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고 7개월이나 기다렸지만 돌보미 인터뷰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기다리다 지쳐 담당자에게 전화하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아요. 우선순위가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요"-서울 송파구 박신혜(34세) 씨
"구직을 준비하며 반년 정도 기다려 아이 등하원을 도와줄 돌보미와 매칭이 됐어요. 하지만 돌보미가 한 달도 안돼 그만뒀어요. 본인 집에서 저희 집까지 거리도 먼데 벌이도 얼마 안 된다고요. 그 뒤로는 사설업체를 통해 돌보미를 구했어요." -서울 용산구 이예린(33세) 씨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중점 사업인 '아이돌봄서비스'를 기다리다 지친 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국의 빵빵한 홍보와 달리 돌보미 인력 부족으로 실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런 와중에 여가부가 내년에 돌보미를 7000명이나 늘리겠다고 호기롭게 나서면서 괜히 기대감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이돌봄서비스란?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가 12세 이하의 아이를 둔 맞벌이 등의 가정과 아이를 돌봐주는 '돌보미'를 연결해줌으로써 부모가 일과 가정,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입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장기 정책이죠.
특히 아이돌봄서비스는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합니다. 비용은 사설업체와 비교해 20~50% 정도 저렴하고요. 돌보미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높아요. 정부 주도 하에 지자체가 지정한 기관에서 돌보미 양성 교육을 수료한, 검증 받은 인력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돌보미와 매칭된 부모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니 양육에 공백이 생기는 부모들은 너도나도 아이 돌봄서비스를 신청하겠죠? 하지만 그에 비해 돌보미 수는 너무 부족합니다. 매칭이 안 된 사람들은 후보자로 대기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잘 오질 않습니다. 특히 서비스 희망이 몰리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에 돌보미와 매칭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죠.
또 정부의 정책 사업인지라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우선 배정받기 때문에 조건에서 밀리는 많은 부모들은 기약 없이 기다리기 일쑤입니다. 각 가정과 돌보미 매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내 앞에 몇 명이 대기하고 있는지 등도 전혀 알 수 없죠.
◇예년보다 3배 많은 돌보미 확충안 계산법은?
기다림에 지친 부모들이 잇달아 불만의 목소리를 토해내면서 정부는 돌보미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내년에는 예산을 더 쏟아부어 돌보미 수를 현재 2만3000명에서 3만명으로 7000명(30%) 가량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죠.(☞관련기사 맥 빠진 아이돌봄지원 정책.."바보야, 문제는 OO야")
여기서 살짝 의문이 듭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수의 돌보미를 어디서 구하겠다는 건지 말이죠. 왜냐면 실제 활동하는 돌보미 수는 작년 2만1000명에서 올해 2만3000명으로 1년동안 2000명 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그 3배가 넘는 7000명을 더 확보한다니 무슨 특별한 수가 있는지 궁금했죠.
혹시나 하고 한 질문에 '역시나' 하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말 그대로 '목표치'라는 겁니다. 여가부 담당자는 "돌보미 양성 예산을 늘리면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돌보미가 늘어날 거고, 처우가 개선되니 활동을 중단했다가 돌아오는 돌보미도 있을 거라고 예상해서 잡은 수치"라고 설명하더군요.
◇"신규 도우미 7000명에 처우 개선 따른 활동 재개 돌보미까지"
여가부가 가장 많은 돌보미를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신규 돌보미 수'부터 살펴 볼게요. 정부는 내년에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돌보미 수가 전체 목표치에 해당하는 7000명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그 근거로는 예산 확충을 통해 돌보미 양성 교육에 필요한 교육기관과 강사가 늘어난다는 점을 들었죠.
문제는 돌보미 증가 목표치를 언론을 통해 공개한 지금껏 이들 교육기관과 여전히 사업 진행 여부를 협의 중에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이니 협의 성사 가능성은 크지만 만의 하나라도 불발되면 순수하게 양성되는 돌보미 수는 정부의 계산에 못 미칠 수도 있어요.
게다가 신규 교육 이수자들이 모두 돌보미 활동을 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는 것도 목표치에 의문을 갖게 합니다. 매년 평균적으로 신규 교육 이수자의 3분의 1가량이 교육만 받고 도우미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여가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돌보미 처우 개선책(임금인상+주휴수당 지급)에 힘입어 대부분의 신규 교육 이수자들이 활동을 바로 이어갈 거라는 판단입니다. 더해 처우 개선으로 그간 활동을 중단했던 돌보미들 중 일부도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어요. 따라서 실제로 확보하는 돌보미 수가 목표치를 웃돌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돌보미 처우개선 효과 클까?.."글쎄"
과연 임금은 떠났던 돌보미들을 돌아오게 할 만큼 높아지는 걸까요? 현재 돌보미들은 시간당 7800원의 수당을 받습니다. 내년엔 시간당 8400원(2019 최저임금 8350원)으로 높아진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시급*0.2=시간당 1680원)이 더해지죠.
예컨대 등하원 시간을 합쳐 하루에 4시간 일하는 돌보미의 경우 주 5일, 총 20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주휴수당을 받습니다. 그러면 올해 기준 주당 15만6000원(7800*4*5)이었던 임금이 20만1600원(주급 16만8000원+주휴수당 3만3600원)으로 많아지죠.
1주일에 5만원 정도 늘면 한 달에 대략 20만원을 더 버는 거죠. 한 달에 20만원은 큰 돈일 수도 있지만 아이를 보는 수고로움에 비하면 큰 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은 모든 직업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돌보미가 받는 혜택은 주휴수당인데, 시간당 1680원이 얼마나 큰 메리트로 다가올 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돌보미 활동을 하고 있는 분에게 처우 개선 효과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돌보미 활동을 하고 있는 김 모(64세) 씨는 "아이 보는 일이 힘든 걸 고려하면 20만원은 그리 큰 돈은 아니다"며 "게다가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돌보미 교육을 받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20만원이 활동 여부를 결정하기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의 계획대로 7000명 이상의 돌보미를 확충해 더 많은 부모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만, '~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추정한 호기로운 목표치보다 적어도 결정된 사안 안에서 따진 현실적인 목표치를 발표하는 게 돌보미와의 매칭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에게 실망감을 덜 안기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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