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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같은하루 Sep 30. 2015

<맛있거나>#10

#10. 겨울 밤의 구운 가래떡

#10. 겨울 밤의 구운 가래떡


우리나라 땅끝, 해남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 마삭도. '삼시 세 끼 어촌 편'을 방불케 했던 우리들의 시간.

겨울 방학, 팀을 짜서 미리 연락을 드리고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너무 작아 지도에도 안 나오는 외딴 곳을 찾아갔다. 우리나라 남쪽인데도 바다라 서울보다 더 추웠다. 섬의 젊은이는 환갑이었다. 우리들은 섬의 핏덩이들. 새벽부터 밤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일을 도왔다.

 

파도에 쓸려온 나무들 잘라서 아궁이에 넣을 뗄감 만들기
뗄감 쌓아두기
차가운 바닷바람 맞으며 일하시는 어르신들 드시라고 리어카 까페 출동. 메뉴는 구운 팬케익과 딸기잼, 뜨거운 차와 커피, 과자.   
마삭도에서도 배 타고 더 들어가는 외딴 섬에 사시는 어르신 댁 도배 해드리기


할머님들 손과 어깨 마사지
수고한다고 직접 따오신 귤. 저녁 먹기 전에 도배 마무리 해야 하는데 오후의 해가 쟁반 위로 기울고 있다.
동네 개들도 심심했는지 우리만 보면 놀아달라고 졸졸졸



뜨끈한 온돌방 이불 속에 낮동안 얼어 있던 손과 발 녹이며 모두들 작은 방에 다리를 엇갈리고 앉아 있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그런 우리에게 어르신이 가래떡을 노릇하게 구워 꿀이랑 갖다 주셨다.

귀와 등으로는 쌩쌩 부는 바람이 느껴지는 겨울 밤, 뜨근하고 작은 온돌방, 이불 한 조각, 틈도 없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거리감 없어진 사람들.

고된 하루 끝에 같이 먹는 구운 가래떡의 맛이다.

이 특별한 맛은 그 때만의 맛이었다. 


-2007년 1월

마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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