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는 날엔 까르보나라
휴,
한숨을 내쉬곤 포크를 돌려본다.
쫀득한 소스에
짜근하게 눌러붙은 베이컨을
와그작 와그작 씹어 삼킨다.
고소한 냄새에
찌푸려졌던 미간이 살포시 펴진다.
어지럽게 뒤엉킨 머릿속을
진한 크림 한 스푼으로 풀어낸다.
알싸한 후추의 톡 쏘는 향내에.
머릿 속 남은 희뿌연 형체들이
걷혀만 간다.
다음번엔,
조금은 덜 욱 하려나.
그릇에 묻은 크림을
포크로 싹싹 비워낸다.
말끔이 혀로 핥아낸다.
화도 조금씩 지워지는 것 처럼.
아주 조금은,
나도 부드러워졌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