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의 소중한 고양이야, 조금만 더 버텨줘.
“안녕하세요 보호자님. 몽냥이 어제 바로 퇴원했어요?”
“네 선생님! 다행히 바이탈이 빨리 잡혀서 1박 입원 안 하고 바로 나왔어요. 근데… 식도관 장착이 안 돼 있더라고요."
“네? 그래요? 제가 선생님한테 직접 얘기했는데?”
“허허.. 그리고 피검사는 하고 왔는데 또 하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얼마나 기다리다 온 줄 아세요? A병원에선 기다려봤자 5분, 10분 이랬는데."
오늘 A병원 담당 선생님 쉬시는 날 이랬는데. 감사하게도 전화를 주셨더라. 조직검사 결과 나오기 전까지 먹을 항생제랑 위장약 챙겨주신대.
“죄송해요. 제가 더 잘 챙겼어야 했는데.”
“선생님이 죄송하실 게 뭐가 있나요. 사료환 만들어서 유동식이랑 같이 먹여보려고요! 괜찮아요.”
사료환. 예전에 네가 변비(!)였을 때 식이섬유 보충제를 먹여야 하는데, 네가 깨작거리고 말았어서 내가 그거 다 갈아서 물이랑 섞어서 뭉쳐가지고 알약처럼 만들어줬던 거 기억나?
먹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 알약을 먹이는 거랑 똑같았으니까. 네 어금니 밑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입을 벌린 다음, 네가 앞발로 내 손을 밀어내기 전에 목구멍으로 쏙! 밀어 넣어주면 끝이었거든.
이번엔 네가 밥을 못 먹으니 보충제가 아니라 사료를 빻은 후, 습식 사료랑 섞어서 사료환을 만들었지. 유동식 먹일 때 한 입에 한 개씩 같이 먹였어. 이젠 요령도 좀 생겼다? 물티슈 쓸 필요 없이, 수건을 물에 적셔서 네 턱밑에 두르고 먹인 다음 닦아주는 게 더 편하더라고!
근데 네가 속이 많이 안 좋나 봐. 그때랑 비슷한 크기로 만들어줬는데도 먹이는 족족 토하더라. 어젯밤엔 네 토에 피까지 약간 섞여있었어. 코피가 식도로 넘어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했지.
“선생님, 근데 몽냥이가 어제 토를 했는데 사료환에 피가 약간 섞여 있더라고요. 코피가 뒤로 넘어간 거겠죠?"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위장약 좀 더 챙겨 놓겠습니다.”
그렇게 챙겨 온 8일 치 약. 이걸 먹기만 해도 네가 낫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또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참았어. 일단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네가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지 않는 거니까. 억지로라도 밥 먹이고, 약 빼먹지 말고, 산소공급 열심히 해주는 거에만 집중해야지.
그리고 그날 오후, B병원에서도 연락을 받았어. CT검사 결과 분석이 다 끝났대.
“어제 말씀드렸듯이 좌측 비강 종양이고요, 종양 때문에 비강 뼈도 약간 녹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좌측 안구만 조금 튀어나와 보이는 거예요. 림프절도 약간 부어있어서 림프절 전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방사선 치료할 때 림프절도 같이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뼈가 다 녹아있다니…A병원 선생님 예상이 다 맞았네. 아니 장비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바로 다 진단이 가능하시지? 완전 명의신데? 일부러 장난스러운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곧 사라졌어.
... 전이됐을 수도 있다고?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너랑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걸까?
“방사선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가요?"
아니라고 할걸 알았지만 그래도 묻고 싶었어.
“비강 종양은 악성일 확률이 높아서… 완치는 어렵습니다."
“외과적인 수술은 아예 불가능한가요? 종양을 떼어 내는 걸로요.”
이것도 안 될 걸 알았지만 그래도 물었어.
“아, 그러면 미용상 좀 그럴 수도 있을 텐데…”
“저는 솔직히 미용상 뭐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어요. 완전히 떼어 내는 게 가능하다면요.”
진심이었어. 예전과 달라진 네 모습을 보면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네가 몽냥이인 건 변함없을 거니까.
“그 부분은 외과선생님한테 여쭤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저희랑 진행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어차피 B병원 말곤 방법이 없다는 거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 아니겠어요. 난 내키진 않지만 그렇다고 대답했지.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도 외면할 순 없으니 비용이나 치료 주기 같은 걸 물어봤어. 방사선 치료 플래닝 비용이 50에서 100만 원 선. 방사선 치료도 1회당 50에서 100만 원. 몇 회를 진행해야 할지는 아직 모른대. 치료 주기는 고양이 별로 다르다고 하더라고. 물론 싼 비용은 아니었지만 어쩌겠어. 인간들에겐 카드 무이자 할부라는 좋은 제도가 있으니 활용해야지.
통화가 끝나고 복잡한 마음으로 외과 수의사의 연락을 기다렸고 몇 시간 뒤에 연락을 받았어.
“우선 방사선 치료는 꼭 진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과적 수술은 방사선 치료로 크기를 좀 줄인 다음에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도, 비강처럼 국소적인 부분의 종양은 방사선 치료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치료 계획은 조직검사가 나온 이후에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젠 정말,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 말곤 할 게 없네.
아깐 서랍 속에서 자고 있는 너를 안고 갑자기 울어서 미안해. 그냥...너의 온기와 보드라움을 기억 속에 새기고 싶었어. 웬일로 놔달라고 울거나, 버둥거리지 않아 줘서 고마워.
몽냥아. 나의 시간과 추억이 담긴, 소중한 나의 첫 고양이야,
네가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아직은 안 돼. 아직 준비가 안 됐단 말이야.
그리고 우리 3년 뒤에 이사 가잖아. 더 넓고 좋은 집에서도 살아봐야지. 그때쯤이면 아기 집사도 생겨있을걸?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지?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줘. 조금만 더 우리 옆에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