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정이 한 택시를 탈 때 승차 거부되는 법령을 개정해 주세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이다. 세 명의 어린 자녀를 둔 청원인은 다자녀라는 이유로 택시 승차거부를 당했다면서 "한 가족인데 법적으로 한 택시에 타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면서 왜 아이들은 많이 낳으라고 하나"며 울분을 토했다.
택시의 모든 승차거부가 불법 행위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택시 운전사와 다자녀 가정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실제 여러 지역 카페에는 "올여름 찜통더위에 지쳐 동생과 아이 셋을 데리고 콜택시를 불렀는데 승차거부를 당했다(ID 010***) "급한 일이 생겨 아이 넷을 데리고 택시를 탔는데 내릴 때가 되니 다음엔 택시를 나눠 타야 한다고 기사님이 얘기해주더라. 화가 나서 혼자 못 앉는 아이는 어쩌냐고 괜히 기사님한테 화풀이 했다ㅠㅠ"(ID hm0***)와 비슷한 내용의 글이 상당수다.
그럼 다자녀 가정 승객에 대한 택시의 승차거부는 불법일까? 안타깝게도 이 경우 택시의 승차거부는 불법이 아니다.
도로교통법 제39조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승차 인원, 적재 중량 및 적재 용량을 넘겨 운전해서는 안 된다. 보통 4~5인승인 일반 택시의 경우 운전자를 포함해 최대 5인만 승차해야 하는 것이다. 다인승 탑승이 가능한 콜밴(승합차) 역시 정해진 승차 인원을 넘겨선 안된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택시 승차 인원 계산과 관련해 13세 미만 영∙유아, 미취학 아동 1명도 성인 1명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한 바있다. 예컨대 어른 2명과 13세 미만 아동 3명이 택시를 탈 경우, 운전자를 제외한 택시 정원인 4명을 초과하기 때문에 택시 2대에 나눠 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유는 바로 '안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영∙유아도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어린이와 성인을 똑같이 1명으로 간주한 것이다. 실제 작년 6월 10살 이하 어린이 두 명과 운전자를 포함해 총 7명이 탑승(정원초과)한 택시와 4명이 탄 일반 차량이 충돌해 11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국토부가 영∙유아와 어린이를 나누는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뭉뚱그려 정한 것은 논란의 대상이다. 신생아나 돌 전 아기와 같이 사실상 혼자 성인용 안전띠 착용이 불가한 아기들과 택시를 긴급하게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라도 부모가 아기를 안고 탈 수밖에 없는데 아기를 성인 1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맞는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정한 모호한 기준에 정작 속 끓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 맞부딪히는 다자녀 가정과 택시 운전사들이다.
전국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승차 인원을 초과해 탑승시킬 경우 운전자는 과태료 6만원 대상이 된다"며 "특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별 보험에 따라 보상은 받겠지만, 보험사가 운전기사에게 피해 일부를 구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택시 운전기사 입장에선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론 아이들의 손을 잡은채 택시를 기다리는 다자녀 가족을 모른 척하기도, 그렇다고 무조건 태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암암리에 아이 포함 5명까지는 그냥 운행하는 운전기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가피한 상황에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다자녀 가정은 운전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승차 인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에 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도 승차 인원에 포함되는지 몰랐다' '아이 한 명은 0.5명으로 본다'는 잘못된 정보가 계속해서 공유된다.
13세 미만 아동의 택시 승차 인원 계산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정작 갈등을 중재해야 할 국토부는 3년 전 서울시 요구에 대한 유권해석 외에는 현재까지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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