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공부를 꽤 잘 한 편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냥 그냥 잘하는, 강북의 평범한 학 교에서 10프로 정도 되는 성적이었는데 (3학년 우리 반 인문계 진학률이 50프로가 안 된 걸로 기억하니 고등 입학 기준 20프로 정도 아닐까), 고등학교 입학 후 전국 5-10프로 정도였고 고3에는 3프로 전후로 갔다가 재수할 때는 1프로 안쪽을 유지했다.
대학 공부는 선택해서 간 전공이라 거부감이 없어서 편했다. 좋고 싫음이 극명해서 한 번 거부감이 느껴지면 그 과목은 바닥을 깔기에, 고른 점수를 위해서는 일종의 세뇌 내지는 자기 암시, 강박 등이 필요했는데 대학은 그런 과목이 없었다.
맥락 없이 외우는 게 취약해서 이해를 해야 공부가 가능한 타입이고 천재형은 아니라 이해를 하려면 기본부터 시작을 했으니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는 남들에게 설명도 괜찮게 하는 편이다. 오지랖이 있어 누가 뭘 물어보면 최선을 다해 알려주기도 한다.
나는 남을 가르치는데 나름 괜찮은 사람인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상대편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나는 굳이 붙잡고 뭘 하지 않는다.
진급 과정에서 회사에서 직원들이 나를 평가한 자료를 보게 되었다.
평가자는 익명 처리되고 결과만을 볼 수 있었는데, 내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열에 일곱은 최상의 평가를, 열에 셋은 최하의 평가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자료를 보고 아 이거 누가 평가했겠다 금세 알 수 있었다.
최상의 평가에는 지식 전달 관련이 만점이었고, 최하의 평가는 해당 항목 점수가 바닥이었다.
일을 주고 업무 지침을 준 후, 하는 중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 하면 온갖 시시콜콜한 거 묻는 직원, 알아서 하며 가끔 묻는 직원부터 아무것도 묻지 않는 직원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는 누군가 뭘 물었을 때 이런 것까지 묻냐거나 네 공부는 네가 알아서 하라 답한 적이 없다.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관련 문헌을 알려주거나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에게 연결시켜 줬다.
반면 아무것도 묻지 않는 직원이 있으면 두세 번 정도는, 무슨 문제없는지 묻고 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사전 보고를 해달라 했는데, 어떤 직원들은 이렇게 해도 그냥 자기 멋대로 처리했다. 그리고 상당수 문제가 발생하거나 미흡하다.
관리자는 이런 사람도 끌고 나가야 하는데 나는 그게 너무도 귀찮아 그러느니 내가 하고 말았다. 가르쳐서 작업 지시 나가는 거 보고 그거 잘 나갔나 다시 확인하느니 내가 한 번에 직접 작업 지시서 쓰고 검토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하고 문제가 안 생기니까.
쟤를 쓸만한 인력으로 만드느니 내가 하는 게 훨씬 편한데 왜 굳이 그런 수고를 해야 하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도 아닌데. 서로 피곤할 이유가 뭔가. 비효율적인데.
아이들 키우는 것도 뭔가 비슷하다.
나는 설명회도 꼬박꼬박 챙겨 듣고,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 내용도 종종 챙겨 보며 질문을 받으면 설명 정도는 가능한 부분도 꽤 있다.
뭔가 물어보면 그에 대한 정보를 줄 수도 있고, 학원 등 지원을 원한다면 최대한 지원해 줄 의사도 있다.
그러나 하기 싫다 하면 그걸 강제는 못하겠다. 설득조차 쉽지 않다.
둘째와 흔히 하는 대화.
나 이거 잘하고 싶어.
그럼 이거 이거 해야 할걸. 너 지금 하는 거 보면 이런 쪽을 잘 안 하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보이거든. 좀 더 시간을 써서 이런 부분을 보강해 봐.
그 후 애가 엄마 말대로 하니 진짜 이번에는 저번보다 잘했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애는 곧 귀찮아서 그만두거나 아 이제 놀고 싶다 할 일을 미루고 놀기 일쑤다(충동성이 가득한 ADHD 아닌가). 그리고 얼마 후 결과가 안 좋으면 끈기는 없으나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 아이는 펑 터져서 멘붕에 빠진다.
이 패턴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기에 나는 애가 후회할 걸 안다. 애도 자기가 후회할 걸 알지만 후회하더라도 당장에는 하고 싶지 않다 한다.
너 나중에 후회할걸. 그래도 안 하면 할 수 없고.
그래도 안 하면 포기한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부모는 아이를 어디까지 이끌어줘야 하는 걸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기대를 받지 않았기에 마음대로 자랐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누군가 내 인생에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크게 나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도, 실패 좀 해도, 많이 돌아가도, 그래서 후회를 하더라도 본인 인생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러다 여전히 제멋대로인 애들을 보면 한 소리 하다 아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그냥 넘기기의 반복.
17년이 넘게 부모였는데, 나는 아직 부모로서의 역할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