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조금 일찍 세상을 만나게 된 탓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한동안 병원에서 지내야 했던 상콤이와 달콤이는 꼬박 보름간의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 엄마 아빠 없이도 잘 먹고 잘 자준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당초 예상 입원기간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 퇴원하게 됐다.
콤콤이의 퇴원은 곧 우리 부부가 겪을 육아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을 의미했다. 둥이가 입원해 있을 때는 면회시간에만 들러 간호사의 지도 아래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게 육아의 전부였던 터. 둥이를 퇴원시켜 조리원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가는 일은 엄마 아빠로서 해야 할 첫 번째 미션인 셈이다.
퇴원 당일 간호사에게 몇 가지 기본 교육을 받은 뒤 두 아이에게 배냇저고리와 속싸개를 입히고 그 위에 겉싸개, 담요 등을 덮어(겨울이라 겉싸개까지 해야 했다) 신생아용 바구니 카시트에 태웠다. 행여 아이들이 찬바람을 쐬고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바삐 움직이다 보니 아직 한겨울 날씨임에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보름 동안 조금 크긴 했다지만 여전히 2kg대 중반도 채 되지 않는 작디작은 몸을 움직이다 혹시라도 품에서 놓칠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조리원까지는 차로 20분 남짓 되는 멀지 않은 거리. 난 평소보다 약 1만배는 조심해서 살살 차를 몰았다. 처음 병원 밖을 나오는 아이들이 운행 중 작은 충격에도 놀라거나 다칠까 봐 걱정됐다. 혹시나 카시트가 커서 아이들 몸이 흔들릴까 빈 공간에 천기저귀와 담요 등을 끼워놨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이처럼 산후조리원까지 애들과 콤콤맘을 아무런 일 없이 데리고 가야 한다는 사명감에 한껏 긴장하면서도 '내 새끼들'이랑 더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입가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장모님의 도움까지 받아 콤콤이를 조리원으로 무사히 데려왔다. 그간 둥이와 떨어져 조리원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마음고생을 해야 했던 콤콤맘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갔다. 병원에서 마음 편히 안지도 못했던 콤콤이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안고 있으니 이제서야 우리 가족이 다 모였구나 싶어 나 역시 꽉 조였던 긴장의 끈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조리원 퇴소까지 며칠간은 본격적인 육아전쟁에 앞서 아주 짧은 휴식과 더불어 예행연습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있는 조리원 신생아실 청소시간에 콤콤이를 방으로 데리고 와서 맘마(모유/분유)를 먹이고 잠을 재웠다. 병원에서 여러 차례 실습을 해보긴 했지만 막상 옆에 간호사 없이 콤콤맘과 둘이서 아이들을 돌보려니 혹시라도 뭔가 잘못하는 건 아닌가 싶어 서로 쳐다보며 확인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별게 아닌데 그땐 그랬다.)
이런 와중에 난 집과 조리원을 오가며 처음 자신들의 집으로 오는 아이들과 거의 세 달 만에 집으로 귀환하는(?) 콤콤맘을 맞기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다. 출산·육아 준비물 리스트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얼추 지웠음에도 필요한 건 왜 이리 많은지. 매일 같이 집 현관 앞에 쌓이는 택배 박스를 정리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그새 콤콤맘은 모유와의 전쟁을 벌였다. 조리원 입소 당시 자신을 괴롭혔던 젖몸살에선 벗어났지만 정작 둥이가 품으로 온 이후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고생했다.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입원하다 보니 매일 같이 젖을 물리지 못해 젖이 마른 것이다. 모유수유의 장점은 둘 다 익히 잘 알고 있지만 나오지 않는 모유를 억지로 먹이겠다고 너무 애쓰는 것 역시 산모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압박감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조리원을 예약할 때만해도 꽤나 여유가 있을 줄 알았던 2주 남짓한 조리원 생활은 의외로 금세 끝이 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 전투육아에 돌입할 시간. 당장 콤콤맘 혼자선 도저히 두 아이를 돌볼 수 없기에 미리 장모님께 SOS를 쳤다. 금지옥엽 같은 외동딸이 앞으로 겪을 고생을 알기에 장모님은 불편함과 힘듦을 무릅쓰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육아를 도와주기로 하셨다.
우리 부부는 그냥 육아도 아닌 쌍둥이 육아 '생초짜' 훈련병, 장모님 역시 30여 년 만에 다시 육아 전선에 뛰어드는 예비역(?)이시니 적응기간이 필요할 듯해서 산후도우미 서비스도 신청해뒀다.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의 경우(신청자격이 된다는 가정하에) 일정 기간만 이용하면 비용이 그리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예상치 못하게 두 아이를 한꺼번에 키워야 하는 중책이 우리 부부에게 떨어졌지만 못할 게 뭐 있나. 지금까지 그랬듯이 우린 충분히 잘 해낼 거다.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육아, 그것도 쌍둥이 육아는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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