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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패밀리4+1]'아이 셋' 지옥의 부모상담 주간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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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주 3탕' 워킹맘은 괴로워~

9월 말에서 10월 초가 되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이 2학기 학부모 상담을 시작한다. 아이와 선생님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서서히 알아가는 단계였던 1학기 학부모 상담에 비해 2학기 학부모 상담은 내 아이에 대한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학교 및 유치원, 어린이집이 2학기 학부모 상담을 예고한 뒤 부모로부터 원하는 상담 날짜와 시간을 수집해 간다. 상담은 직접 선생님과 대면하는 상담 방식과 전화 방식이 있는데 내 경우, 이럴 때가 아니면 일 년 중 선생님을 뵐 일이 사실상 없다고 생각해 대면 상담을 신청했다. 물론 워킹맘인 만큼 상담 시간은 최대한 회사 퇴근 시간에 맞춰야 했다. 이 시간대가 경쟁이 치열하다. (부모들의 상담 희망 시간이 겹칠 수 있어 원하는 시간과 날짜를 미리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시간에 배정될 수 있다)


첫째 아이의 학부모 상담은 화요일, 둘째 아이의 상담은 목요일로 잡혔다. 다행히 첫째 아이는 업무를 마친 퇴근 시간에 상담이 가능했지만 둘째 아이는 한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일정이 잡혔다. 하필(?) 이 바쁜 부모상담 주간에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인 셋째의 산부인과 정기 진료도 잡혔다. 업무도 바쁜데 한 주에 학부모 상담만 세 번이라니 걱정이 눈 앞을 가렸다. '다자녀 부모들은 매년 매학기 마다 고난의 행군이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대단함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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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기 때만 해도 수줍음이 많아 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를 보며 새로운 반에 혹시 적응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2학기 학부모 상담에서 담임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18 부모가 모르는 사이, 아이는 한 뼘 더 성장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첫째 아이의 상담일. 만삭인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빠른 걸음을 걸어 교실에 도착했다. 업무를 마치자마자 급히 학교로 향했기 때문에 머릿속은 하얀 백지 상태였다. 선생님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약 2~3분간은 어색한 침묵만 이어질 뿐이었다. '아! 아이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을 정리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쳤다. 이 생각은 작년에도, 올해 1학기 상담 때도 했는데 또 그냥 참석했다. ㅠ_ㅠ


"교우관계는 어떤가요? 학교에서 장난을 많이 치진 않나요? 선생님 말씀을 안 듣지 않나요? 공부는 열심히 하나요? 발표 수업 같은 건 아예 참여를 안 하는 것 같던데.."


덩치만 크지 여전히 내 눈엔 아기로만 보이는 첫째 아이인지라 두서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이 전혀 걱정할 게 없어서 사실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아이가 친구들을 잘 배려해주고 공부도 열심히 합니다"라며 "사실 처음엔 깍쟁이처럼 보였는데 지내보니 제가 잘못 알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1학기 상담 때만 해도 아이가 말주변이 없고 수줍음이 많다고 해서 선생님도, 나도 걱정이었는데 어른들이 모르는새 아이는 훌쩍 자라있었다.


유치원생인 둘째 아이의 상담일. 이번엔 상담 전 몇 가지 질문을 정해서 참석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교우관계는 어떤지, 공부는 잘 따라가는지,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을 20분이란 주어진 상담 시간 안에 해야 했다.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에 비해 굉장히 활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1학기 상담 때 걱정스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더 긴장한 상태로 상담에 참석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부모상담에 들어가 10분 만에 얘기를 마치고 나왔다. 준비했던 그 많은 질문을 단 한 개도 꺼내지 않았다. 앞선 걱정과 달리 친구들에게 상냥하고 배려심이 많은 아이, 예쁜 말로 상대에게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라는 선생님의 평가에 '괜한 걱정만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둘째 아이도 첫째 아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몰랐던 그 반 년 사이에 너무나 많이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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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아이의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적어둔 일지. 학부모 상담일에 이 내용을 보며 그간 아이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


셋째 아이의 막달검사가 예정된 산부인과 정기진료일. 조산기로 산부인과에 지난 몇 주 동안 수차례 들락날락했던 탓에 막달검사 전 아이에게 문제가 있진 않을지, 내 몸 상태가 태아를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건 아닐지 굉장히 걱정됐다. 몸도 무거운데 대상포진까지 생겨 고통이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기가 너무 작지 않나요? 자궁경부 길이는 괜찮나요? 예정일보다 많이 빨리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대상포진이 아기한테 나쁜 영향을 미치진 않겠죠?"


걱정되는 마음에 검사가 끝나자마자 담당 의사에게 질문 폭탄을 투척했다. 임신 초기부터 약을 달고 살 정도로 고생했던 셋째인지라, 그럼에도 일하랴 가족들을 챙기랴 셋째에게 다소 무심할 수밖에 없었던 터라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의사는 "아기가 작긴 하지만 심장도 잘 뛰고 건강하다"며 "자궁경부 길이도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고 대상포진은 임산부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약을 사용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조산기가 심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지금은 아주 건강해진 편이라고.


정신없었던 며칠을 보내고 상담 내용을 함께 들을 수 없었던 남편에게 선생님, 의사와 나눈 얘기를 전했다. 상담 전 막연히 걱정만 했던 우리 부부의 모습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엄마 뱃속(?)에서,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또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시간을 쪼개서라도 대면 상담을 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워킹맘이 일주일에 3번 상담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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