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2개월 여자아이를 키우는 주부 A씨는 최근 자정을 넘겨서야 잠이 드는 딸 때문에 걱정이 많다. 자는 시간이 늦어지니 기상 시간도 덩달아 늦어지고 낮잠 시간까지 밀려 잠드는 시간이 또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A씨는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 그때부터 아이랑 놀아주다 잠들면 아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몇 시간을 더 놀다 새벽 1시는 돼야 겨우 잠이 든다"며 "그때까지 아이를 돌보면 나도 너무 지치고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먹는 시간 외엔 잠만 자면서 하루를 보내는 신생아 때와는 달리 생후 2~3개월쯤이 되면 밤낮을 구분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낮에 노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밤에 통잠을 자는 시간도 점차 늘어난다. 이쯤부터는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의 성장발육을 돕는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에 집중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단순히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닌 '숙면'을 취하는 시간에 많이 분비되는데 대개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생겨난다. 잠든 후 약 1시간 뒤 깊은 수면에 빠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오후 9시쯤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매일 오후 9시에 아이를 잠자리에 눕혀 재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722명을 대상으로 '높은 연봉과 저녁 있는 삶 중 원하는 삶'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의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8시10분으로 집계됐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는 시간까지 약 한 시간가량 걸린다고 가정하면 아빠나 엄마, 혹은 부모 둘다 아이의 곁에 돌아가는 시간은 오후 9시를 훌쩍 넘긴다. 사실상 현재 사회 구조에서 아이를 일찍 재우기란 쉽지 않은 셈이다.
수면 중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성장을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오후 10시~11시에 무조건 깊은 수면 상태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수면의 양보다 수면의 질과 보다 더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수면이라도 깊고 편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부모와의 유대관계 역시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일찍 자라'고 강요하기보단 부모가 일터에서 돌아온 뒤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가 즐겁게 잠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늦게 잠이 들어 다음날의 생활 리듬까지 깨지는 것은 아이의 성장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퇴근한 뒤 한 시간 정도 가족만의 시간을 가지고 'OO시엔 잠자리에 눕기'와 같은 약속을 정해 아이가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아이가 잠드는 시간만큼은 집안 전체 조명을 무조건 끄고,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TV나 스마트폰을 시청하는 등의 행동을 금지해 아이가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늘 같은 시간에 소등을 하고 집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등(아기가 잠들어야 씻을 수 있었다) 노력을 했던 덕분인지 현재까지 아이들은 늘 같은 시간에 자연스럽게 잠이 든다.
참고로 잠을 늦게 자던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놀고 싶어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때 부모가 '빨리 자' '안자면 너 키 안 큰다 혹은 혼난다' 등으로 압박하면 아이에게 잠자는 시간과 공간은 공포가 돼버린다. 아이가 잠들 때까지 곁에서 토닥여주거나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잠드는 시간을 천천히 줄여나갈 수 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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