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책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오늘은 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출근을 한 날이었다. 나와 그는 지원 언니를 만나고 난 뒤 대판 싸우게 되었는데 아마도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게 즉흥적이어서라고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 한편에서는 그가 나를 책처럼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내 책과 설국을 선물해 주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추천해 줬는데 그는 내가 아닌 지원 언니를 떨어진 책이라고 비유를 했다.
그와 나는 침묵 속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가 자주 가던 이자카야 집에 갔다. 나는 어제 그와 헤어지게 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우리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마주 보니 키스를 하고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는 사실 침묵 속에서도 내 짐을 들어주고 있었기에 사실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행히도 마주 보니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강렬하게 쳐다보았고 그의 화성 같은 갈색 눈이 나는 좋았다.
우리는 정신없이 밥을 먹으며 얘기를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하이볼을 시켜서 한잔 반이나 마셔 약간 알딸딸하게 취하여 그에 목에 키스를 퍼부었다. 마이클은 "안돼 No PDA" 라며 거절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 집에 간다?" 하니 "나랑 같이 가자."라고 해서 그를 따라갔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우리는 애정행각을 시작했는데 나는 그의 무릎에 앉아 목에 키스하는 게 좋았다. 그를 가지긴 싫고 남을 주기도 싫은 그런 마음에 비하면 나는 그와 애정행각을 하는 게 좋았다.
어제는 사실 좋아하던 맥스웰을 차단을 풀고 연락을 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어. 잘 지냈어?] [우리 그냥 미안한다고 하고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서로 차단하는 건 너무 바보 같아]라고 그가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맥스웰과 친구를 할 수 있는 걸까? 이렇게 애절한 마음이 남는데? 그리고 결혼하자고 얘기를 들었는데? 맥스웰의 인스타를 보니 내가 준 필름으로 사진을 많이 찍은 듯했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좀 좋았다. 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마이클이 Cuddle을 해줄 때 맥스웰이 날 안아줬던 날을 생각한다. 전혀 다른 느낌이었는데 마이클과 나는 상충하는 느낌이라면 맥스웰과는 상응하며 자연스럽고 편안했었다. 물론 긴장도 했지만. [부산에서 잘 지내고 있니?]라고 하니 그렇다고 했고 우리는 안부를 물었다. [부산에 올 생각 있어? 난 서울에 7월 중에 가려고 너랑 꼭 놀고 싶어.]라고 하길래 기분이 좋았고 그가 약속을 또 취소한다면 정말 차단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을 했었다.
마이클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마음을 돌릴 곳이 나에게도 필요했고 (그가 지원 언니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처럼) 나와 그는 잠을 잔 사이가 아니기에 친구로 지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도 데이트를 했지만 친구로 지내는 중국 여자애가 있기 때문에. 합리화라면 합리화였지만 나는 마이클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걸 다른 사람으로 채우고 싶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아침에 미솔언니와 통화를 했다. 그는 깨어서 내 전화 통화를 엿들었고 나는 그게 싫었다. 대부분의 단어를 알아듣기 시작한 그가 싫었고 한국어 공부를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녀에게 너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 엄마 아빠에 대해서도?” “나는 결핍에 대해 얘기했어. 네가 날 자격지심이 들게 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보며 그렇게 생각해. 자연스러운 거야. 너는 잘 다루고 handle 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아마도 나는 최대한 내가 돈을 낼 수 있을 때 내려고 하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생각한 거 같았다. 나는 그가 거만하다고 생각했다. 사랑보다 자격지심이 들어서 나는 조금 슬퍼지기 시작했다.
맥스웰은 내가 부자인 줄 안다. 건축사인 아빠 때문에. 마이클도 날 처음 봤을 때 부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사실 엄마 오빠 아빠에겐 문제가 없다. 내 재정상태가 문제인 건 그에게도 말했지만 “난 YOLO처럼 20대를 보냈어. 네가 37살까지 재정적 안정감을 쌓는 동안 난 뭘 한 건지 모르겠어.”라고 했더니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쌀국수를 먹은 날 난 불평을 했다. “우리가 너무 붙어 있는 거 같아. 매일 같이 했잖아. 사랑이 욕망으로 변한 거 같아.”라고 하니 “아니 자연스러운 거야 나는 우리가 속궁합이 잘 맞아서 그러는 거라 생각해.” “한 번도 이런 적 없어?” 묻길래 “나는 평상시에 매우 드라이 dry 하고 horny 호니 하지도 않아. 나는 내가 gray sexual이라 생각해.”
“넌 그레이 섹슈얼이 아니야”라고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고 나 자신을 나보다 잘 안다는 듯이 말하는 그가 싫었다. 멋대로 판단하는 것도 싫었고 정의 definition를 내리는 것도 싫었다.
내일 마이클을 만나야 하지만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회사 동료들과 핫도그에 대해 얘기하다가 핫도그가 먹고 싶다며 내 회사 근처 핫도그 맛집을 찾아냈는데 갑자기 데이트를 신청했다. [Do you want to go with me sometime?] 이래서 [Sure] 이랬는데 내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서 아직도 어지럽다고 하니까 약을 지갑에 하나씩 넣고 다니라는 말을 했는데 남자들이 콘돔을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게 생각이 나서 황당했다.
그러면서 [I guess now you have an extra] 이래서 내 블로그 글을 읽었구나 싶었다. 나는 그의 노트북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약을 얘기하는 거였지만 [extra?] 이러니까 [Well you didn't take last night's pills, and I don't think you should take twice the pills in one night.Meaning you have an extra pack now because you missed it ] 어젯밤 약을 먹지 않았는데 두 개의 약을 하루 밤에 다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내 말은 너는 추가 팩이 있고 왜냐면 네가 그리워하기 때문에.라고 나는 해석이 되었다.
굉장히 이중적으로 얘기했고 나는 내 직감이 맞다고 생각했다. [I won't]이라고 [Right so you can store the extra pack in your purse!]라고 해서 굉장히 삐졌구나라고 생각했다. 헤어질 법도 한데 나를 놓지 않는 그가 신기할 정도였다. 그와 달리 나는 맥스웰에게 [Hey How did you get a hospital prescription every time you moved to a different city? Do you carry it with you?]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맥스웰은 강박증이 있는데 나랑은 다른 병이지만 우리 둘 다 아프다. 그래서 장난으로 프러포즈를 받은 날 "적어도 한 사람은 정상이여야지. 우리는 안될 거야"라고 했다. 아니면 손 잡고 같이 병원을 가도 웃길 거 같았다.
어제는 중간 조가 없어서 내가 체크인 70개 정도를 거의 다 받았는데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라도 60-70개를 받는 건 지친다. 집에 돌아오면 쓰러져 있다가 노래를 들으며 충전을 하고 일어나 씻고 다시 자고 회사를 향한다.
언제나 글도 쓰지만. 마이클을 안 만나니 하루가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아침까지 함께 했지만. 그는 내가 나에 대해 글을 쓰길 원했다. 그에 대해서가 아니고.