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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패밀리4+1]엄마가 되기 위해 여자는 울었다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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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직 세상에 나올 때가 아니야

임신 30주를 훌쩍 넘어서자 출산 징후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흔히 가진통이라 하는 배뭉침 증상이 잦아지더니 어느 날부터는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남편이 야근하느라 늦은 시각에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던 날. 갑작스레 5분 간격으로 뭉치던 배는 점점 주기가 짧아져 3분 간격으로 뭉침이 반복됐다. 첫 임신이어도 15분 간격으로 가진통이 생기면 병원을 가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배뭉침에 어찌 해야할지 온몸이 얼어버렸다. 혼자였다면 산부인과에 구급차라도 타고 갔을 텐데 방에 잠들어 있는 첫째와 둘째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남편이 오기까지 기다리기엔 뱃속 아기가 걱정이었다.


배뭉침이 시작된지 1시간30분 정도가 지나자 다행히 증상이 사라졌다. (너무 힘들어서 곯아떨어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문제는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벌어졌다. 또다시 시작된 배뭉침에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담당 의사는 "셋째 임산부가 5분 간격의 배뭉침에도 병원을 오지 않는 건 아주 위험한 행동"이라며 날 크게 꾸짖었다. 위험한 상황인줄도 모르고 자궁경부 길이가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말에 속없이 좋아하다가 '셋째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자궁문이 열릴 수 있으니 제발 조심하라'는 의사의 호통에 움찔했다. 결국 진통측정기에 잡힌 가진통 때문에 입원이 결정됐고,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들이 분만실로 향하기 전 머무는 대기실에서 하루를 묵게 됐다.


출산 전 조산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 첫 아이를 임신한지 20주를 막 넘겼을 당시 조산 가능성 때문에 오랜 기간 입원을 했었던 경험이 있어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2421_6505_464.jpg 몇 달 전 둥이아빠가 겪었던 커튼 감옥을 나 역시 경험했다. 커튼 감옥 안에 있으면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들의 고통스런 진통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16 출산의 감동 그리고 위대한 엄마란 존재

'셋째 출산쯤 되면 분만실이 덜 무섭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막상 분만대기실에 들어서니 어느새 세번째 마주하는 곳인데도 여전히 두려웠다.


벽을 치며 온몸으로 진통의 고통을 참는 임산부, 괴성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임산부, 조금만 더 힘내라는 남편들의 목소리와 호흡을 유도하는 간호사의 목소리. 이 다급한 목소리들과 함께 기계에서 들려오는 여러 태아의 심장 소리가 분만대기실에 가득 찼다.


이런 소리를 듣고 있으니 저 고통을 겪는 대상이 지금의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몇 달 뒤 내가 무조건 겪게 될 일이라는 공포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가 지금 출산을 하는 것 마냥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침대 커튼을 열어젖히고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까도 고민했다.

2421_6506_4853.jpg 뱃속에서 얌전히 있던 셋째 녀석은 다른 임산부들의 진통 소리가 들릴 때마다 본인도 긴장했는지 태동을 멈췄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진통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배뭉침이 심해졌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옆 침대에서 곧 만날 첫 아기와 보내게 될 미래에 대해 남편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임산부는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자 처절하게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인지, 너무 힘들어 잊은 것인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더 고통스러워했다.


맞은편 침대에 누워있던 임산부 역시 출산이 임박했는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두 번째 출산이라던 그녀는 호흡법을 꾸준히 연습해온 것 같았다.


어쨌든 출산이 임박해지자 두 임산부는 괴성에 가까운 소리로 울부짖으며 숨을 가파르게 내쉬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이렇게 힘을 주면 아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더 힘들다' '이러다가 수술하게 될지도 모른다'라는 간호사의 말에 어디서 슈퍼파워가 솟았는지 괴성을 거두고 침착한 모습으로 변했다. 순간 고통이 줄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분만실로 자리를 옮기고 한참 후 복도 가득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동시에 내 입에서도 놀라움과 안도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출산 모습에 감격했는지 한 아빠의 울음소리에 내 코끝까지 시큰해졌다. 분만대기실에 머물며 들었던 출산에 대한 모든 걱정은 여러 울음소리에 씻겨 나갔고, 나 역시 건강히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만 남아있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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