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취미

연애말고, 다 합니다

by MYOSIL
“넌 연애 안하냐?”

자주 듣는 인사말이다. 왜 그렇게들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은 걸까. 그냥 그러게~하고 넘길 때가 대부분이지만, 혼자가 너무 편하다고 솔직히 말하면 정말 무슨 큰일난 것처럼 쳐다본다. 내가 독거노인이 될까봐 걱정을 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지만, 솔직히 이런 인사말에는 받아칠 말이 딱히 없다.


“마치 애인 얘기하는 것 같아.”

남들의 연애 얘기에 이어 내가 그때 하고 있었던 취미 얘기를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눈을 반짝이면서 애인에 대해 이야기하듯 나도 취미를 얘기할 때 그런 눈을 하고 있었나 보다.

나는 늘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편인데, 가양주만들기, 전통매듭, 민화그리기, 캘리그래피, 국궁, 별자리점보기, 웹툰그리기, 주말 플리마켓에서 물건 팔기 등 약간은 평범하지 않는 것들이다.

가양주수업을 듣고 집에서 처음 술을 빚었을 때, 밥이 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최악의 폭염이었던 몇년 전 여름엔 국궁을 배웠었는데, 주말마다 한강변 국궁장으로 가서 화살을 한강변에 심어 제끼곤 했다. 활에 왼팔을 잘못 맞아 시커먼 피멍을 달고 살면서도 뭐가 그리 재미있었던지. 작년엔 별자리 보는 법을 배웠는데, 내 성격머리가 별자리 차트에 다 나와있는 게 아닌가? 신통방통한 아스트랄 세계에 금새 빠져들어 열심히 공부를 했었더랬다.


그런데, 그렇게나 열심히 뭘 많이 찾아 했지만 ‘넌 취미가 뭐야?’라는 질문에는 딱 하나를 답하기 어렵다. 사랑에 빠지듯 몰두했던 것들인데, 매번 얼마 안가 열기가 식어버리는 때가 왔고, 오래가지 못했다. 무엇도 꾸준히 하는 법이 없이 포기해버리고 마는 내 변덕스러움은 가끔 나를 우울하게 했다. 연애도 못하고 취미마저 끈기가 없고… 늘 실패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 나는 과연 내 평생 짝과 같은 취미를 만날 수 있을까?


‘나에게 취미는 연애 같은 거야.’

한 사람을 만나 꾸준히 하는 연애도 있지만, 한눈에 반해 몰입하고 헤어지고, 울고, 바로 다른 사람에 다시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연애의 모습이 한가지가 아닌 것처럼 취미도, 삶도 각자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한눈에 반해 몰입하기도 하고, 조금씩 알아가며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잘 안되서 속상하기도 하고, 확 싫어지기도 하고, 이내 또 다른 것에 빠져버리도 한다. 결혼에 골인해야만 사랑이고, 금사빠 사랑이 가짜 사랑인건 아니다.

연애나 결혼 따위 하지 않아도 뭐 어떤가. 무엇인가가 너무너무 재미있고, 내가 살아있구나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야. 잘하지도, 꾸준하지 못해도 괜찮다. 꼭 쓸모가 있는 일이 아니어도 된다. 세상의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많이 경험할 수 있다면, 그렇게 계속 즐기며 살수 있다면, 꽤나 멋진 인생이 아닐까? 연애의 두근거림만 아름다운 건 아니잖아.


아, 취미가 연애보다 좋은 점이 있다. 피곤한 밀당이나 차일 일이 없다는 것. ㅎㅎ 연애든, 취미든, 두려워하며 살기엔 인생은 짧다. 고민보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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