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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Feb 28. 2018

연필 못 잡는 우리 아이, 문제가 이거였어?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김채현(36세) 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에게 연필 잡는 법을 가르치려다 아이가 연필을 아예 쥐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실수로 그런 거니 생각하고 여러 번 다시 쥐여줬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손에 힘을 전혀 주지 못하고 연필을 자꾸 흘렸다.


요즘 김 씨의 아이처럼 연필이나 볼펜을 쥐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엄마 아빠들은 으레 아이가 잡는 법을 아직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디지털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연필이나 펜을 잡지 못할 정도로 손의 근력이 부족한 탓이다.

바르게 연필 잡는 법과 잘못된 연필 잡는 법 예시.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소아과 전문의들은 아이들이 각종 전자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연필이나 펜을 잡는 데 필요한 손힘과 민첩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필을 쥐고 움직이려면 손가락의 미세한 근육을 제대로 통제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사용이 이런 근육 발달을 더디게 한다는 것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영국심장재단의 한 소아치료 전문가는 "요즘 아이들은 블록 만들기와 자르기, 붙이기, 당기기 등의 놀이보다 아이패드 같은 걸 가지고 노는 것을 확연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달로 아이들의 전자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그로 인해 아이들이 아예 손글씨를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키보드 타이핑과 코딩 등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일상생활이나 학습에 있어 손글씨 자체의 필요성은 여전하고 당분간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은 두뇌 발달과 학습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많다. 지난 2014년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 연구진은 유치원 어린이 1000명을 4년간 추적 관찰했다.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읽기와 수학 과목 성적을 비교한 결과 손글씨에 익숙한 그룹은 두 과목 모두 평균 B학점인 반면 손글씨에 서툰 그룹은 평균 C학점에 그쳤다.


같은 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는 학생들에게 강의 내용을 노트북과 펜으로 각각 받아 적게 하고 강의 내용과 관련한 사실과 개념 문제를 풀게 했다. 그러자 펜으로 필기했던 학생들은 노트북으로 필기했던 학생들보다 더 많은 내용을 깊게 기억했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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