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줘 너가 했던 모든 못된 말들이 여기에

심장 CT

by 묘운

이별 후에 심장이 아파 본 적은 있어도 야간 근무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 시작된 심장 통증은 가시질 않았다. 월급날을 기다렸다가 국립 중앙 의료원에 예약을 하고 검진을 받으러 갔다. 피검사부터 혈압, 심전도, 심장 혈관 CT 촬영까지 마쳤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상이 없길 바라면서도 내 통증에 대한 원인을 홧병으로만 치부하는 의사에게 무언가 증명이라도 해보이듯이 원인이 나타나기를 바랬다.


CT 촬영을 하고 난 뒤 의사 3명이 내 결과 사진을 보며 얘기를 하는게 보였다. 전남친에게 얘기하니 그는 그저 나에게 이상이 전혀 없기에 3명이서 나의 CT 사진 결과를 자세히 보는 것이라고 했고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당장 진료실로 돌아와서 결과를 들을 정도는 아니였던 걸로 봐선 죽을 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면서 처음 찍어보는 CT에 나는 어렴풋이 내 삶이 내 생명의 끈이 곧 끊어질 지도 모른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받았다.


만약 내가 죽을병에 걸려 수술을 해야한다면 난 어떤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하는 걸까? 내가 정상이라면 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젠가 내 심장이 멈추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예감하면서 말이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일에 대한 것들은 배제하고 오직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들만 생각했다. 너를 만나러 가던 첫날 사진,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사랑하는 것들, 또는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을 동반한 사진들, 지우지 못한 사랑의 기억. 내가 받았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 결혼을 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게 나의 작은 바램인데 그것마저 나에게는 사치라는듯이 심장은 무심하게도 쥐어짜지고 있었다. 모두들 하나 둘 씩 결혼해가는데 나는 남자친구도 없이 그저 심장이 아프고 일만 하고 있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사진들을 차마 지우지 못했고 내가 놓아버린 것들과 내가 놓쳐버린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나는 혼자 병실에 누워 죽음을 맞이 해야할까 아님 건강한 심장 결과와 함께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하는 걸까. 왜 내 삶이 다른 사람보다 유한한 건지 억울함이 밀려와 모든 생각을 사로 잡았다. 나는 80까지 사는 삶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렇다 한들, 모두가 오래 살고 있는 이 21세기에서 31살에 생을 저버리고 싶진 않았다. 장난삼아 40-50까지만 살고싶다고 말했지만 말이 씨가 되어 열매를 만들어버린 상황이였다.


더욱이 외로운 것은 이 넓은 도시에서 내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이야기 할 사람이 필요해서 말을 계속 거는 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싶지 않았는데 내 입과 머리는 이걸 말해야만 한다고 아니면 이걸 적어내려서 내 삶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 선포를 하고 싶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 하루 일상을 소중히 대했다 라던가.


난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 반문해본다. 이 일을 계속 하며 야간 근무의 연관 관계에 대해 증명해보여야 할까 아니면 폭언을 하는 상사 밑에서도 예의를 차리고 조아리면서 나의 월급을 지켜나가야하는 게 언제까지 지속될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내 모든 심장을 다해 너를 기억할게. 그 심장이 고장나고 있었다. 처음엔 뇌가 망가지더니 이제는 심장이 정상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살아있다. 하지만 곧 죽을거 같은 예감을 놓칠 수가 없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즐겁게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뉴욕도 안가봤고 런던도 안가봤다. MOMA에 Tete에 너무나도 가고싶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엄마보다 먼저 죽을 것 같다던 나의 예감은 왠지 틀리지 않을 것 같았고 마지막 유서처럼 나의 생각을 폭포수 처럼 빠른 타이핑으로 적어내린다. 내 머리속에는 이러한 무수한 문장들과 단어들이 결합되어 매일 매일 나의 생각을 각성 하고 무의식 속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우주는 공평하다. 굉장히 심플하다. 이 우주속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대로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신이 나를 가지고 장난 치는 것 같다. 신의 장난 속에서도 지옥에 가게 될지 천국에 갈 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이 분명 장난을 치고 계신게 분명하다. 내 삶은 왜 이리 애철할까. 왜 이리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과 껴안고 키스를 하고 아침을 같이 먹고 출근하는 삶을 바랬던 나의 작은 바램이 심장의 통증과 함께 시한부 인생으로 갈아 엎어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이미 결혼은 나의 조현병과 빚으로 인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작은 희망들을 가졌던 나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차갑고 나는 혼자 병실에 누워 수술을 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무일도 아니면 정말 다행이지만 어려서부터 매일 병원에 들락날락 했던 기록들을 볼 때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연약한 몸을 가진 또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남들이 모두 괜찮게 일을 할 때 아파하며 하나하나 장기들이 고장나며 삐걱대며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였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온 세상이 너였으면 좋겠어. 넌 나의 우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 온 세상이 부러워 할 정도로 잘생기고 키도 크고 다정한 사람이 내 품을 안아줬으면 했다. 가벼운 커피 데이트나 캐쥬얼한 관계가 아닌. 매일 한달씩이나 나를 보러와준 전 남친이 얼마나 나를 좋아했던 건지 짐작 조차 안간다. 나는 그를 상처줘서 벌을 받는 거 같다. 발도 부러지고 이젠 심장까지 고장나는 지경에 이른.


글을 쓰면 슬프다. 울면서 쓰는 편이다. 모든 감정들을 해우소 마냥 적어내리다 보면 귀결되는 사람은 단 두명. 감정이 사라졌어도 아련하게 내 마음 속에 남은 사람은 두 사람이다. 한 사람에게서는 짧았지만 평생 받아도 모자를 사랑을 받았으나 코로나가 시작되어 국경이 폐쇄 되었었다. 그리고 모든 이 글들이 한 사람을 위한 것들. 기억해줘 너가 했던 모든 못된 말들이 여기에 남아있어. 잊지 말아줘.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래도 잊고 싶은 기억은 안사라지고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은 사라져가고 희미해져 간다.


서울에서 외롭게 병실에서 죽어가고싶지 않기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수술을 받지 않을 거다. 정형외과, 정신과, 심장내과를 왔다갔다 하는 삶. 난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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