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립 유치원의 회계 비리 사태가 온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데요. '을'이라는 이유로 참고만 있었던 교사들로부터 유치원 원장들과 관련한 비리 제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원장들이 노동력 대비 월급이 적은 대표 직업군으로 꼽히는 유치원 교사들의 월급을 조작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중 '사립 유치원 교사 인건비도 감사해 달라'는 내용의 글에 따르면 유치원 원장들이 담합해 '사립 유치원 교사 호봉별 월급표'를 만들어 국가에서 정한 교사 호봉별 월급보다 적게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합니다. 청원인은 이로 인해 일부 교사들이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 채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니 관련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원장과 고용 계약서를 체결할 때 계약서 상에는 자신의 호봉대로 월급을 받는 것으로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낮은 호봉의 월급을 받고 있다는 유치원 교사의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이 교사는 원장에게 항의를 할까 고민했지만 자칫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시 업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 걱정돼 말도 안 되는 원장의 제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유치원 업계에선 교사들의 월급을 조작하는 일들이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경기도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계약서상 월급과 실제 교사가 받는 월급 간 차액은 그대로 원장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이라며 "워낙 그런 곳이 많다 보니 교사들은 으레 그러려니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유치원 교사 B씨는 "원장들은 계약서보다 월급을 적게 주겠다는 말을 꺼내면서 '선생님 말고도 이 자리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다'는 식으로 교사들을 제압한다"며 "고용자 입장에서 그 얘기를 들으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경력이 짧은 교사를 채용해 과중한 업무를 맡기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 그래도 경력이 짧아 서툰데 업무량까지 많으니 아이들에게 쏟는 정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입니다.
교사 A씨는 "받아야 하는 만큼 월급도 못 받는데 일까지 힘드니 당연히 보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교사도 사람인데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걸 감내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푸념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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