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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불성실한 대응에 또 한번 분통터져요

'붕괴' 상도유치원 학부모

by 올리브노트
2453_6599_364.jpg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공사장 흙막이 붕괴 사고로 상도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사진=임성영 기자)


"아이들은 적응에 힘들어하고 그걸 보는 학부모들은 속이 터져요. 그런데 이번 사고와 관련 있는 동작구청, 서울시교육청 분들은 남일 보듯 하니 화가 치밀죠"


지난 6일 유치원 건물 붕괴 사고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서울 동작구 상도 유치원 학부모들이 당국의 불성실한 사후 대처와 안일한 태도에 또 한 번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엿새 동안 동작구청과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들이 철거와 원인 규명에만 집중할 뿐 정작 피해자인 아이들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들이 서로 책임 회피를 위한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학부모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상도 유치원 원생들은 지난 10일부터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상도초등학교로 등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122명의 원아 중 절반 정도만 수업에 참석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불안한 마음에 상당수 학부모들이 가정 보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맞벌이 중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휴가를 내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동원해 겨우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상도 유치원 학부모 A씨는 "철거 중인 유치원 건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들어 아이를 도저히 유치원에 보낼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맞벌이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가정에서 아이를 보살필 수 없는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아이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건 화장실입니다. 유치원에는 유아 전용 변기가 놓여 있고 세면대의 높이도 작은 키에 맞춰 낮게 설치돼 있지만 초등학교의 화장실 시설은 이와 다릅니다.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적응은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손주를 이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B씨는 "(상도)초등학교로 보내기 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많더라"며 "아이가 소변기가 평소에 쓰던 거랑 달랐다고 얘기해 아차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 C씨는 "새로운 유치원 건물이 만들어지기까지 기약이 없는 상황인데 아이들의 키나 체격 등에 맞게 시설을 구비해 줄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전했습니다.


급식도 마찬가지. 유치원에선 뜨거운 음식 등에 데일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급식판에 밥과 국, 반찬을 덜어 테이블에 놓으면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먹어 왔는데요. 상도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직접 식판을 들고 가서 배식을 받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교사들이 급식을 받아와 아이들 앞에 놓아 주고 있지만 잠깐이라도 시선을 떼면 사고가 나는 시기의 아이들이라서 선생님들도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새로운 환경이다 보니 아이들이 먹을 때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상도 유치원생 D양은 "(초등학교 건물로 옮기고 나서) 보통 때보다 친구들이 밥을 잘 안 먹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스트레스였는지 아이가 투정이 늘어 걱정인 학부모도 있습니다. 상도 유치원 학부모 F씨는 "아무래도 급하게 교실을 만들다 보니 어수선하고 그렇지 않겠냐"며 "갑자기 아이가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같아 심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2453_6600_4040.jpg 지난 10일부터 상도 유치원생들이 등원하고 있는 상도 초등학교 입구. (사진=임성영 기자)

이렇듯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학부모는 그런 아이들을 달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정작 이번 일과 관련된 구청과 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인명 피해가 없었으니 큰 문제 아니지 않냐'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까딱했다간 대규모 인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 이와 관련해 학부모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 사고 원인을 설명하거나 사과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사고 이튿날까지 학부모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겨우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던 건 물론, 11일 유치원 측이 주최한 붕괴 사고 설명회에 참석한 구청과 교육청 관계자들에게서는 향후 대책과 관련한 확실한 대답을 전혀 들을 수 없었습니다.


F씨는 "자정까지 구청장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몸이 좋지 않다며 참석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유치원 건물이 안전하다고 진단한 감리사도 설명회장에 나오지 않았다"며 "회의에 참석한 담당자들이 향후 대안에 대해 하나도 준비하지 않고 온 걸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씨는 "어느 곳도 피해 학부모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현실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라며 "관계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길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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