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시작된 '아빠 육아'...
보조에서 동지로

by 올리브노트
199_219_1840.gif 일러스트= 서진이

#인생에서 아름다운 보름달을 본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중 하나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2013년 여름의 끝자락, 남편에게 태평이를 맡기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강변북로 위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봤던 보름달이다. 어느 엄마에게나 아이는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인데 그 소중한 존재와 떨어져 있는 잠깐의 시간이 또 그렇게 행복하다니. 아이러니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아빠 육아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아빠 육아’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아빠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육아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둘째를 낳고 난 후가 대부분이다. 갓난아이는 아빠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첫째 전담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식이다. 따라서 영아를 키우거나 유아를 하나 키우는 엄마 중에서 '독박 육아'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아이가 둘 이상 돼도 그런 분들이 있긴 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엄마가 아빠를 믿고 온전히 아이를 맡기는 시기가 빨라질수록 독박 육아의 괴로움을 상대적으로 빨리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유수유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태평이가 밤에도 통 잠을 자면서 이제 막 편해질까 하는 시기에 또 한번의 ‘헬(Hell) 육아’ 시기가 찾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설적으로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단단한 가족'이 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생후 5개월에 접어들 무렵. 이 때 태평이는 뒤집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이가 나기 시작했다. 보통 아이들이 이가 날 때 간지러워서, 뒤집을 때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많이 힘들어 한다고 들었다.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저 우는 것이다. 울고 또 울어도 끝이 없다. 그런데 이 두가지가 동시에 왔으니.. 그야말로 ‘헬(Hell)’이었다.

밤잠을 재우고 나면 몸을 계속 뒤집다가 놀라서 깨기 일쑤였다. 작은 베개로 뒤집어지지 않게 해놔도 울었다.


(몸이 돌아가지 않으니 울었을 수도 있고 이가 간지러워서 울었을 수도 있다. 돌 전의 아이들은 3개월 정도에 한번씩 성장통이 온다고 한다) 한번 잠에서 깨서 울면 다시 잠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어르고 달래서 하루 이틀은 겨우겨우 넘어갔다.

199_212_2730.jpg 울고 있는 태평이(딸의 태명)의 모습. 아랫잇몸에 하얀 이 두개가 보인다.

하지만 나의 인내심에도 이내 한계가 왔다. 낮에도 계속되는 육아에 밤잠까지 설쳤더니 다음날이 너무 힘들었다. (수면 교육 성공 이후 한달 간의 안정기로 몸이 나태해졌을 수도..^^;;) 당시 낮의 일과를 살펴보면 태평이가 잠을 자지 않을 때는 늘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뒤집기를 시도할 때 아이들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마구 운다. 뭐라도 좀 해보려고 하면 울었다) 겨우 낮잠을 재우는데 성공하면 집안 정리를 했다. 낮잠을 잘 때도 뒤집으면서 짜증을 냈기 때문에 계속 다시 재우는 걸 시도해야 했다. 그야말로 밥 먹을 새도 없이 아이를 보고 있어야 하는데 자정이 지나서 우는 아이까지 보려니 체력이 달렸다.


결국 이 시기가 시작된 셋째 날. 밤중 수유 후 새벽 2~3시쯤 마구 울어 대던 태평이를 덥다고 거실에서 자고 있는 남편의 팔에 무작정 안겨주고 돌아와 안방 문을 닫고 베개를 뒤집어 썼다. 아이가 악을 쓰며 우는 소리에 마음이 약해졌고, 남편을 믿을 수도 없었지만 내가 살기 위해 참고 잠을 청했다.


과연 자다가 딸 벼락을 받은 남편은 어떻게 됐을까?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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