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원아들의 급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심지어 급식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비리가 만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비리사항이 적발된 서울 시내 유치원 76곳에 대한 감사결과를 25일 실명 공개했다. 유치원 유형별로 비리가 적발된 비율을 살펴보면 공립유치원이 116곳 중 31곳(26.7%), 사립유치원이 64곳 중 45곳(70.0%)이다.
지적된 비리는 대개 원장 개인 또는 설립자가 유치원 운영비 및 시설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이었다. 특히 일부 사립유치원의 경우 아이들과 관련해 부모들이 예민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급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은유치원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대형 할인매장에서 급식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29만원 가량을 주류와 의류(총 10회)를 구매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반과세 사업자로부터 유치원 급식 식재료를 구매한 후 발급받은 세금계산서 총 40건에 대한 매입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예정신고 또는 확정신고 할 때 누락했다. 그 금액만 무려 1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유치원 급식과 관련돼 올라온 글이 올라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출처=보배드림 홈페이지 캡쳐)
심지어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 업체와 급식 재료를 거래한 유치원도 있었다.
유치원과 같이 1회 50명 이상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집단급식소에 해당돼 관할구청에 신고 후 운영하고 있다. 집단급식소의 경우 식품위생법 제37조 및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 21조, 제25조에 따라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 신고를 한 업체를 통해 식재료를 구매하도록 돼 있다.
나래유치원은 집단급식소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급식 식재료를 도소매 업종만으로 영업하는 업체에 구매해 급식을 운영했다. 총 47건의 대금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면서도 과세 대상인 공산품과 비과세 대상인 농수산물의 계산서를 수취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시립유치원인 벧엘유치원은 등록 유아만 무려 295명(2017년 4월 기준)으로 집단급식소에 해당함에도 2015년 3월부터 감사일까지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무자격업체와 식재료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급식 영양사를 채용하지 않은 유치원도 있었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르면 한 번에 100명 이상의 유아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유치원은 면허를 받은 영양사 1명을 둬야 한다.
다만 급식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급식을 하는 2개 이상의 유치원이 인접해 있는 경우, 같은 교육청 관할 구역에 있는 5개 이내 유치원은 공동으로 영양사를 둘 수 있다.
원아수가 총 191명(2015년 4월 기준)에 달하는 아란유치원은 아예 영양사를 채용하지 않았다. 영양사가 전자우편으로 식단표만 작성해 보내고, 조리사가 '일일주방 점검표'를 작성해 원장의 결재를 받는 등 영양지도와 위생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급식 운영 일지나 식중독 예방 일일 점검 등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거나 직원들에 식품위생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급식 운영 관리를 소홀히 한 유치원이 적지 않았다.
급식과 관련된 문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자치한 부분이 바로 급식비 징수다. 총신대학교부속유치원, 숲유치원, 동성유치원 등 일부 사립유치원은 원아 급식비를 학부모에게 징수하면서 산출 근거 없이 원아 1인당 급식비를 월 4만~7만원선에 결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당국은 원아들마다 사정에 따라 급식 실시 일수가 다를 수 있고 방학이 있는 달은 다른 월보다 급식일수가 적은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매월 정액으로 내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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