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가 지나더라도
어제는 마이클을 만났다. 어제는 맥스웰에게서는 연락이 없어 조금 속상했다. 마이클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티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우리는 내가 10년 전부터 다니던 파스타집에 갔다. 그는 파스타를 안먹고 팬피자를 먹었고 나는 연어크림파스타를 먹었다. 거의 다 남겨서 그가 다 먹었지만.
어제 갑자기 그가 "나는 내가 타투가 있는 여자랑 사귀게 될 줄 몰랐어." 그래서 "너네 엄마도 있고 아빠도 타투 있고 동생들도 타투 있는 거 아니야?" "응 맞아. 근데 난 받기 싫어서. 나는 빨리 변화하는 사람이야. 내가 5년 전에 타투를 받았다면 5년 후에 나는 그걸 보기 싫을거야. 지금 예쁘다고 생각한게 5년 뒤에는 아닐 수도 있고." 라는 말을 하는거다. 그래서 상처를 받았다.
마치 지금은 내가 이쁘지만 5년 뒤에는 예쁘지 않아 차버릴 거라는 식으로 들렸다. 나는 무언가를 좋아하면 10년이 지나도, 15년이 지나도 좋아하는데. (난 15살 때 좋아한 아라시를 아직도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말에 상처를 더 받았다.
나는 "난 좋아하면 계속 좋아해." 라고 하니 그는 "말도 안돼. 넌 그렇지 않을거야."라고 또 그는 멋대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는데 어깨 한쪽을 다 내어놓고 내쪽으로 우산을 씌어주고 걸어서 좋았으나 난 비오는 날이 축축해서 싫었고 그에게 "나 집에 갈래." 하니 "역 까지 걸어가자." 이러길래 "아니 니 장소에 가겠다고!" 이러니까 "아!" 이러는거다.
지나가다가 인형뽑기에 그의 돈 5000원을 쓴 나는 대신 그에게 공차를 사주었고 그는 얼그레이 밀크티 공차를 먹었는데 얼그레이 역사에 대해 중국과 영국 차 문화 사건과 보스턴 차 사건까지 신명나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레지던스에 가는 길에 그가 드디어 깨달았단 듯이 "아 너 질투한거구나. 너가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내가 그 언니 보고 책이라고 해서" 째려보니 그는 이제 이해했다는 듯이 갑자기 설명하기 시작했다. "책은 책을 못만들어. 수 많은 여자애들 중에 너를 택했어. 자신감을 가져. 아직도 내가 널 좋아하는 지 모르겠어?" 라고 하길래 "알아. 그렇지만...난 내가 책이 되고 싶었단 말이야“ 그는 웃기다는 듯이 웃었고 나는 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뱀파이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는 아침조 출근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침 입냄새 따위 신경쓰지 않은 채로 키스를 시작하고(호르몬의 영향인지 입냄새가 나지 않았다)그와 잠을 또 잤다. 생리를 하는 와중이였음에도 그는 개이치 않아했다. 피범벅이 되었음에도.
어제 밤에 그는 내가 먹는 약을 보더니 “약 바뀐 거야? 무슨 약 먹어?” 라고 꼬치꼬치 깨물었는데 나는 짜증이 나서 “넌 내가 아픈게 좋나봐?”라고 하니 “너가 먹는 약을 알아야 너한테 미치는 영향을 알고 그럼 너에 대해 더 잘 알고 케어하지.” 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가 의사가 아니기에 그의 행동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원 언니에게는 마이클의 말대로 질투심이 들었지만 전혀 악의가 없는 그녀를 원망하기엔 내가 너무 못된 사람 같았다. 그래서 평소같이 대화를 하고 대했다. 어색한 기류는 흘렀지만.
오늘은 엊그제 데이트를 신청한 캐나디언이 또 와서 말을 걸었다. “공항에 가려면 버스를 타는게 나아? 아니면 택시?” 나는 그에게 어머니와 함께라면 택시가 낫다고 했다. 그러더니 ”Another question. It’s personal things” 이러더니 내 입술에 injection을 받은거냐고 묻는거다. 어이가 없어서 아니라고 자연이라고 하니 사실 자기가 뷰티 injection 의사라면서 진짜 인지 가짜인지 헷갈려서 물어봤다는 거다.
나는 의사라길래 (인스타그램으로 알고 지내는 치과 의사도 있지만) 친구로라도 지내면 좋겠다 싶어서 “너 인스타그램 있어?” 이러니까 있다고 해서 내 인스타그램을 알려줬다.
독일의 할머니 말대로 좋은 남자 만날 기회는 언제든지 있고 그래서 속상했던 마음이 좀 많이 나아졌다.
어제는 무사히 일을 마치고 또 그의 집으로 향했던 날이다. 우리는 엇갈렸는데 내가 친구랑 통화 하고 있으니 그는 누구랑 통화 했냐며 끈질기게 물었고 스웨덴 친구라고 하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랜덤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찾은 사람이 너한테 연락하는게 이상하지 않냐며 얘기를 시작하다가 나는 또 중국 여자애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이성친구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서로 질투가 심했는데 아직 서로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나는 걔랑 어떠한 일도 없을거야. 너가 마이클2랑 그렇듯이." "나도 알아 근데 그 여자애가 널 좋아하잖아." "내가 한달 전에 물어봤어 그랬더니 오히려 화를 내면서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고 하더라. 자기는 이제 아무 감정이 없다면서. 친구라면서." 나는 맥스웰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기에 그 여자애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의심스러웠다.
마이클과는 많은 대화를 했는데 일본에서 나랑 사랑에 빠진거냐고 하니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남자친구 할래 라고 한건 내가 먼저 물어봤다고...그렇지만 그는 날 사랑하냐는 말에는 망설였는데 기분이 나빠보인다기보다는 널 좋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아 라는 나의 말에 의하여 그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나의 과거들에 대해 듣고 나서 실망했어? 라고 물으니 그렇진 않다고 했으나 그래보였고. 근데 나의 행동에 의하여 자기는 바보가 아니라며 나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즉흥적이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나의 경험들과 과거들에 대해 유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여자친구에 대한 스탠다드가 높지 않다고 했는데 자기랑 잘 맞고 좋은 동행자가 될 수 있음 그것으로 된거라고 했다. 나는 프로다 칼로의 말을 보여주며 이랬으면 좋겠다 라고 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그가 커피를 만들어줬다.
어제는 그의 집에서 시금치 카레를 만들었는데 그는 맛이 없다고 불평했다. 난 라면을 먹는 그를 위해 걱정스러워서 만든거였는데 조금 섭섭했고 오늘은 그냥 오리 고기 무쌈을 해주려고 한다.
아침에 그는 갑자기 한국에 오는 비행기표를 또 샀다고 말했다. 나는 “언제 샀어?” 이러니까 섹스를 하고 나서 내가 자는 동안 샀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날 진짜 좋아하는 게 같이 놀아서라기 보다 내 몸을 탐하는게 좋아서 인거 같아서 조금 섭섭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떨어져 있을 때 그에게 야한 사진을 많이 보내곤 했는데 다 내 업보인 듯 하다.
아무튼 그는 8월에 또 올 것이고 9월까지 지내고 10월에는 그가 사준 비행기 표로 미국에서 우리는 계속 만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