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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에게

7. 가시밭길의 시작

by 짱몽

“어? 몽냥이 밥 먹는다!”

“어디? 헐, 진짜네!”


새벽에 자다 잠깐 깬 우리는, 까드득 소리를 내며 밥을 먹고 있는 게 너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 네가 스스로 뭔가를 씹어 먹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었거든!

그러고도 너는 그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스로 가서 밥을 평상시처럼 먹더라. 아니, 평상시보다 더 많이 먹는 것 같았어. 그동안 못 먹었던 걸 한 번에 다 먹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나는 네가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한시름 놓았지. 그리고 네가 밥을 잘 먹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따로 있다는 걸 머지않아 알 수 있었어.


그 비결은 바로, A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

성분 중에 항우울제가 있더라고. 항우울제 효과가 식욕증진이었거든. 효과는 확실하더라. 너는 자다가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밥을 먹곤 했으니까.


나는 네가 약빨로 버티고 있는 거구나, 싶어서 또 마음이 아팠어. 그래도 어쨌든 밥을 스스로 다시 먹기 시작했단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니, 너무 슬퍼하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또 다른 효과 하나 더! 더 이상 코가 막힌 소리가 나지 않았고, 숨을 쉬기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어. 더 이상 산소발생기를 켜도 되지 않을 만큼.

아마 약에 포함돼 있는 항생제 성분 덕분에 코 속의 염증이 가라앉은 것 같았어.


컨디션이 좋아져서 하루종일 골골송을 부르고, 졸졸 따라다니며 간식을 달라고 보채는 네 모습을 보며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행복했지.


네가 비강종양 판정을 받았단 사실 자체도 까맣게 잊고 있었어. B병원에서 다시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조직검사를 위해 채취됐던 부분이 하필 염증 부분이라, 종양의 type은 진단이 어려웠대. 그리고 비강종양의 70% 정도는 림프종인데, 림프종으로 판정날 경우엔 방사선 저선량 치료를 하게 될 거고 종양이 완전히 없어질 확률은 50% 정도래. 총 반응 확률은 70% 정도. 그리고 만약 암종으로 진단된다면 고선량 치료를 진행해야 하고, 림프종보다는 반응률이 좀 낮다고 하더라고.


지금 상황에선 일단 방사선 치료 플래닝을 위한 CT를 찍고, 조직검사가 아닌 세포검사를 다시 진행해서 조직의 type을 확정 짓는 게 필요할 것 같대.


나는 그래도 치료 성공 가능성이 정확한 확률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게다가, 완치 확률이 50%라니! 그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수치였거든. 너무 많은 걸 포기하고, 기대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었어서일까, 나는 50%와 70%란 확률이라면 기대를 걸어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B병원에서 CT를 찍고 세포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어. 최대한 빠른 날로 예약을 했지만, 그 예약일은 한 달 뒤야.

지방에서 방사선 치료를 제대로 진행하는 데가 B병원 밖에 없어서 그런지 예약이 많이 잡힌 것 같더라.

그동안 나는 네게 처방받은 식욕증진약과 스테로이드제를 먹이며 네가 고양이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몸 컨디션을 만들어줘야겠지.


몽냥아, 엄마 사실 조금 떨려. 검사와 ct촬영을 위해 또 마취를 해야 한다는 것도 걱정되고, 네가 방사선 치료를 그 조그마한 몸으로 잘 견뎌낼 수 있을 지도 걱정이야.

근데 또 안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이게 바로 A병원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가시밭길’인 건가 봐.


우리, 그 가시밭길 같이 잘 걸어가 보자. 엄마가 너 꼭 안고 안 떨어뜨릴게. 씩씩하게 걸어가 볼게.

그러니까 내 품에 잘 안겨있기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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