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키즈

[비글패밀리4+1]엄마가 행복한 태교=아기에 좋은 태교

by 올리브노트
1910_4924_432.jpg

#7 벌써 중기다


'다른 임산부들의 시간은 정말 빠른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꽤 많다. 난 첫째와 둘째 아이를 가진 뒤 갑자기 생긴 피부병과 지옥 같은 입덧, 조산기 등으로 너무 고생해 10개월이란 기간이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


반면 주변 지인들의 임신과 출산 소식은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느껴진다. 임신 축하파티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출산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참 다른 사람 시간은 빠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군필자인 남편과 남동생이 종종 TV를 보다 전역한 연예인을 보면서 "들어간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제대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듯싶다.


그런데 셋째를 임신한 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달라졌다. 매일 육아와 가정일, 회사 업무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을 보내다 보니 벌써 임신 중기에 진입했다. 임신 소식으로 충격에 빠진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불과 몇 달 뒤면 셋째가 세상에 나온다니..


생각해보면 첫째를 가졌을 땐 지금과 달리 좋다는 음식만 찾아 먹고 온갖 아기용품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준비하며 태교도 열심히 했다.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호들갑(?)이란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다. 첫 아이가 세상에 나온 뒤에도 온실 속 화초처럼 애지중지 키웠다.


첫째 아이만큼은 아니었지만 둘째 역시 태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곤 첫째 아이만큼 신경을 써주진 못했다. 신기하게도 '둘째부턴 알아서 큰다'는 어른들 말처럼 나의 집착적인 관심 없이도 아이는 다행히 잘 자랐다.


그런데 셋째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크고 있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셋째가 태어나 알아서 밥도 먹고 기저귀도 가는 헛된 상상을 해본다. (피식ㅋ)

1910_4922_4424.jpg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운동이지만 나름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임산부 운동을 시작했는데, 산부인과 전문의의 만류로 포기했다.

#8 태아에 좋은 태교란

올리브노트의 기사나 팟캐스트를 들어 본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내가 아기자기한 장난감이나 게임을 즐기는 취미를 가진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에 더해 화려한 액션신에 사방이 부서지는 통쾌한 영화나 SF물을 즐기고 범죄 수사 해외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산다.


당연히(?) 태교로 좋다는 클래식 음악이나 십자수와 같은 활동과도 조금 거리가 있는 성격이다. 어쨌든 주변에서 이런 활동이 태교에 좋다고 강추한 덕분에 첫 아이를 가졌을 땐 꼬박꼬박 클래식과 국악을 듣고 틈틈이 손바느질로 이것저것을 만들며 태교를 했었다.


둘째 아이 역시 첫째 아이 때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일처럼 태교를 했다. 이런 활동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참 좋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태교를 할 때 내 스스로 너무 즐겁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개인의 취향이니 이해하시길ㅋ)

1910_4921_3029.jpg

셋째를 가지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두 아이와 놀아주거나 집안일을 해야 하니 태교를 챙겨 할 겨를이 없다. 그나마 출퇴근 거리가 꽤 있는지라 버스에서 태교 음악을 듣긴 하지만 그마저 이어폰을 귀에 꽂는 동시에 잠들어 버리니 태교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며칠 전, 아이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게임기 타이틀을 새로 구입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핫하다더니 정말 꽤나 흥미진진해 2~3일에 한 번씩 30분간만 하고 있다. 최대 4인까지 가능한 게임인데 우리 식구가 전부 붙어서 게임을 시작하면 정말 볼만하다.


한참 재미있게 게임을 하다가 '아, 나도 태교를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서로(팀원과 협동을 해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화이팅을 외치며 웃는 모습을 보니 '이게 태교지 별개 태교냐'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의학적으로 좋은 태교가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다. 조용한 태교 음악을 듣거나 가만히 십자수를 하는 게 태아에 좋다는 이야기들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위험한 행동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엄마가 웃고 행복해지는 활동이 억지로 챙겨서 하는 태교보다 태아에게 더 많은 행복감을 전달해주지 않을까 싶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화 '출산준비물' 진짜 필요한 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