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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Nov 28. 2017

'온리(Only) 한식' 두 아이와 떠난 日오사카.."

날 살린 편의점...오코노미야키·초밥 등 유명 맛집 '그림의 떡'..결국

많은 음식점이 모여있는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

오사카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인만큼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맛집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아서 지나다 아무 식당이나 가도 맛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온라인 카페, 블로그를 검색해봐도 오사카 먹거리를 칭찬하는 내용이 태반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일본 음식이 맞지는 않을 터.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첫 해외여행이었던 아이들은 일본 특유의 향이나 소스 맛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고 일부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컸다. (태어나서부터 여러 음식을 먹이지 않고 한식만 고집한 엄마 탓인가.) 8살, 5살 두 아이 모두 피자, 치킨, 파스타 등과 같은 이국적인 음식을 즐기지 않는 편인 데다 김치 없인 밥을 맛있게 먹지 못할 정도로 한식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주문한 야키소바가 나와도 아이는 관심 없이 튀김만 먹었다.

첫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과 오사카 번화가인 도톤보리로 향했다. 점심으로 오사카의 대표 음식으로 손꼽히는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를 먹으러 갔다. 테이블마다 뜨거운 철판이 준비돼 있고 즉석에서 요리를 해먹을 수 있었는데 어쩐지 아이들은 새우, 계란 튀김 하나씩만 먹고 더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


이유는 음식이 너무 짜고 느끼한 데다 생강 맛이 강하다는 것. (가정에선 음식에 간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이후 유명하다는 맛집의 다코야키, 만두, 오므라이스 등을 사줬지만 아이들은 입 한번 대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유일하게 돈까스만 먹었고 한식당을 가장 좋아했다.)


일본 여행을 온 만큼 이곳의 음식과 문화를 즐기고 배우는 것이 좋겠지만 아이들이 먹기 힘들어 하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억지로 음식을 먹었다가 탈이 나거나 기분을 망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기내식으로 먹었던 샌드위치 몇 조각으로 저녁까지 버텼다.


결국 오사카 여행 첫날 아이들의 저녁식사는 숙소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한 즉석밥과 한국에서 가져온 통조림 햄과 김이었다.

일본 여행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이 먹은 돈까스와 우동.

이튿날 우리 부부가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것은 바로 한인마트의 위치. (나는 여행지마다 항상 잘 먹고 다녀 한인마트를 찾아갈 일이 없었다.) 이날 우리 가족은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을 다녀온 뒤 지친 몸을 이끌고 한인마트로 향했다.

역시 아이들은 한국 음식점에서 밥을 더 잘먹었다.

도톤보리강 인근에 있는 한인마트(히로바, スーパーひろば)는 월~토의 경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지만 일요일은 한 시간 더 빠른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니 참고하자.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우리 가족은 마감 시간 5분 전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라면과 김치, 설렁탕(즉석조리식품), 통조림 햄, 김 등을 장바구니에 마구 담았다.


늦은 저녁까지 아이들과 다니기 어려웠기 때문에 관광 일정을 마치면 대부분 숙소에 돌아와서 식사 했다. 여행기간 동안 한인마트는 단 한 번 방문했다면 편의점은 하루에 몇 번씩 들릴 만큼 우리 가족에게 구세주(?)같은 곳이었다. 일본은 편의점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매장 수도 많고 판매하는 상품도 다양하다. 아이들에게는 주로 한인마트에서 사다 둔 반찬과 편의점 즉석밥을 주고 우리 부부는 포장해온 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했다. (가수 성시경이 일본에 가면 꼭 먹는다고 알려진 유명한 계란샌드위치와 맥주는 빠질 수 없다.)

다양한 도시락을 판매 중인 일본 편의점.

지금까지 일본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아이들의 부모 입장에서 여행기간 중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실 오사카에 가면 초밥, 규카츠(쇠고기에 빵가루를 입히고 기름에 튀긴 일본식 양식), 쿠시카츠(잘게 썬 돼지고기와 파를 꼬치에 번갈아 꿰어 빵가루를 묻히고 튀긴 음식), 라멘, 다양한 디저트 등 먹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이런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크다. 다음 해외여행 전에는 '아이들에게 미리 여러 음식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해주고 한인마트 정보도 미리 파악해야겠노라' 다짐했다.

아이들 없이 이전에 갔던 오사카 여행은 맛집투어나 다름 없었다.

오사카는 먹거리만큼 볼거리와 놀거리도 다양하다. 하지만 아이들과 다니는 여름철 관광지로는 어땠을까. 참고로 내가 아이들과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방문했던 지난 8월6일 오사카는 38도가 넘는 폭염을 기록했고 다음 날엔 태풍 노루가 강타했다. 그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해당 기사는 항공사나 여행사 등으로부터 어떤 혜택이나 대가를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예약 및 비용을 지불하고 작성했습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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