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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n 16. 2021

[좌충우돌 난임일기]꿈★은 이루어진다

지난 일기를 쓰고 반년이 흘렀다. 예상치 못하게 연재를 중단한 탓에 다음 소식을 궁금해하는 독자들로부터 악플 세례(?)를 받기도 했다. 연재를 쉬는 동안에는 또 몇 번의 채취와 이식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일까. 아니면 새로 옮긴 병원과 담당 의사의 처방이 나와 잘 맞은 덕분일까. 처음으로 5일 냉동 배아를 얻었고, 냉동 배아 개수도 이전 차수들에 비해 두 배나 더 많이 나왔다. '손 바꾸길 잘했어, 이제 때가 됐나 보다!' 우리 부부는 다시 희망을 품었다. 채취 결과는 이전보다 훨씬 좋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매번 착상이 발목을 잡았다.


젊은 나이, 깨끗한 자궁, 이전에 없던 질 좋은 배아까지.. 그래도 안 되는 건, 착상이 '신의 영역'이기 때문일까.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 이야기에 귀가 솔깃할 정도로 마음이 약해져 갔다. 


그리고 11번째 이식이었다. 5일 배양 배아를 이식한 지 10일째 되는 날 임신 여부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한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b-hCG 수치(혈액 내 임신 호르몬 수치)는 88이었다. 이제 됐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지 햇수로 3년 만에 가장 의미 있는 수치가 나왔다. 


안정적인 수치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이미 머릿속은 꽃밭으로 가득했다. (병원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보통 첫 피검사에서 100 이상이 나오면 안정적이라고 여긴다) 

시험관 시술 기간 내내 '셀프 주사'로 배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지만 몸이 힘든 것보다 멘탈을 관리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런데 3일 뒤 진행된 2차 피검사에서 수치가 너무 더디게 올랐다. 불안했다. 인터넷에서 피검사 수치가 더디게 오른 경우를 찾아보니 대부분 예후가 좋지 않았다. 다시 이틀 뒤 3차 피검사, 3일 뒤 4차 피검사.. 대개 수치가 안정적이면 피검사는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만 하고 바로 초음파를 보는 단계로 넘어가는데 나는 수치가 너무 더디게 올라서 다른 이들이 아기집을 확인하는 시기까지 짧은 주기로 피검사를 계속해야만 했다. (아기집은 혈액 내 임신 호르몬 수치가 1500 이상이어야 초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 어떻게 착상된 배아인데.. 이번 배아를 놓치면 어떡하지?' 착상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임신의 기쁨을 맛본 뒤라 걱정과 불안이 더 컸다. 지난 시술 기간 내내 제발 착상만 되길 바라왔는데 착상이 끝이 아니었다. 첫 피검사 결과를 전하며 은은한 미소를 띠었던 담당 의사는 이번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궁외임신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선생님, 이미 자궁외임신을 겪었고 양쪽 나팔관을 절제했는데 자궁외임신이 될 수 있나요?"


자궁외임신의 대부분이 배아가 나팔관에 착상하는 경우인데 희박하게 나팔관과 자궁의 경계인 자궁각에 배아가 착상해 자궁외임신이 가능하단다. 덧붙여 담당 의사는 아주 드물게 정상 임신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다지 희망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그날 저녁부터 자궁 왼쪽에서 쑤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또다시 일주일을 작은 기대감과 커다란 불안감을 안고 지냈다. 


그리고 병원을 다시 방문했을 때 드.디.어 '아기집'을 보았다. 그것도 아주 정상적인 자리에! 초음파 사진을 가방에 넣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기분이 얼떨떨했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처음 본 아기집. 그 날의 기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슈쿠슈쿠'


2주 뒤 남편과 다시 찾은 병원에서 처음으로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나는 초음파 의자에 앉은 채로 어깨를 들썩이며 울어 버렸고 남편은 가만히 내 어깨를 토닥였다. 어둡고 긴 터널의 끝에 환한 출구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좌충우돌 난임일기를 마칩니다. 필자는 난임병원을 졸업하고 이제 곧 안정기에 접어듭니다. 그동안 함께 공감해주시고 댓글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김지영 기자 jy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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