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에 태어나 집으로 온 콤콤이는 엄마 아빠와 몇 달간 '방콕'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예쁜 벚꽃이 반기는 봄이 찾아왔지만 아직 꼬맹이인 아이들이 밖에 나가기엔 일렀다.
소아과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아기들이 생후 100일 이후에 첫 외출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면역 기능이 약해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는 데다 몸이나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자칫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일심동체인 엄마 아빠도 그간 자연스레 '집순이·집돌이 모드'. 그나마 아빠인 난 출근해서 동료들과 점심도 먹고 카페에서 음료도 마시는 데다 가끔 회식도 하며(물론 마나님의 허락 하에) 바깥바람을 쐴 기회가 있지만 콤콤이 엄마는 그야말로 '강제 연금' 상태이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100일 남짓 된 콤콤이의 첫 공식 외출을 위해 일찌감치 사둔 유모차 라이너와 베개 등을 장착하고 옷도 단단히 입혔다. 아들둥이가 아니라 딸둥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보닛도 착용 완료.
그러던 차에 드디어 아이들과 정식으로 바깥나들이를 할 기회가 찾아왔다. 예방접종이나 추가 검사를 위해 병원과 집을 오가는 것이 아닌 둥이와의 공식적인 외출 말이다. 목적지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백화점. 시작이 반이니 처음엔 가까운 곳부터 공략(?) 하는 거다. 때마침 아이들을 보러 올라오신 본가 부모님도 동행했다.
100일을 갓 넘긴 아이들을 이동할 수단으로는 쌍둥이용 디럭스 유모차가 선택됐다. 이날을 위해 일찌감치 유모차 라이너와 베개도 구입해뒀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옷도 단단히 입고 담요도 덮어줬다. 마지막으로 여자아이라는 것을 증명(?) 하기 위한 보닛(얼굴과 이마만 드러내는 모자)까지 착용 완료.
집안에서 연습 삼아 유모차를 꽤 밀어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밖에 나와 아이 둘을 태운 채 밀어보니 유모차가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아직 몸집이 작아 유모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아이들을 보니 긴장해서 땀은 또 삐질. 신생아는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안 되니 햇빛을 피해 가느라 손과 팔근육엔 힘이 잔뜩 들어갔다. 딸둥이 아빠의 유모차 첫 정식 운전은 만만치 않았다. 목적지가 가까워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근육통이 생길 뻔했다.
△둥이아빠의 첫 유모차 공식 운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행여 아이들이 불편할까 봐 긴장한 채 유모차를 밀면서 비틀거리는 모습이 참 초보스럽다.
아이들은 백화점 내부에 들어서자 눈을 어디로 둘지 모를 정도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엄마 아빠와의 보금자리로 온 뒤 병원 정도를 제외하곤 세상 구경을 못 했던 터라 더 신기했을 거다. 엄마 아빠 역시 아이들을 보느라 한동안 백화점 출입을 못한지라 뭔가 어색하긴 마찬가지. 안 온 새 매장 브랜드는 물론 배치도 꽤 바뀌어 있었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다. 콤콤이의 짧은 수유텀을 이용해 외출한 만큼 가볍게 콧바람만 쐬고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백화점 안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건 유아동 코너의 아기 옷이나 용품들뿐. 엄마 아빠가 돼 보니 내 옷이나 물건들은 생각도 잘 안 난다. 아이 것보다 내 것을 먼저 생각하는 건 뭔가 죄스러운 생각마저 든다.(물론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나왔는데 구경만 하다 그냥 들어가는 건 너무 아깝다. 백화점 내 카페라도 들러 차라도 한 잔 마시기로 했다. 디럭스 유모차가 워낙 크다 보니 사람 많은 일반 카페로 가긴 어렵고 휴게공간 옆에 마련된 망고 음료 전문 카페에서 디저트를 사다 넓은 벤치 의자에 앉았다.
△그냥 들어가긴 아쉬워 카페 옆 휴게공간에 잠시 앉았다. 콤콤이는 기특하게 쌔근쌔근 자면서 엄마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잠깐의 휴식시간을 선사했다.
오랜만에 콤콤이 엄마, 부모님과 밖에서 먹는 망고 디저트 맛이 얼마나 꿀맛인지. 다행히 아이들은 첫 외출에 익숙해져 칭얼대지도 않고 잘도 잔다. 덕분에 기저귀만 한 번 갈고 별다른 이벤트 없이 집으로 잘 돌아왔다.
총 외출 시간은 2시간 남짓으로 매우 짧았다. 하지만 첫 외출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쌍둥이 아빠로서 뭔가 한 단계 발전한 느낌이랄까. '나도 아이 데리고 밖에 다닐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달까. 둥이아빠로서의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한 첫 바깥나들이의 강렬한 기억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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