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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l 27. 2018

최고의 선생님은 엄마!'깨닫게 한'샤갈展 키즈 아틀리에

제 아이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요. 그림을 보는 건 물론 직접 그리는 것도 좋아하죠. 그래서 미술관에 자주 데려가는 편이에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감상하면 1시간은 거뜬히 관람하더라고요. 요즘 같은 날씨에 미술관은 정말 좋은 피난처죠.


얼마 전 예술의전당에서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展)이 열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인터넷을 통해 티켓을 예매하려고 하는데 '샤갈과 떠나는 그림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눈에 띄더군요.            

예술교육 전문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작가와 작품에 대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알려주고, 전시와 연계한 표현활동과 올바른 관람 예절까지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죠. 프로그램은 스토리텔링(20분)→전시감상(40분)→액티비티(20분, 만들기)→워크북(10분)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어요. 이 글을 모두 읽기도 전에 제 손은 이미 마우스를 클릭해 표를 예매하고 있었다는.. (ㅎㅎ)


많은 엄마들이 저와 비슷한 끌림을 느꼈나 봐요. 지난 6월엔 예매할 수 있는 날이 없었고 7월에나 가능했죠. 그렇게 한 달여를 기다려 드디어 키즈 아틀리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왔어요.


늘 그렇듯 결론부터 말하면 미취학 아동은 굳이 비싼 돈 주고 갈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사람 많지 않은 시간에 엄마(혹은 아빠)와 함께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관람하고 작가에 대한 부연 설명은 엄마가 알기 쉽게 말해주는 게 가격 대비 효과가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방학기간에 아이와 부대끼는 게 힘들어서 잠시라도 자유부인이 되고 싶다면 이보다 좋은 프로그램은 없을 거예요. 수업하는 1시간30분간 자유부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키즈 아틀리에 가격은 아이 한 명당 2만6000원이에요. 부모가 참관할 수 없어서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이가 체험한 후 기억하는 걸 봤을 때 아주 인상적인 수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때 인상 깊었던 작품 제목 하나 이상은 기억하는 아이인데요. 이번엔 이 그림을 그린 작가 이름이 뭐야? 라고 물었더니 "사...아?"라는 답을 하더라고요. 수업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전시관을 돌면서 그림을 봤는데 기억하는 작품이 단 한 작품도 없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이랑 한 것 중에 뭐가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으니 "이거 성 만든 거!" 라고 하더군요. 사진에 있는 저 성당을 만든 겁니다.


잠들기 전 인내심을 가지고 오늘 선생님한테 들은 얘기를 저한테 좀 해달라고 했죠. 엄마는 수업을 듣지 못해서 너~무 궁금하다면서요. 그랬더니 "샤갈 아저씨가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했어. 그래서 프랑스에 살고 싶어 했다네? 그래서 프랑스에 살면서 열심히 그림을 그렸대. 그리고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벨라였어. 근데 벨라 엄마 아빠가 반대했어. 샤갈 아저씨가 가난했거든. 그러다 샤갈 아저씨가 벨라한테 청혼을 했다네? 그리고 오~래 살았대. 아직도 살아 있을지도 몰라!"라고 하더군요.            

전시관 앞 부스에서 스토리텔링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대략적인 이야기는 알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 하지만 이 정도는 저도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전시회에 가기 전 공부를 해야겠지만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일 수도 있지만! 가성비를 따졌을 때 그리 만족스러운 수업은 아니었던 걸로 전 결론을 내렸어요.


이번 전시회에서 제가 쓴 돈은 약 4만5000원이에요. 아이 티켓(2만6000원)과 제 티켓(원래 1만5000원 짜리 티켓을 인터넷 예매로 1만2900원에 샀어요!)을 구매했고요. 차를 가져가서 주차비(3000원)도 냈어요. 아, 제 오디오 가이드(3000원)도 대여했네요. 모두 합치면 4만5000원 정도 썼으니 그다지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게 맞는 거죠?            

오디오 가이드에 텍스트도 나오기 때문에 아이는 헤드폰으로 작품에 대해 듣고 엄마는 글을 읽으면 돼요.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2개 빌릴 필요는 없답니다.


만약 오디오 가이드를 하나 대여해 아이에게 헤드폰으로 듣게 하고 저는 오디오 가이드에 올라온 글을 읽는다고 치면, 관람료(아이 9000원, 성인 1만2900원)와 오디오 가이드(3000원), 주차요금(3000원)이 들어요.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돈이 조금 아깝긴 해요. 그래도 덕분에 1시간30분 쉬었으니 괜찮은 건가요?


참고로 아이들끼리 수업을 듣고 전시관을 돌 때는 엄마도 같이 관람할 수 있다는 줄 알고 티켓팅을 한 뒤 수업이 끝나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직원분이랑 의사소통이 잘 안됐나 봐요 ^^;;)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미 전시회 관람을 끝냈더라고요. 만약 엄마(아빠)도 샤갈전을 보고 싶다면 아이가 수업을 듣는 동안 관람실을 둘러보는 걸 추천해요. 수업이 끝난 후 키즈 아틀리에 티켓을 보여주면 아이는 한 번 더 관람실에 들어갈 수 있긴 한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래더라고요. 아이도 지겨워하고요.


그러니 아이 들여보내 놓고 그림을 감상하고 있으면 아이가 전시회 보는 것도 멀찍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도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좋고요. 전시회 자체는 너무 괜찮았어요. 샤갈의 그림 스타일 변화에 따라 섹션이 잘 나눠져 있고 설명도 꽤나 잘 돼 있었답니다. 아, 사진 촬영은 금지!예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오늘 수업 중 찍은 사진은 키즈 아틀리에를 주최하는 '생각하는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볼 수 있다고 했는데요. 제가 못 찾는 건지 아직 사진이 안 올라온 건지 찾을 수가 없네요. (ㅎㅎ) 아이 얼굴이 다 나오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마음에 조금 걸리긴 하네요.            

참고로 이 전시회에 갈 예정이라면 대중교통보단 차를 가져가는 게 좀 더 편할 것 같아요. 예술의전당은 역에서 조금 멀리 있어요. 마을버스를 타면 정문 앞까지 가지만 이 더위에 아이를 데리고 버스 기다리려면 힘들 것 같아요. 주차요금은 2시간 조금 넘게 있어 1만원이 나왔는데 전시회 티켓 바코드를 찍었더니 7000원 할인돼서 3000원만 냈어요.


예술의전당 정문에서 전시실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알려드릴게요. 정문으로 들어가서 카페(테라로사)를 끼고 좌회전을 하세요. 쭉~ 직진하면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갑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왼쪽으로 코너를 돌아요. 그럼 앞쪽에 전시회 부스가 보일 겁니다! 괜히 실외로 나갔다 다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 타지 마시고요. 더운데 아이까지 데리고 힘들어요~!


아, 평일 낮에 갔는데도 관람하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주말엔 정~말 많을 것 같으니 요일과 시간대를 잘 선택해서 가야 될 듯합니다!


*관련 기사는 해당 업체로부터 어떤 대가는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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