르치는 것 역시 시대 착오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히려 가족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교육해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오래전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미나(34세) 씨는 "아이의 아빠는 물론 시댁과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면서 "아이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큰아버지까지 다 있는 게 가족이라는데 우리는 가족이 없느냐고 물어 속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인천에 사는 유기태(44세) 씨는 "해외에서는 가족의 다양성에 더 중점을 두고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가족을 획일화하고 정형화 시켜 가르치는 것 같다"며 "무조건 해외의 교육 방식이 맞다고 할 수 없지만 최근 사회적인 흐름과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를 고려할 때는 현재 교육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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