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학교 직접 가보니
"독박육아를 할 때 딱 이맘때쯤이 가장 힘들다는 걸 잘 아니까, 우린 그래서 모였어요"
돌 전후 영유아들이 한 곳에 모여 놀이를 하는 현장. 아이의 엄마들은 그 주변에서 아기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는지 지켜보기도 하고 아기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합니다. 아기와 눈을 마주치며 밝게 미소 짓기도 하죠.
신기하게도 누가 누구의 엄마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그곳에 있는 아기가 모두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다같이 아기들을 챙기기 때문이죠. 바로 이곳은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살이를 하는 '모두자람 마을학교의 아기학교'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그간 뉴스나 이야기 등을 통해 공동육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사고가 빈번한 어린이집 대안으로,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연령이 너무 어린 자녀들을 위한 장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공동육아 나눔터죠.
지역 맘카페에 공동육아를 모집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나눔터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엄마들 사이에서 떠도는 입소문, 뉴스 등으로만은 공동육아 나눔터가 어떤 곳인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알 수가 없죠. 이는 제가 공동육아 나눔터를 직접 찾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기학교는 서울시 공동육아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모두자람 마을학교에서 작년에 문을 연 공동육아 나눔터입니다. 한동네에 사는 엄마들이 모여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선생님이 돼 아이들이 서로 배우며 자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요.
수업 공간에 들어서니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연령대가 비슷한 만큼 성장과정이나 행동이 비슷해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된 주제였죠. 개인적으로 내 아이가 또래들과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육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공동육아의 첫 번째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날 수업 주제는 '미역 촉감놀이'였습니다. 물에 불린 미역을 바닥에 잔뜩 풀고 아이들이 온몸으로 미끈미끈한 미역의 감촉을 체험하는 놀이인데요. 기자가 아닌 엄마 입장에서 볼 때 '절대 집에선 할 수 없는, 피하고 싶은 놀이'였죠. 엄마 혼자서는 힘든 블록버스터급 놀이를 다른 엄마들과 함께 모여 할 수 있다는 점이 공동육아의 두 번째 매력입니다.
엄마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가방에서 준비물을 꺼내고 놀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한 엄마는 물을 가져오고, 다른 엄마는 미역을 불리며 준비물을 세팅했죠. 또 다른 엄마는 음악을 준비했고 나머지 엄마들은 아기들과 놀아주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완벽한 팀워크죠.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촉감놀이를 즐겼고 엄마들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집에서 아기와 엄마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또래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사회성을 기르는 데에 효과적이라는 것! 바로 공동육아의 세 번째 매력입니다.
그럼 아기학교 수업료는 얼마일까요? 아기학교는 매주 1회 약 1시간30분 정도 진행됩니다. 서울시가 돌봄 아동의 수에 따라 금액을 달리해 지원(350만~1000만원 내외)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동육아 나눔터에 참여하는 엄마들은 회당 1000원(월 4000원)의 수업료를 냅니다. (단체별, 커리큘럼 등에 따라 비용은 상이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비슷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문화센터 수업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주 1회 40분 수업시간을 기준으로 수업료 월 9만원(수업료 6만원, 재료비 3만원)을 내야 하는데요. 공동육아 수업보다 무려 20배가 넘는 비용이 필요하네요.
마을학교인 만큼 아파트 정보지나 지역 카페를 통해 공동육아 나눔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요. 나눔터는 한정된 인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참여를 위해선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게 아쉽네요.
8개월 아기를 키우는 엄마이자 아기학교의 운영진 중 한 명인 A씨는 "공동육아 나눔터는 아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엄마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며 "육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아기학교에 참석한 부모 상당수가 한 자녀 가정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육아 스트레스를 느끼는 다자녀 가정이었습니다.
이 같은 지역 공동체 나눔터은 단순히 아기를 함께 돌보는 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유치부, 초등학생을 위한 학교, 아이들과 텃밭을 일구며 자연을 배우는 자연학교,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학교 등 다양한 교실도 운영되고 있는데요. 독박육아로, 육아 스트레스로 힘들고 지친 부모라면 우리 마을의 공동육아 나눔터를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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