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한테 따로따로 결제해주세요가 상처야?
스케줄이 엉망이지만 그를 위해 쉬는 날을 함께 했다. 퇴근하고 함께 요리를 해 먹고. 간단한 요리인데 잘 먹는 그가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혼자서는 라면이나 과자로 대강 끼니를 때우고 있기 때문에.
그가 갑자기 초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회전 초밥집으로 말이다) 우리는 여의도에 회전 초밥 집을 향했다. 나는 평소처럼 광어회나 새우회 같은 종류들로 몇 가지 정도 먹었을 뿐인데 그가 계속 가격표를 보면서 눈치를 주는 것은 물론이 거와 "네가 먹은 거 낼 수 있을 만큼 통장 잔고는 있었으면 좋겠네"라고 해서 어이가 없어서 웃었더니 나중에 얘기하기를 자기 농담이 통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초밥을 먹고 나서 결제를 하려는데 아주머니께서 "따로따로 결제해드릴까요?"라고 해서 "네"라고 얘기했는데 그가 다 내겠다고 해서 말리지 않았다.
더 현대를 가는 길에 그는 종알종알 불평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일단 따로따로 각자 결제 한 적이 여태컷 없는데 왜 이번에 그렇게 하려고 했냐고 (미국 문화에서는 이게 거절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자기가 상처를 받았다면서 호소를 하는 것이다.
내가 전부를 내거나 그가 전부를 내거나(대부분 그가 내지만)하는 식인데 왜 이렇게 한 거냐고 다그치듯이 따져대서 take advantage (자기를 이용하려는 거냐고) 하려는 거냐고 하길래 내가 오마카세를 먹은 거도 아닌데 이런 소리를 들은 게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는 이 타이밍에 우는 나를 보고 도망가버려서 더 싫어서 그를 남겨두고 나 혼자 역을 향해 그의 집에 가서 모든 짐을 싸서 집에 돌아가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그러면 정말 헤어지게 될 것 같아서 카톡 연락이 온 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어디야"
"역이야."
"난 아직 더 현대야. 이마트 갈 건데 갈래?"
"이마트는 6번 출구야."
뚝하고 전화를 끊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마트를 가는 길에 또 했던 얘기를 또 하고 결국 이마트에서 내가 미안하다. 내가 먹은 거만 낼 돈 밖에 없어서 따로따로 결제하자는 말에 응한 거다. 부산 가니라 호텔이랑 KTX 예매해서 돈이 없다.라고 하니
그는 "마이클 이번에는 내가 못 낼 거 같아. 다음에 낼게. 내줄래?"라고 부탁했으면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 거라며 자기의 따로따로 결제에 왜 포인트가 잡혀 상처받은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계속 말하는 그의 입을 틀어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린 장을 보고 다정하게 다시 레지던스로 향하고 있었던 중에 다른 미국인이 마이클한테 말을 걸어왔다. 그게 나는 이상해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나는 나이스하게 "Have a nice day" 라며 마지막으로 그에게 인사를 보냈다.
돌아와 오리고기 무쌈을 만들었고 그가 먼저 집에 가야 할 타이밍이었는데 영화를 보자며 제안을 하길래 응했다. 내 예상대로 우리는 영화는 안 보고 잠을 잤지만.
그와 별개로 그룹채팅 방에 마이클과 싸운 얘기를 했더니 모두들 걱정해주었는데 밤새 자고 일어난 사이에 근본적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내가 대화의 주제가 되어서 불편했던 건지
[사람들한테 고구마 100개 먹이고 조언 열심히 해주면 뭐해. 싹 다 무시하고 나중에는 걱정해준 사람들 무한하게 만드는데]라며 시작된 말은
[연애가 본인들이 좋고 행복하자고 하는 건데 과연 묘운님과 마이클이 진짜 행복한건지? 연애때만 해도 저렇게 싸우고 서로 독 되는 말 하는데 결혼하면 과연 어떻게 될지? 묘운님이 미국 여권이랑 돈 때문에 사귄다고 이것부터 전 솔직히 이해 안가고 이해하기 조차도 싫거든요 우리 자주 많이 싸워도 늘 화해했으니까~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라며 시어머니 짓들을 하는 것이다.
[과연 자기 자신의 감정 무시하면서까지 미국 여권이랑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래서 나는 [전 제 감정 무시한 적 없는데?}라고 하니
[아 그럼 그나마 다행이네요. 원하시는 그 돈 많은 남자가 주는 미국 여권의 꿈 꼭 이루세요] 라며 악담을 퍼붓는 것이다.
그래서 말 그 따위로 하지말라고 하고 고구마 100개 얘기를 꺼낸 여자한테는 [걍 넌 니 남친이 더 잘해준다 자랑하고 싶은 거임. 그렇게 자존감 채우지마.] 라고 인스타 차단도 하고 [다시는 부르지마.] 하고 채팅방을 나갔다.
그냥 샘이나서 날 뛰는 두여자 였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마이클이 이상하게도 Away from troubles 라고 말해줬는데 문제가 생겼던 하루였고 마이클은 그저 인터넷 사람들은 원래 그러니 무시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