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마트폰 지킴이라며?
'초등학교 저학년 37.2%∙고학년 74.2%, 중학생 92.0%, 고등학생 93.5%'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7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안될 필수품이 되면서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매순간 뜨거운 감자다.
성인보다 자제력이 부족한 10대 청소년들에게서 특히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청소년 유해정보, 스몸비(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사이버불링(사이버상에서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보호자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고 이를 관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유아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고 유해정보를 차단하겠다며 '사이버안심존' 앱 서비스를 보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화면이 잠기는 '스몸비 방지서비스' 기능(스마트폰을 사용하며 10걸음 걸을 경우 화면 잠금)을 탑재해 관심이 집중됐다.
◇구글 평점 2점 미만..아이폰은 이용 제한
통신 3사인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역시 자사 이용객을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물을 차단하고 보호자용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운영 중이다. 그러나 통신사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일부 통신사의 경우 유료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반면 사이버안심존은 가입한 통신사 구분 없이, 그리고 부모명의 스마트폰을 자녀가 사용하는 경우에도 모두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 막상 앱을 다운받기 위해 마켓에서 검색해보니 사용자들이 평가한 점수가 바닥이다. iOS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OS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사용 방법과 범위가 판이함에도 평점이 바닥이란 점은 같다. 왜 이렇게 평점이 낮을까? 그래서 기자 본인과 아이의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에 사이버안심존을 설치, 이용해봤다.
안드로이드는 부모용과 자녀용으로 구분되며 각 대상의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아 사용해야 한다. △청소년 유해 앱 및 유해 인터넷사이트 접속 차단 △자녀 이용 시간 관리 △앱관리 △스몸비 예방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iOS 사용자는 사이버안심존이 아닌 '사이버가디언'이란 이름의 앱을 설치해야 하며, 사이버안심존과 같은 기능을 쓸 수 없다. 사이버안심존 관계자는 "자녀가 아이폰 사용자라면 안드로이드와 달리 유해차단기능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류투성이' 아이가 알아서 앱 삭제까지
△ 왼쪽은 아이의 스마트폰에서 정상작동 중인 사이버안심존 앱이다. 설치 후 하루가 지나 기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부모용 앱(오른쪽)을 통해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내역을 살펴보니 전부 '0'으로 표시된다.
평점이 낮은 이유는 앱을 설치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알아챌 수 있었다. 아이의 스마트폰에 자녀용 앱을 설치하자 초록 불과 함께 '정상 동작 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이날만큼은 아이가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뒤 이튿날 부모용 앱을 통해 아이의 앱 이용현황을 확인했다. 그 결과 모든 이용현황이 '0'으로 집계됐다. 앱 테스트를 위해 아이가 하루 반나절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부모가 옆에서 지켜봤는데도 사이버안심존만 몰랐나 보다.
△ 사이버안심존이 켜진 상태를 보며 수십 걸음을 걸어봤지만 스몸비 방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류로 인해 앱이 중지됐다.
이뿐만 아니라 스몸비 방지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이의 스마트폰을 보며 100보 이상을 걸었다. 하지만 화면 잠금은커녕 오류가 발생해 앱이 중지됐다.
더구나 아이가 스마트폰 내부 용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앱을 삭제하기까지 했음에도 보호자는 이 사실을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자녀용 앱을 삭제하기 위해선 부모가 사이버안심존에 가입할 때 등록했던 비밀번호를 적어야 가능한데 말이다.
이 비밀번호는 부모가 부모용 앱에 로그인할 때마다 입력하도록 설정돼 있다. 개인적으로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지만 보안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부모의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앱을 삭제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으며, 자녀용 앱 삭제 사실도 부모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은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방통위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내세운 사이버안심존의 여러 기능은 실제 상황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평가가 말해주듯 결국 사이버안심존이 유명무실한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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