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서
오늘은 신기한 날이었다. VIP 손님이 빵을 주고 갔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대리님과 빵 얘기를 하다가 "저 아티스트 베이커리 가봤어요!!"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가봤니 진짜 맛있어." 같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스케줄을 켜놓고 19일 날 월급 타고 대리님과 쉬는 날 빵을 사러 가기로 했다.
일은 7시 출근이라 피곤한 거 말고선 비도 오지 않은 상태로 상쾌하게 출근을 했고 그가 내려준 드립 커피도 마시고, 요거트에 시리얼도 말아먹었다. 열심히 8시간 일하는 동안 계장님이 "이거 니 펜 아니야?" 이러길래 "제 펜은 이거예요." "뺏기지 말고 잘 지켜."라고 하시길래 다른 이야기를 하는구나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절대 안 뺏기죠."
이런 대화를 했는데 웃기게도 오늘 마이클과는 갑자기 결혼 얘기가 나오게 되었다. 우리는 그의 집에서 만난 뒤 뭘 해줄까 하다가 "김치볶음밥? 계란&베이컨? 오리고기 무쌈? 카레?" "오리고기 무쌈." 나는 요리를 시작하였고 매우 간단한 이 요리를 널리 널리 전파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 같은 게 불타올랐다. 이 요리에는 마법이 든 게 분명하다.
그와 밥을 먹고 카페를 가기로 했는데 밀크티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 녹차 밀크티를 파는 곳을 데려갔다. "난 여기 내가 Unemployment(실업자)였을 때 혼자 한번 왔었어. 그때도 이걸 먹었던 것 같아." "내가 서울에서 먹어 본 케이크 중에 최고야." "홍대에도 맛있는 딸기 케이크 집 있는데 데려가줄게!" "그래." 등등 케이크에 대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우리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난 너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나 혼자 생각해 봤던 것인데 너랑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나는 너를 좋아해 많이 그래서 한국에 오는 거고. 난 널 진지하게 생각해. 진심으로. 너랑 장난치는 게 아니야. 내가 그냥 너 몸만 탐하고 싶었다면 fwb을 했지 여자친구라고 하지 않았을 거야. 앞으로도 미래에도 너랑 함께 하고 싶어." "미래에? 어떻게?" "같이 살고 결혼이라던가 뭐 그런 거 말이야..." "결혼?" 나는 그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었기에 혼란스러웠다.
"자 우리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너는 다리를 짓고 있는 사람이야. 남들이 25살에 시작한 재정적 안정감을 너는 이제 막 쌓아 올리고 있어. 다리를 이제 짓고 있단 말이야. 나는 네가 5년 정도 뒤쳐진 스케쥴러 같다고 생각해. 네가 아팠기 때문에. 네가 미국으로 옮기면 나는 너에게 혼란 그 자체를 줄 것이고 너는 안정감을 잃어서 너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거야."
"네 말대로 나는 다리를 이제 공사 중이야.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네가 너 같은 엔지니어 여자를 만나는 게 제일 베스트 아니야?" "맞아. 나는 데이트도 해보고 전여자친구들은 엔지니어들이었어. 근데 신경증이 말도 못 해서... 너는 대신 bubbly 명랑하잖아. 그리고 나랑 대화하는 걸 좋아하지."
"대화 말인데 너랑 대화하는 게 좋았는데 내가 말했듯이 나는 너랑 대화하는 거에 fascinating 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네가 4월에 왔을 때 같이 자는 게 더 좋아서 혼란스러웠어. 그리고 이번에는 매일 같이 했잖아. 그래서 사랑이 욕망이 되는 거 같아서..."
“말했듯이 넌 내 여자친구야. 나는 널 많이 좋아해." "나도 널 좋아해. 넌 날 사랑하니?" 그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너무 많은 대화를 해서 머릿속이 어지러웠으나 그는 나와 대화를 해서 오히려 정리가 되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